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스티밋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in kr-steemit •  6 years ago 

한참 전 얘기다.
당시 "다른 코인 구매" 포스팅이 성행했었다. 누군가 글을 올리고, 거기에 보팅을 하면 보팅에서 주어지는 저자 보상 부분(에서 수수료 떼고)으로 다른 코인 (예를 들면 스텔라나 ADA 같은 거)을 산 후 보팅한 금액의 비율로 적립해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스팀파워 보팅으로 사는 구매 대행 서비스였다. 그리고 이 서비스(?)가 스티밋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가치란 바로 스티밋의 궁극의 목표인 "소통의 가치"이자 동시에 글로 표현되는 "생각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물론 "소통 및 생각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순수함에 더하여 스팀에 여러 기능이 더해지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공격적인 글을 한 번 적었었는데...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몇 달)이 흘렀다. 당시 내 글에 와서 "생각의 가치"를 강고히 주장하던 사람이 지금 스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이렇게 되는 모습을 예견하고 미리 활동을 중지한 거였나?

얼마 전(= 1-2주 전) 한 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 글을 쓴 분 역시 처음에는 작가의 입장에서 스티밋에서 잘해보려고 활동 시작하셨으나 곧 그 한계를 느끼고 최근에는 투자자의 입장으로 돌아선 분이었다. 그 분 글의 주 내용은, "스티밋 생태계는 결국 스파가 모든걸 결정한다. 그래서 스파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실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느끼기로 너무 갑작스런 태도 변화도 놀라웠지만 (그리고 이 부분은 그 분 사정이라 사실 내가 뭐라 할 처지도 아니고), 사실 가슴 아픈 부분은 "스파가 모든걸 결정한다"라는 내용을 스티밋의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나도 안다. 그것은 현실이다. 어떤 이의 글은, 그리고 발언은 스파에 많이 좌우된다. 그래서 스파 높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않나? 스티밋 본연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그 부분은 부작용 같은 거 아니었나? ... 모르겠다. 빨리 빨리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나만 청학동에 들어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 건지도.

최근 스팀코인판 (SCT)에 대해서 한가지 실망스러운 점을 알게되었다. 그것은 큐레이션 보상 방식이 스티밋과 달리 설계되어서 셀봇 보다 오히려 대세글, 보상 많은 글에 늦게라도 보팅을 따라 붙이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설계로 인해 셀봇은 자연스레 없어질 거란 얘기였다. 물론 나도 셀봇을 좋아하진 않는다. 셀봇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웃에게 얼마나 신경을 안쓰면 셀봇할 보팅 파워가 남는거지?' 라는게 내 기본 생각이다. 특히 자신의 글에 정성스런 댓글 달아준 사람에게는 10% 보팅 주고 그 밑에 '감사합니다' 다섯 글자 적어놓고 댓글 셀봇 100% 하는 사람 (실제 본 적 있습니다!)은 진짜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그 부분은 좋은데... 대세글에 늦게라도 보팅 합류하는 게 좋은 시스템이라... 이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시스템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떤 글이 대세글에 오를 수 있는가, 내 글이 대세글에 오를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대세글에 오를 만한 작가가 되는 것은 스티밋에서 소소하게 치킨값 버는 작가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더 높다. 그렇다고 큐레이션으로 이득을 보려면 결국 그 토큰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럼 다시 투자 얘기로 귀결된다. 한 때 스티밋이 리소스 크레딧 시스템 도입하면서 신입들에게 허들이 너무 높다고 성토했던 적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신입들이 무조건 스팀 얼마씩 사서 시작해야 하냐고 따졌었다. 이 의견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적고 보니 동전의 양면같은 형상인데... 하나를 잡으려니 다른 하나를 놓칠 수 밖에 없는 것이려나. 그런데 사실 이런 내용들과 상관없이 스코판은 나와 맞지 않는다. 나처럼 피드가 밀려서 3-4일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사람에게 보상 3일 마감은 너무 짧다. 그래서 SCT 토큰은 팔아서 스파로 환전했다. 보팅바 유지하려니 500스파는 되어야 겠는데, 이제 저 지긋지긋한 유료 임대의 덫에서 벗어나고 싶다! (외제차는 좀 굴려야겠는데, 이제 저 지긋지긋한 학자금 또는 집담보 대출에서 벗어나고 싶다... 라는 느낌이네ㅋ)


