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쪽은 문외한이어서 어디서 입도 뻥끗 안하는 편인데...
도민 2년차에 제주도지사 선거가 좀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눈에 보여서. 누가 이기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맥락들이 존재하느냐의 문제를 집어보자면.
1. 원희룡 후보
원희룡 지사는 이번에 다시 재선하면 어떻게 될까?가 포인트라고 보인다.
청년시절 운동권 경력을 거쳐 보수진영에서 정치를 시작했음에도 김문수류처럼 완전 미친 건 아니라는 점에서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뭐 세세하게 까면, 뭐 깔 것 투성이겠지만)
지방선거 이후 보수세력은 아마도 재편될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지지기반에 의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꼴보수들은 지분이 매우 줄어들 것이다. 전체적 파이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보수진영은 어찌되었든 절멸하지는 않은 것이며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성격은 바뀔 것인데...
좀 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이 합리적 보수의 한 축 그리고 더 나아가 다음 대선후보로 거론된 가능성이 없지않아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이재명 아저씨가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것은 그 지역에서의 정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고, 만약 이번 선거에서 원희룡 후보가 재선된다면 전국적 지지를 끌어내기는 어렵겠지만 지역에서의 실제적 정치가 가능하다(성공은 아닐 수 있어도)는 점을 증명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안철수, 유승민에 비해 행정력을 펼쳤다는 것, 실제 도정을 펼쳤다는 것은 큰 힘이 될 수 있고. 그러므로 보수의 경쟁력있는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 전제는 버트란트 러셀 같은 매우 단단한 보수주의면서도 진보진영보다 더 진보적 정책과 성과를 이루어 낼 때 그럴 것이다.
어쩌면 제주는 지금 매우 좋은 발판이다. 한국사회에서 제주보다 더 역동적인 공간은 없다.
2. 문대림 후보
문대림 후보는 사실 문대림 후보가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점이 크다.문대림 후보 자체가 아닌 집권 여당인 민주당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원래 선거에는 네거티브,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선거 후에 실제 따져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나, 충분히 공격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라는 점에서 조금 안타깝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오래된 적폐세력과 맞서 싸운 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통력과 민주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 판이다. 이런 판에서 패배한다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든, 중앙당이든 심각하게 자신들의 문제점에 대해 되집어보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제주도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민주당은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후보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말 정확히 검증 했는지? 해당 지역의 정서와 현안들에 대해 중앙당으로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대통령의 국민적 인기에 취하고 안일한 게으름으로 인해 현실 정치에서 신중함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중앙과 멀리 떨어져있는 지역이고, 인구수(즉 표 수)가 적다고 마음 속으로 어찌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얼마안되는 시간이지만 제주에서 직접 경험한 제주는 기존의 진보 보수(물론 기존의 그 구분도 동의할 수 없지만)로 나눌 수 없는 지역색과 역사성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4.3에 대한 명확한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하고 지역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묻고싶다. 민주당은, 민주당 제주도당은 무엇을 해왔던가?
3. 고은영 후보
아직 30대인 평범한 젊은이였다. 도지사 후보들 중 제주가 고향이 아닌 유일한 후보.
하지만 고은영 후보는 자신의 녹색당이 가장 제주도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주도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이것’이다라고 너무나 명확하게 주장하는 후보이다.
기존 정치세력들은 촘촘히 짜여진 기존의 세력관계, 기존의 이권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않다. 기존 세력, 이권도 어쩔 수 없는 정치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붙잡혀 있다보면 새로운 힘, 새로운 변화, 새로운 흐름에 적응 할 수 없고, 기존의 권력구조를 이용한 나눠먹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매우 이상적 바램일 수도 있지만, 도. 그것도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이 붙은 제주. 그리고 이주민들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넘쳐나는 제주는 기존 이해관계를 벗어난 이상적 발전방향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녹색당 고은영 후보의 선전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물론 당선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인 당락은 고후보나 녹색당에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얼마나 제주가 지켜야 할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느냐.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획득한 지지세력을 앞으로 진행될 도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인가가 중요 포인트일 것이다.
사실은 고후보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다른 유력후보들이 대답하기에 매우 곤혹스러운 질문들일 것이다. 제주도의 본원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더 이상의 대규모 인위적 개발을 금해야 한다. 등등등등. 다른 유력후보들은 큰 원칙에서는 동의 할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사안들로 들어가면 자신이 이야기했던 큰 원칙을 계속 위반하는 정책들을 이야기 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권력구조 속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은영 후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에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도의 정책에 어떤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제주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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