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확하게 한평에다가 상치 20포기쯤 심었다. 그리고 토마토, 가지, 고추 12그루를 나머지 두평에다 심으려고 텃밭을 뒤집었더니 흙이 부족했다. 게을러터진 나는 12그루의 거시기들을 그대로 텃밭 옆에다 방치했는데 아뿔싸, 그날밤이 장날인거라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 하룻밤 지나고 다음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방치한 그들이 저체온증에 걸려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온실로 옮겨 물을 주고 오후에 가서 그들의 안부를 묻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생생하기만 하다. 참으로 생명의 신비는 경외롭기만 하다.
대부분의 생명체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맑은 물, 공기, 흙이면 충분하다. 그들과 대화하고 생명의 존재를 경외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살아간다는 일은 별거 아니다. 하지만 별거 아닌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 별거 아님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 나는 얼마나 방황해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