그래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 중에서 그나마 생각난 것이, "이웃에게 댓글을 좀 더 달자"이다.

여러 사람들이 스티밋에 보팅도 자동 보팅봇에 맞겨놓고, 삶이 바쁜건지 아니면 다른 더 재밌는 거리가 있는건지, 무플 포스팅이 점점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거기에 의미있는 댓글을 달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식적인 댓글은 달고싶지 않다. 예전에 두 팀이 서로를 비판하며 대응하는 포스팅 싸움? 전쟁?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중에 어떤 사람이 여기서는 '아이고 맞습니다' 하고 저기서는 또 '맞네요 맞아' 하는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사람이 황희 정승같은 대인배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은 이렇게 하는데... 사실 쉽지 않다. 평소 생활에서도 과묵함이 특기인 사람인지라 가벼운 말 남기는 것도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말 하면 어떨까, 저런 말 하면 오히려 상처받는 건 아닐런지, 소심해지기도 하고... 아무튼 나만의 스티밋 제1원칙은 '네 이웃을 돌아보라'로 정했다.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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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게 때론 형식적일 수도 있고, 또 인삿말 하나에 너무 진심을 다하는 것도 서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소심해 지지 마시고 그냥 가볍게 형식적인 댓글 달아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하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좀 써서 신중하게 댓글 단다는게 나중에는 오히려 댓글을 안달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더라구요... 당연히 때론 그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 진심어린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근데 '네 이웃을 돌아보라'는 원칙. 멋진 원칙이네요. 저도 그런 원칙 함 세워봐야겠어요^^

저도 하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좀 써서 신중하게 댓글 단다는게 나중에는 오히려 댓글을 안달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더라구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맞아요. 저도 그래서 머뭇거리다 넘어간 적 많아요. 무플보단 정말 악플이 나을까요?ㅋ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댓글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했더니 제가 아는 분의 부계정이었군요 ㅎㅎ

@dj-on-steem님이야말로 정말 글에서 엄청난 흥미와 내공을 감지했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많이 부탁드려요^^

죄송하지만 그 기대에는 부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정도의 글은 신변 잡기 글 한 50에서 100개 정도는 써야 한 번씩 나오는 레어템이어서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랬군요 그럼 다음 레어템을 손꼽아 기둘려 보겠습니당^^

글이 술술 잘 읽힙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정독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저를 다시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네요. ㅜ

저는 스팀잇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옳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셀봇이 옳다 그르다라고는 판단해본적은 없습니다. 제가 셀봇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좋을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셀봇이 그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절대 안한다'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제 큐에서 우선순위가 낮을 뿐이죠 ^^ (참, 글 올리면서 셀봇인 상태로 올리면 그 보팅의 큐레이션 부분은 소각되는 거 알고 계시죠?)

저도 안피곤님의 개발 성과 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댓글 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글의 홍수에서 좋은 글을 찾게 되는 건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단숨에 읽었다는...

확실히 스팀엔진 이후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어요. 뭐가 맞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분위기 달라져도 변함없는 활동 보여주시는 키위파이님! ㅎㅎ

스파가 낮으니 참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올렸어요. ㅠㅠ
올리고 나니 세상이 달라지더군요. ㅠㅠ

올려서 만족하신다면 그걸로 된겁니다. 이웃에게 따뜻한 나하님 모습으로 좋습니다.

