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1. 이문열 삼국지 나관중 삼국지.. 뭐가 이렇게 많아?

in kr-series •  7 years ago  (edited)

삼국지는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자 문화 콘텐츠입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죠.

특히 ‘삼국지 게임을 해볼까?’ 싶으면서도 삼국지 내용을 잘 몰라 선뜻 손이 가지 않거나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권짜리 요약본은 너무 압축한 탓에 읽어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그렇다고 10권짜리 책을 읽자니 손이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의는 뭐고 정사는 뭔지, 이문열 삼국지는 뭐고 나관중 삼국지는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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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처럼 우려먹고 있는 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이 게임을 하면 중국 지리에 해박해집니다.


그리하여 삼국지덕후인 저는 삼국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알기 쉽게 삼국지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또한 인터넷에 난립하는 잘못된 정보도 바로잡고자 합니다. 정사와 연의는 물론 게임과 만화, 드라마 등과도 조금씩 비교해 볼게요.

그럼, 삼국지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시작합니다.

삼국지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1.

이문열 삼국지 나관중 삼국지.. 뭐가 이렇게 많아?



삼국지는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걸까?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본 삼국지는 이문열 삼국지, 나관중 삼국지, 좀 더 나아가서는 황석영 삼국지, 월탄 박종화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만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창천항로나 화봉요원 등의 작품도 들어보셨겠지요.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나관중이 쓴 ‘삼국지통속연의(흔히 삼국연의, 연의라고 부름)’를 말합니다. 이문열이나 황석영의 삼국지 등은 모두 이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물론 이문열 삼국지 등은 나관중의 삼국지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평역’을 하고 있어 실제 나관중이 쓴 삼국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삼국지라도 역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내용은 물론 문체도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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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만화가 진모 작가가 그린 '화봉요원'은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을 연상케 하는 허무주의가 저변에 깔려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국내 정발이 중단되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삼국지인 이문열 삼국지는 어려운 문장으로 삼국지를 마음잡고 읽어보려는 많은 이들을 좌절시키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페이지 읽다가 ‘아 이건 안되겠다’하고 저도 접었으니까요.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오리지널 ‘나관중 삼국지’ 내용을 알고 싶다면 월탄 박종화 삼국지를 추천합니다. 역자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고 고풍스러운 문체가 ‘시대물’을 읽는 맛을 주거든요. ‘여포가 조조의 투구를 땅 쳤다’ 같은 문장은 참 위트가 있어 깔깔 웃게 됩니다. 이 책은 제법 쉽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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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탄 박종화 삼국지.


나관중의 삼국지는 역사소설입니다. 180-280년의 중국 후한 말부터 진나라(서진) 성립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실존한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쓰여졌지만 그 실체는 분명한 소설, 허구입니다. 따라서 삼국지에 나온 사건이나 인물이 그대로 있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위해 실제 있었던 사건을 가공한 경우도 많은데, 박망파 전투가 그러합니다. 박망파 전투는 202년경 일어났지만 연의에선 제갈량이 활약한 것으로 나옵니다. 제갈량이 유비군에 합류한 게 207년이니 역사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는 유비군에 막 합류한 제갈량에게 공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의 업적 중 상당 부분은 허구입니다. 제갈량이 실제로 전투에 나선 것은 6차례의 북벌 뿐이었으며, 그마저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갈량이 대단한 인물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는 우수한 군사가 아니라 뛰어난 정치가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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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씨리즈의 '제갈공명전' 중 한 장면. 청년실업과 제갈량의 삼고초려를 접목한 수작입니다. 굉장히 재밌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이말년씨리즈 단행본 1권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실제 역사는 어떨까요? 이는 진수의 삼국지를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진수는 진나라 시대의 역사가로, 후한 - 위(촉/오) - 진 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오래 지나지 않은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하는 사료는 일절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수의 삼국지는 매우 간략합니다.

진수의 삼국지에 다양한 사료를 덧붙여 주석을 단 것이 배송지입니다. 송나라 시대 사람인 배송지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을 적은 자료까지 모두 참고하여 일단 다 쓰고 봤습니다. 그래서 배송지의 주석은 진수가 쓴 내용보다 훨씬 많았죠. ‘어느 책에는 이러이러 했다고 하니 그 진위는 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오’ 식입니다. 사가로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 시대 분위기나 실제 대중의 여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삼국지 연구는 물론 수많은 관련 문화콘텐츠를 탄생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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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소설가 키타가와 겐조의 삼국지는 코에이의 진 삼국무쌍 등 일본발 삼국지 관련 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국내 정발본은 절판이지만 현대일본소설 식의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원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사가 궁금한 사람들은 진수의 글에 배송지 주석이 붙은 삼국지를 읽으면 됩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진수의 삼국지는 2007년 민음사에서 나왔으며, 위서 2권, 오서와 촉서 각 1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송지 주석이 빠져있습니다.

벌써 2018년이니 슬슬 배송지 주석의 삼국지 번역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들 보고 계시면 좀 내주세요..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


  • 참고서적 _ 정사 삼국지(진수 저, 민음사)/삼국지 강의(이중톈 저, 김영사)/위진남북조사(이공범 저, 지식산업사)/나관중 삼국지(나관중, 우위 저, 일빛)/삼국지의 책사들(나채훈 저, 바움)/삼국지 오디세이(다카시마 도시오 저, 심산)/삼국지 군사34선(와타나베 요시히로 저, 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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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 시리즈가 따로있는건 몰랐네요 한번 봐봐야겠어요 ㅋㅋ

제갈공명편은 이말년 씨리즈 중에서도 레전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추!

역시 역사라는게 단순하게 책몇개보고 이게 사실이겠거니 판단하는게 참 위험한 것 같네요. 제갈량에대한 내용이 그런줄은 몰랐습니다.

같은 사건, 인물에 대해서도 학자들마다 얘기가 다르니까요. 사료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갈량은 저도 처음엔 좀 충격이었어요ㅎㅎ

아주 어릴 때 한번 보고, 커서 다시 완독해야지 각 잡고 앉아도 매번 실패하고 있습니다.
lilylee님 덕분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엔 골라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네요 ^^
풀보팅과 리스팀으로 삼국지 덕후님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도전해보세요~ 어렸을 때 보시는 거랑은 또 확연한 차이가 있을 거예요.

청천항로도 재미있게 본 삼국지 만화입니다. 조조의 시각이라 더 신기했던거 같아요. 삼국지 게임은 대항해시대와 더불어 지리를 익히는데 최고이지요.ㅎ

창천항로는 정욱의 은퇴를 그려줬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데선 서서 꾀어낼 때만 나오고 거의 비중이 없어서..
역시 게임으로 공부하는 게 최고입니다. 학창시절에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음?)

헉 이말년 시리즈....ㅋㅋㅋ
판다군이 삼국지 완전팬이라 줄줄 외우고 있더라구요...
아쉽게 판다양은 거의 모르는....데헷

ㅋㅋ저도 잘 몰랐는데 게임하다 빠져서 현재에 이르렀네요..
지금은 삼국지 인물이나 사건이 나오면 옆에서 남편한테 설명해줍니다.

I love the heroes! ^^

Yo también!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