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만남커피밋업] 에필로그 - 소회

in kr-series •  6 years ago  (edited)

쓰지 않으려다가 혼자 간직하고 싶어 쓰는 개인적 소회

일주일동안 4회, 무리했던 밋업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 안도감이었다. 네 번 모두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일 드디어 늦잠을 마구 잘 수 있겠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다시 나태하게 게으름을 부릴 수가 있겠구나. 수고했다. 나도 그리고 날 만나준 다른 분들도 이 이상한 만남을 응해주느라 고생 많았다.

내향적인 나는 보통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소진하곤 한다. 특히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거나 4명 이상 참석하는 모임이 끝나면 내 호불호와 상관없이 어김없이 피곤해지기 일수다. 하루 사람을 만나면 다음 날은 혼자 조용히 쉬며 에너지를 회복해야 했다. 간혹 1:1 만남에서도 흔히 말하는 '기 빨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기가 세서도 그 만남이 재미없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헤어지고 나면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 방전 상태가 될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예외적인 만남이 간혹 찾아왔다. 자주 보지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고마운 만남. 그 차이도 이유도 모르겠다. 어떠한 논리도 기준도 없이 순전히 내 느낌과 직관에 따라 결정되어버리니깐

이번 밋업은 체력적으로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도착한 후 쓰러져 자기도 하고 회사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시간만 잘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란 생각도 했다. '왜 내가 연속 4번이나 밋업을 잡는 욕심을 부렸던 걸까? 역시 무모했어'라는 후회도 조금 있었다. 그러나 나는 충동과 극단을 즐긴다. 역시 안 하던 짓을 해야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질러보는 게 후회가 없고 확실하다.

신기하게도 이번 밋업은 내게 에너지를 주었다. 피곤하다가도 약속 시간이 되면 깨어났다. 대화가 시작하면 너무 재밌어서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그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쉬울 만큼 즐거웠고 자꾸만 흥이 났다. 일주일 내내 격앙된 상태로 웃으며 지냈던 것 같다. 별 다른 노력 없이 일상적인 어느 날이 스위치 하나로 무언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삶이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일들로 채워질 수도 있는 거구나. 내 생각보다 더 쉽게 그리고 내 기대보다 훨씬 멋지게.

연속으로 밋업을 진행해보니 비교가 확실했다.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대화 소재가 달라졌고 나의 발화량이 달라졌다. 좀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다양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거라는 당연한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었다. 항상 만나던 사람만 만나다 보니 잊고 있었다. 나도 다른 생각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걸. 내가 꼭 고정된 존재가 아니구나.

그리고 난 내 생각보다 사람을 참 좋아했다. 다른 누군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고 그가 무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얼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참 좋아하는구나. 사람이 그리웠구나.

생각해보니 내가 쓴 모든 글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없는 글을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누군가에 대한 글이거나 누군가와 있었던 일뿐이다. 난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그냥 그동안 상처를 받을까 봐 안락한 일상이 깨질까 봐 두려워 사람과의 만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를 속였던 것 같다.

내가 이번에 만났던 모든 분들이 성격도 직업도 하는 일도 관심분야도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다들 삶을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고 있었다. 내가 게으른 건 알고 있었지만 가끔은 보통이 아닐까란 위로를 했다. 나태와 치열함 사이의 중간 정도, 다들 이렇게 살고 있을 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단 훨씬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다. 목표와 열정을 지닌 채 긍정하며 하루를 살았다. 나처럼 손 놓고 내버려두지 않았다. 물론 가끔은 그들도 쉬는 날도 있고 나태한 날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가진 삶의 태도와는 상당히 달랐다.

아... 내가 내 삶을 너무 방치해 둔 채 나 자신을 옭아매며 살고 있던 건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내 삶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아직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다.

나를 이 밋업으로 이끌어준 제3의 자아 녀석은 비록 처음보단 영향력이 작아졌지만 고맙게도 아직 어디로 떠나지 않고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다신 없을 특별한 한 주를 만들어준 녀석에게 무엇보다도 감사 인사를 올린다. 가끔은 용기 내서 미친 짓을 해보고 싶다.