대세글 보상 몰아주기는 양질의 작가와 글을 유입시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합니다. 예전에는 좋은 글을 써도 작가가 스파가 없거나 고래의 지원이 없으면 점 찍는 글에 묻혀 버렸죠.

다만 말씀대로 투자없이 큐레이션으로 보상 받기는 많이 힘든데 이 쪽을 원하신다면 기존 스팀잇 쪽이 좀 낫겠습니다..만 거기도 스파 없으면 큰 의미는 없죠.

대세글 보상 몰아주기는 양질의 작가와 글을 유입시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합니다. 예전에는 좋은 글을 써도 작가가 스파가 없거나 고래의 지원이 없으면 점 찍는 글에 묻혀 버렸죠.

의도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어떤 글이 올라왔을 때 그 글이 대세글로 가느냐 마느냐는 초반 30분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초반 30분에 일정 이상의 (사실 상당한) 보팅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곳이 대세글의 세계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댓글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모든 유저들이 초반 대세글에 글이 보인다고 무조건 보팅 하지는 않을 거라는, 글을 읽어보고 합당한 보팅 가치에 대해 판단을 할 거라는 가정을 제가 무시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 가정이 잘 지켜진다면 괜찮을 것도 같네요. ^^

대세글 보상 몰아주기는 양질의 작가와 글을 유입시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합니다.

저는 이 의견에는 조금 반대합니다. 보상을 보고 들어올 수 있지만 그것은 스팀잇을 경험해보지 않고 겉면만 보고 판단한 것이죠. 문제는 유입되고 난 뒤, 그 저자가 대세글에 올라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현재 스코판의 구조는 정말 눈에 띄는 좋은 글로 보상을 모으는 것이 아니면 스코판에서 큐레이션 하는 독자층이 되기란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신규 가입자가 단순히 많은 보상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 스팀을 투자해서 들어올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입자는 얼마나 될까요? 운영진에서 시장 타겟을 소수의 투자자를 보았다면 맞는 방향일 것 같지만, 활동할 유저가 들어오는 진입장벽이 이렇게 높으면 이후 sct의 가치를 유지하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9/6/27]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nerva 뉴욕 dj-on-steem/td> DC 근교 hello-sunshine DC

특히 자신의 글에 정성스런 댓글 달아준 사람에게는 10% 보팅 주고 그 밑에 '감사합니다' 다섯 글자 적어놓고 댓글 셀봇 100% 하는 사람 (실제 본 적 있습니다!)은 진짜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ㅋㅋㅋㅋ 셀봇에서 뜨끔하긴 했는데..(뭐 어차피 워낙 별로 없는 스파이다보니..) 제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네요 ㅋㅋ


고민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 중에서 그나마 생각난 것이, "이웃에게 댓글을 좀 더 달자"이다.

저도 똑같은 고민으로 소통이 적은 분들이 스코판에서 독자가 될 수 있는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스팀에 대규모 신규 유입자가 올 가능성은 스팀 시세 상승으로 인한 유입 밖에 없는데, 그 때쯤에는 이오스나 리브라 기반 sns출현에 밀릴 것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이제는 신규유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장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르바고님 여행다니시는 모습만 보다보니 이런 모습이 좀 낯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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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years ago (edited)

나름 제 1년반 스팀잇 중 절반 이상이 큐레이터로 활동했었는걸요 ㅎㅎ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앗 그러셨군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개천에서 용나기" "사다리 걷어차기" 이런 말들이 연관되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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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작가에서 투자자로 돌아선 분의 이전과 같은 글을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목적을 달성하고 안정적인 생활이 되었을 때 다시 좋은 글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진심이 담긴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드는 밤이네요.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 분에겐 그 분의 사정이 있는걸 아는지라 저도 아쉽지만 그 분 일이 잘풀리길 바래봅니다.
밤에 주무셔야 하는데 제 글 때문에 정신이 너무 번쩍 들어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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