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바른 시선 - 동화책 '안 돼, 데이빗!'

in kr-psychology •  7 years ago 

안녕하세요:) 발달러 가나입니다! 오랜만에 심리학 주제로 글을 쓰네요.
저는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제 꿈 중 하나가 그림책 출판일 정도입니다ㅎㅎ
그림책은 정말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점이 가장 매력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책 한 권으로도 한 회기는 그냥 이야기하며 보낼 수 있을 정도죠.

예전에 있던 센터에서는 아동 독서치료를 하기도 했었어요.
독서치료는, 책을 매개로 치료를 진행하는 거에요.
미술치료는 치료적 의미를 가진 미술 활동을 통해 심리치료를 진행하듯이
독서치료는 내담자의 주제에 맞는 책을 읽고 관련 활동을 하며 심리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이 그림책은 제가 독서치료 때 쓰기도 했던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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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안 돼, 데이빗!"
데이빗 섀넌의 동화책입니다! 이 책으로 칼데콧 상도 받았죠.

여기서, 칼데콧상이란?
동화책을 사기 위해 이것 저것 둘러보신 분들은 종종 그림책 표지에 칼데콧상 수상작이라는 표시를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칼데콧상은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그 해에 가장 훌륭한 그림책을 쓴 작가에게 주는 문학상입니다. 뉴베리상 역시 그 해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를 펴낸 작가에게 주는 상인데, 이 뉴베리상과 함께 그림책의 노벨상 으로 불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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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정말 별 것 없습니다.
요 데이빗이라는 아이가 계속해서 뭔가를 하는데, 엄마에게 "안 돼(No)!" 라는 말을 들으며 제지당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엔 엄마가 울먹울먹하는 데이빗을 "그래(Yes), 데이빗." 하며 안아주며 훈훈하게 끝이 납니다.

아동 독서치료에서 활용할 때는, 초반 회기에 활용하시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용도 간단하고, 그림도 익살스러워서 애들이 집중도 잘 하더라구요.
또, 엄마에게 이런 말들을 자주 듣는 아이가 있다면 자신의 느낌, 특히 분노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갑자기 초자아가 되어(엄마에게 감정이입하여) 데이빗을 엄청 혼내는 친구도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무튼, 여러모로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책 같아요!

오늘 제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게 느꼈던 것은, 데이빗의 표정은 정말 천진난만하고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말 1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라는 것이죠. 요 말썽꾸러기 데이빗은, 나쁜 아이어서 "안 돼!" 말을 들으며 혼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해 아직 몰라서,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혼이 나고 있는 거에요.

무엇이 다른지 아시겠나요?
데이빗은 나쁜 아이 가 아닙니다. 다만 나쁜 행동 을 하고 있을 뿐이죠.

아이들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가 산만하고, 짜증을 많이 내고, 물건을 훔치고, 매일 화를 내며 물건을 집어 던져도. 이 아이는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다만 사랑받는 방법을 몰라서 잘못된 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죠.

아동 치료가 성인 치료와 다른 점은, 치료사가 교육자의 역할도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지 모를 수 있어요. 그걸 알려주는 것이 건강한 성인, 치료자, 부모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음식으로 장난치고, 집을 어지르고, 발가벗고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데이빗의 표정을 보세요. 엄청 해맑습니다. 이게 잘못인지 몰라요. 하지만, 계속해서 "안 돼!" 소리만 듣다보면, 아이들은 '내 행동이 나쁘구나.'가 아니라, '내가 나쁘구나.' 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아이가 행복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곁다리로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훈육할 때,
잘못된 행동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고 대안 행동을 제시하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안 돼. 떨어지면 다치니까.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보며, 어른들과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쁜 아이는 없다고. 너무 다그치고 몰아세우지 말고, 아이들도 말로 하면 알아 듣는다고.
하루 종일 "안 돼!" 소리를 듣다가 마지막에 울먹울먹하는 데이빗의 표정은, 귀엽고 웃픈데도 마음이 찡하기도 합니다.
'내가 뭐 그렇게 나쁘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런 포인트까지 작가가 의도하고 그림책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가능한 것이 또 그림책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혹시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신다면 한 번쯤은 읽어보세요.
저는 어른으로써 데이빗에 이입해서 제 안의 데이빗을 찾고 느껴봤습니다.
여러분 안의 데이빗은 또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질지 궁금하네요ㅎㅎ

