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 앞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께 핀잔을 주었다. 막내딸 홀로 서울에 올라가있는 게 궁금하지도 않냐며, 어찌 한 번도 보러 가지 않느냐는 이유였다. 내심 서운하기도 했던 나는 그저 웃어보였지만, 궁금하기도 할 참이었다.
그제서야 당신께서는 숨겨놓았던 무거운 진심을 내보이셨다.
유복하지 못 한 우리가, 마치 모두 당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그래서 차마 홀로 고생 할 어리고 여린 딸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 할 용기가 없다 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어린 시절부터 당신께선 언제나 내게 가장 좋은 옷과 신발만을 입히고 신기셨지만, 다 큰 딸이 선물해드린 옷과 신발에는 마음 아파하셨다.
세상 최고의 아버지가 돼주셨지만, 그깟 돈 몇 푼에 죄인인 듯 사과하곤 하셨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당신께서는 물질적인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과 가르침을 주셨다는 나의 말에,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어린 딸의 손을 꽉 잡아 보일 뿐이셨다. 내게 있어 세상 가장 존경스러운 사람.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사과를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괜찮다. 괜찮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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