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훈련병 시절 이야기 - 논산 육군훈련소 3주차

in kr-series •  7 years ago 

잊을만 하면 생각나는 그 때 그 시절...
훈련병 시절 이야기를 예전에 썼었고,
지금은 오마주 프로젝트로 다시 연재합니다.

원문 링크: https://steemit.com/kr-army/@dorian-lee/3



3주차에 들어 실제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이라는 물건이 너무나도 위험하기 때문에 교관과 조교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협박에 가까운 소리까지 했다. 불안하긴 훈련병인 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죽인다는 총을 처음으로 쏴 보는 것이니까 말이다. 사격을 할 때는 중대장이 직접 통제를 했다. 그만큼 사격이라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말한다. 사격을 하면서 가끔 실수를 하는 훈련병이 한두명씩 나타나곤 했다. 그들은 바로 중대장으로부터 욕을 먹고, 벌점을 크게 받아야 했다. 사격 중에 벌점을 받은 훈련병들은 무조건 주말에 즉시 군기교육대에 끌려가서 피말리는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사격 성적이 좋지 않은 일부 훈련병들도 군기교육 대상에 포함되었고, 그들은 이에 억울해 하기도 했다.

행군을 처음 시작한 것도 3주차였다. 그 주 금요일 오전에 행군이 시작되었는데, 단독군장을 갖추고 나갔다. 거리는 15.5km. 긴 코스는 아니었다. 오전 동안에 주어진 길만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소풍간다는 기분으로 하면 된다고 조교가 말했다. 출발하기 전에 훈련병들에게 중간에 쉴 때 먹으라고 건빵이 한봉지씩 주어졌다. 건빵을 먹고싶던 우리들은 건빵 봉지를 받으며 흐뭇했다.

행군이 시작되었다. 훈련소 밖을 나가며, 다시 논과 민간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영외교육을 나갈 때와는 달리 가야할 길이 길어서 그 어느 때보다 민가와 민간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중간에 여고생이 한 명 지나갔었다. 몇몇 훈련병들은 오랜만에 여자를 봐서 그런지 급흥분하며 자기네들끼리 별의별 얘기들을 주고받곤 했다.

쉬는 시간에는 10분 동안 앉으며, 물을 마시거나 건빵을 먹었다. 건빵을 입에 넣으면 건빵이 침에 조금씩 녹으면서 고소하고 단 맛이 입안에 퍼진다. 이게 건빵의 별미였다. 목이 마를 때는 건빵을 물과 같이 먹기도 했다. 아무튼 건빵은 훈련병들에게는 최고의 간식 중에 하나였다.

처음에는 부담없이 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와 발바닥이 조금씩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어떤 훈련병들은 행군 도중 발바닥에 물집이 나기도 했다. 처음에 서로 떠들던 애들도 끊임없는 행군을 하면서 조금씩 말이 줄었다. 힘이 들면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쉬는 시간과 물, 그리고 건빵이었다.

남들보다 약한 체력을 갖고있던 나는 후반에 들면서 다른 애들보다 걸음이 조금씩 처지는 경우도 있었다. 걷지 못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는데, 속도가 나지 않았다. 뒤에서 걸어오는 몇몇 동기들은 빨리 앞으로 가라고 재촉했고, 나는 보폭을 조금 늘리는 것으로 겨우겨우 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후반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다시 부대로 복귀하고 나서 행군을 끝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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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과 조교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협박에 가까운 소리까지 했다

너무 협박해서 사고 날것 같았던.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