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가을 타는 고백의 시

in kr-poe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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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밤
뜨거운 불꽃을 보던 눈빛을 기억한다.
너의 고등학교에서 온 쪽지를 선택한 나는 분명 행운아였으리라

내 편지 한장에 수십장을 보내던 너는 참으로 맑고 순수했다.
나도 모르게 너의 편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때
참으로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이 네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졸업 후에 자연스레 너는 너의 생활에 나는 나의 생활에 빠져
너라는 좋은 사람이 있었다는 걸 한동안 잊고 살았었지.

어느날 불현듯 보내준 메일에
나는 다시금 너와 편지를 주고 받던 때의 소년이 되었다.

한자 한자 읽으며 참으로 부끄러웠고 고마웠다.

내가 너와 연락을 자연스레 놓았던 것은

군대를 가서도 아니고 바빠서도 아니었다.

단지 언젠가 말해주려고 했던 너와 내가 동갑이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싫었다.

빠른 생일이었기에 단지 학년이 빨랐던 것뿐인데
그 당시에는 사실을 밝힐 용기가 없었고 그냥 이대로 지냈으면 했다.

그리고 그렇게 순수하지 못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너와 나를 은하수보다도 더 멀게 만들었다.

아직도 너를 찾지 않는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너를 떠올릴때마다 17살의 가슴뛰던 소년이 될 수 있기 때문일거다.

소소한 소망이 있다면
그저
단지
아주 가끔
나라는 사람을 일생에 한번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가을이다
바람이 차다.
감기걸리지 말라 살짝 빌어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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