만약 또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면 갑자기 또 이상한 밋업을 제안하며 돌아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로 약속을 잡아야겠다. 욕심 부리지 말고.

삶은 내 생각보다 재밌다.

P.S. 이 이상한 밋업 덕분에 샘터님도 만나게 되었다!!! 얏호 이상한 짓 하길 역시 잘했다.

-급만남 커피 밋업 후기 완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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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스팀잇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많죠..ㅎㅎ

ㅎㅎ맞아요. 그래도 글만으로도 좋아요 :D 너무 욕심내지 않으려고요.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내향적인 나는 보통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소진하곤 한다.

내향적 외향적 성격을 떠나 새로운 사람 누군가를 만난다고 생각을 하면 누구나 긴장을 합니다.긴장감에서 오는 에너지 소비 이지요.이 긴장김이 풀리면서 그 만남이 긴장속에서도 즐거웠으면 나에게 에네지가 되어 돌아 옵니다

내 생각보단 훨씬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다. 목표와 열정을 지닌 채 긍정하며 하루를 살았다.

이미 고물님도 저 글귀에 포함되어진 사람들 중에 한명이십니다.각자 삶속에서 삶의질과 무게만 다를뿐 그 삶에서 목표와 열정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며 살고 계십니다. '나는 내 삶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나' 이미 생각만으로도 하고 계십니다.

보파부족으로 댓글만 남기고 가서 죄송요~~~ 보팅은 담 기회에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니에요 skymin님 ㅋㅋㅋㅋㅋ
아주 가끔씩 치열하게 산 역사가 없진 않지만
전 정말 목표없이 대책없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태어난 김에 산다고 할까요?ㅋㅋㅋ

생각해보니 처음만나는 자리면 외향적인 분들도 긴장되고 에너지 소비가 되겠네요. ^_^ 저도 보파때문에 지금 보팅 자제중이라서요 보팅 안해주셔도 괜찮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D

오~! 대박 생각보다 너무 좋은 후기이네요!ㅎㅎ
잘 쉬시고 다음에 기회되면 만나요 :)

levi-chocolat님 이 이상한 글 덕분에 만나뵙게 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네- 다음에 기회되면 봐요! 스팀잇도 놀러갈게요 :D

일주일에 네번이라니 고물님 에너지가 대단하신데요. 사람을 만나는 건 에너지가 드는 일이지만 좋은 기운이나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도 있는 듯 해요.

아닙니다요P님 끝나고 이틀간 잠만 잤어요 ㅎㅎㅎㅎ 맞습니다 가끔은 조금 주파수가 안맞을때도 있지만 그거만큼 좋은게 없을 때도 있죠 ㅎㅎ

정말 대단하십니다. 스팀 폭락 이후에는 밋업들도 별로 없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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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glory7님;; 너무 심심해서 벌인 작은 일탈이었습니다:D ㅋㅋ

좋으시겠어요

ㅎㅎ 네엡 좋은 경험이었어요

밋업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셨다니 다행이예요~

  •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거나 모임이 끝나면 내 호불호와 상관없이 어김없이 피곤해지기 일쑤다.

저도 비슷한 타입이어서 완전 공감했어요~ ㅎㅎㅎ

그쵸. 다른 분들은 모르겠어요;;ㅋ 순전히 저의 입장
미스티님도 그런 적이 있으시군요. :D 비슷한 타입이라니 새삼스레 반가워요-!!

저도 내향적이라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쭉쭉 달아요.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거나 한번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같은 경우에는 기가 쫙쫙 빨리죠.

