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뮤직] 대학 시절의 8비트를 씨뿌리며 풍차 돌리 던 치어.

in kr-radio •  5 years ago  (edited)

신해철20191027.jpg


제대 후 느즈막히 들어갔던 신입생 시절, 정말 끔찍히도 싫었던 것이 학기 말에 있을 체육대회를 위한 치어리더 연습이었다. 연습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또래의 올드비들이 대놓고, 아니면 몰래 장난스레 나를 놀리는 것이 싫었었다. 그런 게 아니였어도 내 성격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구기 종목에서 몸 놀리는 건 좋았어도 춤은 내 성격에...아 정말 끔찍했다.

신해철의 기일을 맞아, <놀면, 뭐하니?>에서 전에 놓쳤던, 어떻게 전개 됐는지의 앞 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의 유작을 샘플링 한 이승환과 하현우와 그리고 유고스타의 콜라보 무대를 보고 난 후 갑작스레 <그대에게>가 떠올랐다. 때 맞춰 온 건 아니지만, 밥 먹고 같이 신해철의 무대를 보며 밥 먹으러 집에 온 동생 부부에게 '라떼는 말이야' 고딩 선생이 '날아라 병아리'를 가르쳐줬어, 우리 선생님 얼마나 대단하니? 그랬다구.

<그대에게>의 음성과 함께 떠올랐던 건, 나의 내가 그렸던 기억 속의 영상이었다. 씨를 뿌리고, 풍차를 돌리고 각 동작의 단어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지겹고 그 시간이 빨리 떠나고 싶었던 순간이었나보다. 그 때 연습했던 곡이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김원준의 였었다. 이 두곡이 8비트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마도 그래야 할 것이다. 거기서 더 쪼개지면...?

두 곡 말고도 더 있었는데, 그 보다 조금 더 최신곡으로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어지간히 싫었나보다. 기숙사 동기들은 더 곤역이었었던 듯. 나는 서울에 집이 있었는데 왜 과제 핑계대고 집에 못 갔지?

연습은 그렇게 했는데, 학부모 민원이 들어왔었다. 우리 학교는 통학의 마지노선이었다. 신입생들을 집에도 안 보내고, 뭐 어디 다쳐서 오고 그런다고, 물론 우리과는 아니였다. 그것이 체육대회를 코 앞에 두고 였다. 속으로 그랬다. 어머님들 좀 일찍 넣지 그러셨어요ㅠㅠ

아마도 생년에 앞의 숫자가 바뀌는 때여서 그러했나보다. 그 학부모들도 '라떼는 말이야' 엄청 그랬을텐데. 그렇게 세대가 바뀌는가보다를 체감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중간자의 입장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나보다.

그 학부모들 덕인지, 내가 바라던 바인지 우리 학번만 치어 없이 체육대회를 보냈다. 그렇게 집에도 못 간 적도 많고, 고생했는데 물거품이 되고 할 때는 정말 싫었던 동기 아이들도 구기 종목을 할 때면 뒤에서 몰래 치어 동작을 조그맣게 무리지어 했던 것 같다.

낀 세대의 그놈은 말이 없었다.

암튼, 내 기억속의 영상은 없겠지 하고 검색해봤다. 후배들 영상은 있었다. 후배 중에 하나가 차곡차곡 모아놨나보다. 연도 별로 봤다. 멀리서 대운동장을 바라보며 찍었으니 알아 볼 얼굴이 있을리 없었다. 첫 영상에서 라젠카가 들렸다. 음? 그 때도 신해철이?

모바일로 보던 걸 pc의 모니터로 옮기고 제대로 봤다. 연도 별로 있네. 오래 된 순으로 찾아봤다. 손가락을 세었다. 졸업반이네. 졸작에 장이었으니 바빴을텐데, 설마 저기 있을까. 낯익은 뒤통수가 보인다. 설마, 다시 손가락을 세어본다.

싸이월드에 선배들 영상 봤을 때는 각이 살아 있었는데, 유튜브로 찾아 본 영상의 후배들은 자유롭구나.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그 차이가 느껴진다. 싸이는 그래서 망했을거야.

과 특성에 맞지 않은 아이가 들어왔다. 기획사에나 갈 법 한, 춤 잘 추는 아이가 들어왔다. 전통의 치어 동작 모든 걸 바꿔놨다. 그럼 꼰대들 다 일어나지. 인트로를 자기 스타일대로 마음 맞는 동기들만 추려서 연습하더라. 그래서 선곡이 제ㅇ왚? 그 친구 덕에 영상 다시 보네.

영상을 두 세번 돌려보다보니 저 팔짱 끼고 미동도 없는 놈이 나였음이 확실했다. '라떼는 말이야''우리떼는 못 했잖아?ㅠㅠ'라고 말하는 옆의 동기 동생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알아봤다. 저렇게 머리가 컸나. 머리가 길었겠지. 자세가 저게 뭐야 젤 어르신 같네 ㅠㅠ

내 대학 시절 치어 연습했던 무한궤도<그대에게>에 맞춰서 씨 뿌리고, 풍차 돌리 던 영상을 찾으려 하다가 후배들 영상만 보고, 내 뒷통수만 제일 많이 봤다. 진정<베르사유의 장미>ost야? 영상에서 가사 딴 건 이 노래인데. 나도 그 세대가 아닌데 이런 걸? 그 안무를 짰던 친구는 어디선가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갑자기 감사하다. 우리 때 갑자기 치어가 없어져서, 동영상을 누군가 남기지 않아서, 그리고 갑자기 전통이 드라마틱하게 생겨나서. 그 드라마틱은...봤어도 설명이 안 됨. 역시 우리 학교는...우리 과가 체고!!! 아 외치고 싶다. ㅇㅇ대학 ㅇㅇ학부 ㅇㅇ과. 옮기고 싶다, 내 뒷통수 ㅋㅋㅋ

그러고보니, 졸작한다고 초대도 해주고, 물론 못 갔나, 안 갔나 나만 알겠지만, 도록 보내준 애들도 얘네들이 마지막이구나.

