(연극/Play)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 피와 씨앗

in kr-play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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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씨앗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연극일까,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피, 그리고 씨앗은 함께가 어색한 관계이니까.

연극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잠시 출소 허가를 받은 아이작은 보호관찰관 버트와 함께 소피아의 집을 방문한다. 소피아는 투병 중인 자신의 손녀 어텀을 위해 아이작이 신장을 이식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망설이는 사이 소피아는 그의 신장을 강제로 꺼내려 한다.
<출처: 작품 시놉시스>

간단하게 시놉을 읽은 후 연극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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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두산아트센터>

작품은 이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는다. 어텀의 신장 이식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어제의 동지는 오늘 나를 배신한다. 서로가 서로를 주시하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소피아와 바이올렛은 어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것이든 감내해낼 수 있다. 하지만 어텀의 아버지 아이작은 어텀이 어색하다. 어텀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던 그는 어텀에게 특별한 부성애를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자신만의 판단을 하게 되는 버트. 그들의 감정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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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두산아트센터>

극이 던지는 물음에는 크게 공감했다. 그래서 도대체 이타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행동은 이타적이라고 늘 자신할 수 있는가? 그 행동으로 인해 플러스가 되는 사람과 마이너스가 되는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과연 이타적인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상처를 입은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에 이타심이 존재할 수 있는가? 모든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행동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극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을 들은 사람이라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옳은 행동을 취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머리와 가슴이 분리된다. 이러한 혼란함은 극을 이끄는 가장 궁극적인 원동력이었다. 혼란함이 난무하는 곳에서 관객들은 각자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정답은 없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극이 던지는 질문에 나름의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정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 자신도 아직까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 또한 아직까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이성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정말일까? 인간은 정말 자신의 본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까? 언제나 이성으로 본능을 통제할 수 있을까?

물음은 물음을 낳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연극 <피와 씨앗>은 이렇게 다양한 물음표를 던진다. 꽤 무거운 물음표. 누구나 답을 찾길 원하지만, 답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확신도 없는 그런 물음표를 던진다. 그래서 연극이 끝난 후 여운이 길었다. 공연 전반을 관통하는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와 공연의 내용이 참 잘 어울렸던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마지막 어텀의 대사가 계속 웅웅거렸다. '한 밤도 남지 않았어!'

끝으로 극과 관련된 개인적 궁금증이 있어 끄적거려본다.
소피아는 어텀을 위해 아이작의 희생을 강요한다. 만약 이 감정이 모성애라고 한다면, 과연 어텀에 대한 사랑이 아이작에 대한 사랑을 이길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어텀은 소피아의 손녀이지만, 아이작은 자신의 아들인데. 이것도 이타심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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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이타주의자 #피와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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