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학] 엄마와 다른 나 : 말러의 분리-개별화 이론(3)

in kr-psychology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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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나입니다:) 이전 포스팅에 이어 말러의 분리-개별화이론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인트로 부분인 1편이 궁금하시다면
https://steemit.com/kr/@ghana531/3td3dy

분리-개별화 단계 이전 단계들에 대한 설명인 2편이 궁금하시다면
https://steemit.com/kr-psychology/@ghana531/2

*본 내용은 말러의 책 '유아의 심리적 탄생'을 기반으로 제가 이해한 내용을 적은 글입니다:)

③ 분리-개별화 단계
말러는 분리-개별화 단계를 세부적으로 4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어요. 분리-개별화의 첫 번째 단계는 ‘부화’입니다.

부화
6~7개월 정도 된 유아는 신체적으로 성숙하여 어머니로부터 안겨있지 않아도 되고, 혼자 앉을 수도 있고 기어 다닐 수도 있게 되어서 어머니와 거리를 둘 수 있게 됩니다. 또, 내가 원할 때 항상 엄마가 옆에 있진 않다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배가 고파서 앵앵 우는데 엄마가 잠시 통화한다고, 혹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고, 또는 잠깐 깜빡 졸아서 우유를 빨리 준비 못할 수가 있겠죠. 이런 적당한 수준의 좌절경험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는 것과 더불어 엄마와 내가 하나가 아니구나, 엄마와 나는 ‘서로 다른’ 존재구나, 하고 깨닫는 것을 돕습니다. “아, 엄마랑 나는 하나가 아니네.” 어머니와 하나의 상태로 완전했던 공생단계의 껍질로부터 ‘부화’하는 순간이죠.
때로는 아이가 자신에게서 벗어나 독립성을 추구하는 것을 힘들어하시는 어머님도 계십니다. 공생단계는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똑같이 느끼는 것이라서, 아이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것이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못 견뎌 하시는 분도 계시죠. 하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나’를 발달시킬 수 있으려면, 어머님께서 이를 받아들이고, 아이를 부드럽게 세상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연습기
분리-개별화의 두 번째 단계입니다. 이제 돌 즈음이 된 유아는 걸을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엄마로부터 떨어져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아기들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죠. 이리 쪼르르 저리 쪼르르 다니면서 보이는 족족 다 만져보려고 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걷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지면, 이 때 아이들은 마치 세상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내가 걷는 것을 보고 웃으며 기뻐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 자기가 두 발로 걸어가서 발견한 장난감, 걷는 것에 따라 주변 시야가 바뀌는 모습… 이 모든 게 아이에게는 신나고 즐거운 일이에요.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남에 따라 의기양양함이 하늘을 찌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난 엄마 없이 혼자 걸을 수도 있어! 이것 봐! 난 혼자 다 할 수 있어!”

재접근기
그렇지만 아이들은 자주 넘어집니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구요. 이걸 깨닫게 되면서, 또 정서가 분화되어 자신의 좌절에 대해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되면서 아이들은 다시 엄마에게 돌아와서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내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엄마ㅠㅠ”
이 전 단계인 공생단계에서 엄마와 하나처럼 느끼고 기능하던 상태와 그때 느꼈던 완전함이 그립지만, 그렇다고 이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자신의 자율성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독립욕구와 의존욕구 사이에서 아이들은 양가감정을 보이고, 엄마한테 안겼다가도 내려달라고 땡깡부리고, 엄마한테 해달라고 했다가 다시 짜증내며 뺏어가는 모습 등의 양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때 엄마가 이런 모습을 수용해주고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천천히 세상으로 밀어준다면, 아이는 엄마와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발달시킬 수 있게 됩니다.

정서적 대상항상성과 개별성의 응집화
분리-개별화의 마지막 단계는 정서적 대상항상성의 시작과 개별성의 응집화입니다. 3살 즈음 된 유아는 이제 경험을 통해 ‘나’와 ‘엄마’는 다른 존재임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또 엄마가 내 옆에 없어도 어딘가에 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엄마가 화를 내건 기뻐하건 하나의 엄마임을 알게 됩니다. 또, 자신에 대해서도 내가 화가 나건 기분이 좋건 똑 같은 ‘나’임을 이해하게 되며,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형성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네, 심리적 탄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마지막 단계는 이 시기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에요. 이 시기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죠. 살아가면서 계속 경험되고 만들어져서, 여러 관계에서 영향을 주고 받게 될 겁니다. 나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대상들(예를 들면 애인, 상담사, 단짝 친구)과의 관계에서 계속 반복 될 거구요.

심리학 분야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이게 뭔 소린가 싶으실 거에요. 워낙 길고 심리더쿠 냄새 폴폴 나는 이론이긴 하지만, 제가 정말 애정하고 아끼는 이론이라...! 레포트 쓰며 정리하는 김에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음 번 발달심리학 시리즈는 좀 더 가벼운 주제로 찾아올게용>. <

우리 모두 함께 건강하게 발달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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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분리개별화 단계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는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제가 책을 안 읽은 것이긴 하지만...) 리스팀해놓고 제대로 공부해보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기쁠 것 같아요!

어려워보이는데 쉽게 설명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D

@ghana531 님 문득 궁금해지는게 모든 아이들이 저렇게 분리 단계를 거치는건가요? :) 아니면 뛰어넘게 되는 단계도 있나요?ㅎㅎ
저도 엄마께 한 번 저도 저런 변화를 보였었나 여쭤봐야겠네요 . 이번 글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말러는 많은 유아-어머니 쌍을 관찰한 결과 모든 쌍에서 보편적으로 저런 양상은 다들 보이더라, 하면서 이론을 정립했어요! 엄마와의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 분리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거나 아니면 힘들거나 하는 식으로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긴 하는데, 단계를 뛰어넘지는 않아요:)

ㅋㅋㅋ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당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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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상태에서 분리가 일어나고 다시 성숙한 차원의 통합됨으로 나가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으려나요?
저는 아기 사진 촬영이 업인데 이런 부분에 포인트를 두어서 관찰해 봐도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스쳐갑니다.

밀러 뭔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흔한 이름어서 그런걸까요 ㅎㅎ
또 흥미로운 내용을 써주실 것 같아 앞으로의 포스팅이 기다려집니다.

맞습니다! 어머니와의 융합된 상태에서 아기가 분리되어 '엄마와 다른 나'를 공고히 해나가면서, 동시에 양 극의 서로 다른 이미지로 존재했던 어머니 상을(날 예뻐해주는 좋은 엄마, 날 혼내는 나쁜 엄마) 하나의 상(날 예뻐해도, 날 혼내도 똑같은 엄마)로 통합하게 돼요. 대상관계이론에서 이를 다루는데, 다음번에 한 번 정리해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아기 사진 촬영을 하신다니, 정말 사랑스러운 직업인 것 같아요!

예전에 ACT를 보다가 대상관계이론이란 키워드를 듣고(같은 키워드인지 가물하지만) 호기심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기다려지네요 ^^
고맙습니다 아기들이 사랑스러우니 덩달아 직업도 사랑스러워지는 효과인건가요 ^^

잘 읽었습니다.
근대 서양철학이 데카르트의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실제도 방법서설에 보면 대상물(세계,감각)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을 통해 그 주체로서의 '자아'에 도달하게 됩니다. 3회에 걸쳐 쉽게 설명해주신 심리학적 해석방법으로 근대인의 정신세계를 염탐해 볼수 있으면 재미 있겠네요.
이후로도 관심 갖고 읽어 보겠습니다.
행복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학문과 학자들이 말하는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