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느즈막히 들어갔던 신입생 시절, 정말 끔찍히도 싫었던 것이 학기 말에 있을 체육대회를 위한 치어리더 연습이었다. 연습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또래의 올드비들이 대놓고, 아니면 몰래 장난스레 나를 놀리는 것이 싫었었다. 그런 게 아니였어도 내 성격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구기 종목에서 몸 놀리는 건 좋았어도 춤은 내 성격에...아 정말 끔찍했다.
신해철의 기일을 맞아, <놀면, 뭐하니?>에서 전에 놓쳤던, 어떻게 전개 됐는지의 앞 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의 유작을 샘플링 한 이승환과 하현우와 그리고 유고스타의 콜라보 무대를 보고 난 후 갑작스레 <그대에게>가 떠올랐다. 때 맞춰 온 건 아니지만, 밥 먹고 같이 신해철의 무대를 보며 밥 먹으러 집에 온 동생 부부에게 '라떼는 말이야' 고딩 선생이 '날아라 병아리'를 가르쳐줬어, 우리 선생님 얼마나 대단하니? 그랬다구.
<그대에게>의 음성과 함께 떠올랐던 건, 나의 내가 그렸던 기억 속의 영상이었다. 씨를 뿌리고, 풍차를 돌리고 각 동작의 단어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지겹고 그 시간이 빨리 떠나고 싶었던 순간이었나보다. 그 때 연습했던 곡이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김원준의 였었다. 이 두곡이 8비트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마도 그래야 할 것이다. 거기서 더 쪼개지면...?
두 곡 말고도 더 있었는데, 그 보다 조금 더 최신곡으로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어지간히 싫었나보다. 기숙사 동기들은 더 곤역이었었던 듯. 나는 서울에 집이 있었는데 왜 과제 핑계대고 집에 못 갔지?
연습은 그렇게 했는데, 학부모 민원이 들어왔었다. 우리 학교는 통학의 마지노선이었다. 신입생들을 집에도 안 보내고, 뭐 어디 다쳐서 오고 그런다고, 물론 우리과는 아니였다. 그것이 체육대회를 코 앞에 두고 였다. 속으로 그랬다. 어머님들 좀 일찍 넣지 그러셨어요ㅠㅠ
아마도 생년에 앞의 숫자가 바뀌는 때여서 그러했나보다. 그 학부모들도 '라떼는 말이야' 엄청 그랬을텐데. 그렇게 세대가 바뀌는가보다를 체감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중간자의 입장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나보다.
그 학부모들 덕인지, 내가 바라던 바인지 우리 학번만 치어 없이 체육대회를 보냈다. 그렇게 집에도 못 간 적도 많고, 고생했는데 물거품이 되고 할 때는 정말 싫었던 동기 아이들도 구기 종목을 할 때면 뒤에서 몰래 치어 동작을 조그맣게 무리지어 했던 것 같다.
낀 세대의 그놈은 말이 없었다.
암튼, 내 기억속의 영상은 없겠지 하고 검색해봤다. 후배들 영상은 있었다. 후배 중에 하나가 차곡차곡 모아놨나보다. 연도 별로 봤다. 멀리서 대운동장을 바라보며 찍었으니 알아 볼 얼굴이 있을리 없었다. 첫 영상에서 라젠카가 들렸다. 음? 그 때도 신해철이?
모바일로 보던 걸 pc의 모니터로 옮기고 제대로 봤다. 연도 별로 있네. 오래 된 순으로 찾아봤다. 손가락을 세었다. 졸업반이네. 졸작에 장이었으니 바빴을텐데, 설마 저기 있을까. 낯익은 뒤통수가 보인다. 설마, 다시 손가락을 세어본다.
싸이월드에 선배들 영상 봤을 때는 각이 살아 있었는데, 유튜브로 찾아 본 영상의 후배들은 자유롭구나.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그 차이가 느껴진다. 싸이는 그래서 망했을거야.
과 특성에 맞지 않은 아이가 들어왔다. 기획사에나 갈 법 한, 춤 잘 추는 아이가 들어왔다. 전통의 치어 동작 모든 걸 바꿔놨다. 그럼 꼰대들 다 일어나지. 인트로를 자기 스타일대로 마음 맞는 동기들만 추려서 연습하더라. 그래서 선곡이 제ㅇ왚? 그 친구 덕에 영상 다시 보네.
영상을 두 세번 돌려보다보니 저 팔짱 끼고 미동도 없는 놈이 나였음이 확실했다. '라떼는 말이야''우리떼는 못 했잖아?ㅠㅠ'라고 말하는 옆의 동기 동생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알아봤다. 저렇게 머리가 컸나. 머리가 길었겠지. 자세가 저게 뭐야 젤 어르신 같네 ㅠㅠ
내 대학 시절 치어 연습했던 무한궤도<그대에게>에 맞춰서 씨 뿌리고, 풍차 돌리 던 영상을 찾으려 하다가 후배들 영상만 보고, 내 뒷통수만 제일 많이 봤다. 진정<베르사유의 장미>ost야? 영상에서 가사 딴 건 이 노래인데. 나도 그 세대가 아닌데 이런 걸? 그 안무를 짰던 친구는 어디선가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갑자기 감사하다. 우리 때 갑자기 치어가 없어져서, 동영상을 누군가 남기지 않아서, 그리고 갑자기 전통이 드라마틱하게 생겨나서. 그 드라마틱은...봤어도 설명이 안 됨. 역시 우리 학교는...우리 과가 체고!!! 아 외치고 싶다. ㅇㅇ대학 ㅇㅇ학부 ㅇㅇ과. 옮기고 싶다, 내 뒷통수 ㅋㅋㅋ
그러고보니, 졸작한다고 초대도 해주고, 물론 못 갔나, 안 갔나 나만 알겠지만, 도록 보내준 애들도 얘네들이 마지막이구나.