그냥 사람 많은 출퇴근 지하철만 타도 기운이 빠진답니다. ㅎㅎ

솔나무님 마음 정말 잘 알아요- ㅎㅎㅎ 그래서 사람 많은 자리는 일부러 피하면서 살아왔어요.
정말 출퇴근 지옥철 탈 때마다 '언제쯤 진정 쉬게 되는걸까?' 라는 ㅋㅋ 답 없는 생각을 매일 한다죠 - 근거리 회사를 다니면 삶의 질이 올라갈텐데 하면서 말이죠. ㅎㅎ

제주도의 삶 어떠신가요? ^_^

저같은 집돌이에게는 제주의 삶은 너무너무 좋아요!
오늘도 따뜻한 남쪽나라랍니다. :)

사람만나는 것 좋아하고, 밤늦게까지 노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주도는 지루한 섬이기도 하더라고요! ^^;

ㅎㅎ 그렇군요. 저도 태생이 집순이라 제주도의 삶 잘맞을 것 같아요. 제주도 같은 곳에서 제 속도대로 살 수 있는 삶을 꿈꿔요 +_+!

저는 반반입니다.
치킨 처럼 내향 외향 반반인데
ㅋㅋㅋ 어떻하죠?ㅋㅋㅋ

어디서든 잘맞아서 어디든 좋지 않을까요? ㅋㅋㅋ

ㅋㅋㅋ 반반 ㅋㅋㅋㅋㅋ 뽀돌님은 예쁘셔서 어딜가든 인기 만점이신거 아닐까요?

그냥 사람 많은 출퇴근 지하철만 타도 기운이 빠진답니다.
사람만나는 것 좋아하고, 밤늦게까지 노는걸 좋아하는 사람

전 이거 두가지 둘다 인데 ㅎㅎㅎㅎㅎㅎ

언젠가 솔나무님, 고물님 필두로 에너지 딸리는 내향인들 모임 한 번 하면 재밌겠네요.ㅋ 마치고 돌아갈 때쯤 다크서클 하나씩 갖고 가는 거죠.
저도 집돌이라 제주 살고 싶네요ㅎㅎ

다크서클 ㅋㅋㅋㅋㅋ

내향인끼리만 모이면 분위기가 너무 잔잔해지곤 하더라고요. ㅋㅋㅋㅋ

ㅋㅋㅋ 뭔지 알 것 같아요 어색어색한 에너지 딸리는 내향인들의 모임. 재밌는 컨셉이네요 ㅋㅋㅋㅋ 그렇게 모이면 그중에서 가장 외향적인 분이 외향인 역할을 하게된다는 ㅎㅎ

아마도 고물님이 외향인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ㅋㅋ

만남은 언제나 즐거움이...

제 생각보단 즐거움이 많더라고요 :D

저는 외향적인 편이긴 하지만 조직이나 단체에서 한꺼번에 많은사람을 대하는건 좋아하지 않고 너무 힘이들어요.
이렇게 소소하게 가지는 만남은 얼마든지 좋지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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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조직/단체 그런 만남도 필요할테지만 좋아하기 즐기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ㅎㅎ 소소한 만남이 역시 최고죠! ㅎㅎㅎ

글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어요. ^^

헤헤- 나하님의 기분이 좋아지셨다니 덩달아 기분 좋아집니다~ ㅋ

미친 짓까지는 못할 거 같아요. 그것도 젊고 기운 팔팔할 때 하는 거라.. 대신 가끔 사소한 용기는 내보려고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

미친짓은ㅋㅋ 안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무슨 소리 불이님 아직 팔팔하시지 않으신가요? ㅎㅎㅎ
네 뭐든 감당할 수 있을만큼 해보는 게; 적당히~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언제봐도 대단하심. 제3의 자아가 진짜같은데요..

ㅋㅋㅋ아니에요. 비눈님 아주가끔(?)생기는 일이랍니다. 그러고보니 비눈님 요새 글이 뜸하시네요. 많이 바쁘신가요?

곰돌이 2700번째 댓글 축하드려요~~~ 벌써 몇번째인지 이 놀라운 당첨운ㅎㅎ

평소 당첨운이 없는데 제가 곰돌이를 사랑해서 그런지 ㅋㅋ곰돌이만큼은 몇번째 당첨인지 감사합니다 곰도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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