다들 주말 저녁 잘 마무리하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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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면 한번 찾아볼게요

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번 아동보호센터 자원봉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알았다면 이걸 읽어줄걸 그랬습니다 ㅎㅎ 편안한 밤 되세요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푹 주무세요~!

많이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스팀까지 해주시다니ㅜ 감사합니다ㅎㅎㅎ

그림 책 출판을 위한 펀딩이나 모금활동은 어떨까요??가나님의 그림책출판을 기대해봅니다.

오...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잡히면 더 고려해봐야겠어요ㅎㅎ 감사합니다!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ghana531 님의 글을 만나지 못했네요.
'나쁜 아이 가 아닙니다. 다만 나쁜 행동 을 하고 있을 뿐이죠'
명심하겠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버렸지만,
영역을 확장하면 자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D

저도 요즘 졸업을 앞두고 정신이 없어서ㅠ 가끔 글만 올리고 있어요..ㅎㅎ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저도 어릴때 봤던 그림책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걸 생각해보니 그림책이 아이의 인격형성에 꽤 영향을 많이 미치는것같아요~ 저는 eq의 천재들이라는 책을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가나님도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있으신가요~?

감사합니다:) 저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어요. 클라이막스 부분이 어린 나이에 꽤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eq의 천재들은 처음 들어보는데 한 번 찾아서 봐야겠네요:D

어려운 내용을 이렇게 동화로 전해주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

  ·  7 years ago (edited)

맞아요. 그림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글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한 점(데이빗의 표정 같은)을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부분인 것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죄는 벌하도 사람은 벌하지말라는 말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그 말이 딱 맞는 말 같네요ㅎㅎ

  ·  7 years ago (edited)

그림책 출판이 꿈이셨군요 ^^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감사합니다:)

귀한 스토리의 책이로군요.
저는 아이가 없지만... 4살 조카가 있어서 가끔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고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좋아하고, 제가 가면 꼭 그림책을 잔뜩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조르는 조카가 너무 사랑스럽죠.

사랑스럽고 예쁜 그 조카도 가끔 말썽을 부리고 떼를 씁니다. 가족들 모두 최대한 NO 라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4살쯤 되니.. 잘 안지켜지더라구요. ㅋㅋㅋ
기회가 생기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언어술사 레나님은 그림책 정말 잘 읽어주실 것 같아요!ㅎ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서합니다:)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참 무궁무진하네요.
아이들의 치료만이 아니라 현재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 언젠가 부모가 될 성인들 모두 한 번씩 이 글을 읽어보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 남겨주신 가나님께 보팅 & 팔로우 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그림책은 정말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 같아요ㅎㅎ

칼데콧 상이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다양한 분야에 제가 모르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어허허허
안돼 데이빗 책도 다음에 도서관 가면 꼭 한번 봐보겠습니다! ㅎㅎㅎ

저도 쿠보님 글 보며 많은 것을 새로 배웁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왜 안되는지를 알려주어야 하지
안돼라는 말만으로는 아이에게 제지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7 years ago (edited)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시해주신 조언... 항상 생각하면서 삶에 적용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아! <안돼 데이빗>도 꼭 볼게요~^^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가나님의 글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네요 :)
가끔 아이들을 다 큰 어른인 것처럼 대하는
저를 문득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
가나님 꿈도 너무나 멋지신 것 같습니다^^
나중에 가나님이 출판하신 그림책을 꼭 읽을 수 있기를!! :)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쁩니다:D 내공이 쌓이면 저도 이런 멋진 그림책을 낼 수 있겠죠!ㅎㅎ 큰 건 아니지만.. 출판하게 되면 꼭 선물해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