내가 치어가 정말 싫었던 건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뭐 1학년 뭐라 그러지? 아 후레쉬맨. 나는 반달을 그려야 할 것 같고, 갑자기 투명인간 처럼 사라질 것 같고 그런데. 암튼, 우리과는 여초라 더 남놈들이 더 했나? 여자들은 갑인데도 학번에 따라 언니 동생하고, 지금도 그럴 걸 ㅋㅋㅋ남자 새끼들은...물론 졸업생들 ㅈㄹ ㅅㅂ어우. 물론 좋은 사람도 있지만...또 그것이 달라지니.
우리 학교 학식 앞 잔디밭은 상시 개방일까 아닐 까가 마지노선일 듯.
적당히 일렁여야 낭만이 있지 않겠어용?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면 낭만은 끝임.
흰 손수건 쥐고, 명치에 한 손, 등에 한 손 이 동작만 기억난다. 씨는 언제 뿌리고 풍차는 언제 돌리고 그건 기억이 안 나...좋았던 시절만 기억난다.
아, 음.....치어를 마무리를 못 지었는데도 우리는 동기들이랑 우리를 가르쳐 준 선배들이랑 엠티를 가기로 했어요. 엠티가서 게임하고 진탕 놀다가 올드비들이 놀러왔어요, 내 또래들이 와서. 술이 들어간다 쭈우우우쭉쭉쭉, 하다가. 내가 그랬다.야 오늘 대통령이 서거했는데,ㅅㅂ 이러고 먹어도 되냐......아무도 동의 없음. 나는 사람의 도리로서 얘기 했는데, 나만 이상한 놈 됐네. 그 때부터 좋아했구나.
그러다 어떤 놈이, 내가 너 아침에 향 대신 담배 올린 거 다 봤어 , 빨갱이냐?ㅋㅋㅋ아...그 놈...눕히면... 지는 거지. 향도 올렸거든? 나 혼자 몰래 주먹만 쥐다, 갑분싸. 나는 베란다로 피신. 친구한테 전화, 야 나는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날이 건너 5월 24일이었나봐요. 나만 꼰대 됨.
그 해 23일에 우리 학교가 서울에서 부터, 제일 먼저 향을 꽂았는다고 나중에 들었는데, 나는 22일에서 23일 넘을 때는 과제를 하느라 비몽사몽이었고, 내가 타던 스쿨버스 옆을 그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같은 버스를 탄 교수님이 1교시 수업에서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것이다. 내가 버스에서 자고 있었던 것도, 그렇게 스쳤구나 하는 것도.
졸업하고 그 다음 다음 해였나, 나는 봉하에 다녀왔었다.
그리고, 봉우리에 올라 학교에 차려진 분향소에 담배를 올린 것 처럼 그곳에 담배를 올렸었다.
빨리 자야하는데...최대한 정제 된 글을 써야한다. 했던 얘기일까?
자야겠다.
엄마도, 여동생도 아빠를 모르나보다.
왜 우리끼리 밥을 먹다 아빠가 들어오는 장면을 봐야 했을까.
동생에게 그랬다, 아직도 넌 모른다고.
난 두 번 보고, 그 앞의 이야기도 들었고, 그 때 아버지가 들어왔다.
딸이 온 줄 몰랐던그래서, 늦게 온 아빠가 조용히 들어가고, 그리고 오빠가 배웅 해줄 때,'너 아빠 삐졌어' 그걸 몰라보냐. 정말 미운 사람은 그 얼굴이 보인다.
<놀면, 뭐하니?> 이 노래가 재방 할 때, 뒤 늦게 온 아빠가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 이 노래를 듣다가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다'
첫 번째 듣고는 숨죽여 울었고, 오늘 뭐가 안 맞아서 다시 들었을 때, 그 뭐는 찰나였지만 억겁의 시간이었고, 그 옆의 끄트머리에서 듣고 있을 내 아버지도 이 노래를 예능이 아닌 다큐로 받아 들이길 바랐다. 그렇게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셨다. 동생이 잘 못 했네. 나는 엘베에서 농담처럼 나무랐다. 내가 꼰대일까? 시대가 그렇게 본 다면 그게 꼰대 마인드겠지? 동생도 끄덕끄덕했으니.
'라떼는 말이야?' 이게 진정 농담처럼 여겨져야 할텐데.
한강에 꼰대같은 용도 많이 용 솠았나보다.
글을 끝맺음 하는 am 2:00에 고스트 스테이션을 여는, 20여년 전 처럼 마왕이 꿈에 나왔으면 좋겠다.
이 시국에는...아냐.
오늘은 musician 신해철.
테그 쓰는 것만 해도 올드비 다 되었네.
계속 영상을 보게 된다.
치어하는 후배들은 안 보이고, 후배들의 실수같은 동작이 보이는데
그 포커스보다 나는 자꾸 내 뒷통수만 보이네.
계속 반복 해서 보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게 츤데레?
혼자 외롭게 있다가 곁에 계속 모이네.
학회장 누구였냐.
1학년 때 동생이었던, 여자 선배들이 지어줬던 별명이 생각난다.
쥬얼리 정.
그랬었구나.
내 동기 동생들은 잘 살고 있나. 내가 구심점일 건 없을텐데, 그랬다면 몇 명은 잘 모일 것 같은데.
글 수정하고 올리다 오류나서 내 마음속에만 저장.
모두 좋은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