내가 치어가 정말 싫었던 건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뭐 1학년 뭐라 그러지? 아 후레쉬맨. 나는 반달을 그려야 할 것 같고, 갑자기 투명인간 처럼 사라질 것 같고 그런데. 암튼, 우리과는 여초라 더 남놈들이 더 했나? 여자들은 갑인데도 학번에 따라 언니 동생하고, 지금도 그럴 걸 ㅋㅋㅋ남자 새끼들은...물론 졸업생들 ㅈㄹ ㅅㅂ어우. 물론 좋은 사람도 있지만...또 그것이 달라지니.

우리 학교 학식 앞 잔디밭은 상시 개방일까 아닐 까가 마지노선일 듯.
적당히 일렁여야 낭만이 있지 않겠어용?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면 낭만은 끝임.

흰 손수건 쥐고, 명치에 한 손, 등에 한 손 이 동작만 기억난다. 씨는 언제 뿌리고 풍차는 언제 돌리고 그건 기억이 안 나...좋았던 시절만 기억난다.

아, 음.....치어를 마무리를 못 지었는데도 우리는 동기들이랑 우리를 가르쳐 준 선배들이랑 엠티를 가기로 했어요. 엠티가서 게임하고 진탕 놀다가 올드비들이 놀러왔어요, 내 또래들이 와서. 술이 들어간다 쭈우우우쭉쭉쭉, 하다가. 내가 그랬다.야 오늘 대통령이 서거했는데,ㅅㅂ 이러고 먹어도 되냐......아무도 동의 없음. 나는 사람의 도리로서 얘기 했는데, 나만 이상한 놈 됐네. 그 때부터 좋아했구나.

그러다 어떤 놈이, 내가 너 아침에 향 대신 담배 올린 거 다 봤어 , 빨갱이냐?ㅋㅋㅋ아...그 놈...눕히면... 지는 거지. 향도 올렸거든? 나 혼자 몰래 주먹만 쥐다, 갑분싸. 나는 베란다로 피신. 친구한테 전화, 야 나는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날이 건너 5월 24일이었나봐요. 나만 꼰대 됨.

그 해 23일에 우리 학교가 서울에서 부터, 제일 먼저 향을 꽂았는다고 나중에 들었는데, 나는 22일에서 23일 넘을 때는 과제를 하느라 비몽사몽이었고, 내가 타던 스쿨버스 옆을 그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같은 버스를 탄 교수님이 1교시 수업에서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것이다. 내가 버스에서 자고 있었던 것도, 그렇게 스쳤구나 하는 것도.

졸업하고 그 다음 다음 해였나, 나는 봉하에 다녀왔었다.
그리고, 봉우리에 올라 학교에 차려진 분향소에 담배를 올린 것 처럼 그곳에 담배를 올렸었다.

빨리 자야하는데...최대한 정제 된 글을 써야한다. 했던 얘기일까?

자야겠다.

엄마도, 여동생도 아빠를 모르나보다.
왜 우리끼리 밥을 먹다 아빠가 들어오는 장면을 봐야 했을까.
동생에게 그랬다, 아직도 넌 모른다고.

난 두 번 보고, 그 앞의 이야기도 들었고, 그 때 아버지가 들어왔다.
딸이 온 줄 몰랐던그래서, 늦게 온 아빠가 조용히 들어가고, 그리고 오빠가 배웅 해줄 때,'너 아빠 삐졌어' 그걸 몰라보냐. 정말 미운 사람은 그 얼굴이 보인다.

<놀면, 뭐하니?> 이 노래가 재방 할 때, 뒤 늦게 온 아빠가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 이 노래를 듣다가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다'

첫 번째 듣고는 숨죽여 울었고, 오늘 뭐가 안 맞아서 다시 들었을 때, 그 뭐는 찰나였지만 억겁의 시간이었고, 그 옆의 끄트머리에서 듣고 있을 내 아버지도 이 노래를 예능이 아닌 다큐로 받아 들이길 바랐다. 그렇게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셨다. 동생이 잘 못 했네. 나는 엘베에서 농담처럼 나무랐다. 내가 꼰대일까? 시대가 그렇게 본 다면 그게 꼰대 마인드겠지? 동생도 끄덕끄덕했으니.

'라떼는 말이야?' 이게 진정 농담처럼 여겨져야 할텐데.

한강에 꼰대같은 용도 많이 용 솠았나보다.

글을 끝맺음 하는 am 2:00에 고스트 스테이션을 여는, 20여년 전 처럼 마왕이 꿈에 나왔으면 좋겠다.

이 시국에는...아냐.

오늘은 musician 신해철.

테그 쓰는 것만 해도 올드비 다 되었네.


계속 영상을 보게 된다.

치어하는 후배들은 안 보이고, 후배들의 실수같은 동작이 보이는데
그 포커스보다 나는 자꾸 내 뒷통수만 보이네.
계속 반복 해서 보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게 츤데레?
혼자 외롭게 있다가 곁에 계속 모이네.
학회장 누구였냐.

1학년 때 동생이었던, 여자 선배들이 지어줬던 별명이 생각난다.
쥬얼리 정.

그랬었구나.

내 동기 동생들은 잘 살고 있나. 내가 구심점일 건 없을텐데, 그랬다면 몇 명은 잘 모일 것 같은데.

글 수정하고 올리다 오류나서 내 마음속에만 저장.

모두 좋은 꿈.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