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1] 까미노 출발지, 생장피드포르에서 순례자 등록까지

in kr-travel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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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로 가득한 사무소, 이 뒤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장 순례자 사무소

정식으로 순례자로써 첫 발을 내딛기 전, 순례자 사무소에서 등록을 하고 끄레덴샬을 발급받아야 한다.
아직 익숙치 않은 짐의 무게 탓에 얼마 되지 않는 오르막길을 헉헉대면서 올라간다. 사무소의 위치를 체크해 두긴 했지만 어짜피 기차역에서 내린 모든 순례자들이 그 곳으로 향하기 때문에 조용히 뒤따라 갔다.

드디어 도착한 순례자 사무소.
크지 않은 공간에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까 기차에서 본 한국인들도 순례자 등록을 위해 우리와 함께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자 여권을 건네주고 나의 신상을 기록했다.

"Oh, South Korea! 안녕하세요!"

희끗희끗한 머리의 담당자 할저씨(?)는 어눌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내 뒤에 서 있던 한국인 남자애들에게 '너희도 한국인이니까 같이 들어'라면서 내일 우리가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드디어 내가 순례자임을 증명해주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았다.
텅텅 비어있는 끄레덴샬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도장을 찍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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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우리가 생장에 도착한 날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개가 한 켠에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가진 동전을 넣고 뽀얗게 반짝이는 조개 한 개를 집어들었다.
앞으로 나의 여정에 함께 할 이 조개를 보니 내가 정말 순례자가 되었구나 실감이 났다.

J는 동전을 모두 털어 자신의 조개와 친구에게 줄 조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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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의 무게는 전생의 업보

J와 H를 기다리며 배낭의 무게를 재 보았다.
등산화까지 포함해서 가방은 11키로에 육박했다.

아침에 면 티셔츠 한 장, 등산복 상의 한 장과 브라 한 개를 뺐고, 인천공항에서 미니 삼각대와 옷가지 하나를 뺐지만 이 무게였다.
순례길에서 가장 적절한 배낭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의 10%라고 하는데 나는 그 두배에 해당하는 짐을 짊어지고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J의 배낭 무게는 나보다 더 했다.

배낭의 무게는 자신의 업보라는데 우리는 전생에 업이 참 많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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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나오는 배낭 무게

순례자 등록비용 : 2유로
가리비 도네이션 : 1유로

생장 순례자 사무소
39 Rue de la Citadelle,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https://goo.gl/maps/4zqY7pqVmk32


55번 알베르게

까미노를 준비하면서 숙소에 대한 걱정이 컸다.
어떤 사람은 불친절한 호스트때문에 기분이 불쾌하다하고, 열악한 시설에 찬물로 샤워를 해야했다고도 했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들도 있고, 배드버그가 있을 정도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들도 있다고 했다. 적어도 순례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은 그런 걱정 없이 편하게 자고 싶었다.

55번 알베르게는 까미노 커뮤니티에서 나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순례자 사무소에서 이 알베르게로 배정해주었을 때 기대가 컸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되지 않고 샤워부스도 2개밖에 쓸 수 없어서 불편했다. 순례자 숙소를 처음 이용하는 터라, 당시에는 이 숙소가 진짜 좋은 숙소인 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갈 모든 숙소가 이것보다 더 열악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생장 알베르게 중에 가장 괜찮다고 했는데...
이거보다 안좋으면 도데체 얼마나 별론걸까...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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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배정받음. 시트는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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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널부러진 나의 짐과 널어놓은 빨래들

순례길에서 묵은 여러 숙소들과 비교했을때 이 곳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숙소다.
하루 묵어도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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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뷰는 예뻤다

뷰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던 55번 알베르게.
숙소에서 바라본 마을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55번 알베르게
조식포함 가격 : 10유로
55 Rue de la Citadelle,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https://goo.gl/maps/wRDGKwPSYjx


업보 덜기 - 동키서비스 신청

정신없이 순례자 등록을 마치고 알베르게에 짐을 푼 뒤 우리는 마을로 나왔다.

평균 10키로에 달하는 우리의 업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짐 일부를 동키서비스로 부치기로 했다. 짐당 8유로에 다음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까지 보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조금씩 모은 짐을 한 꺼번에 같이 보내버렸다.

동키서비스
거리를 지나다보면 당나귀 간판이 눈에 띈다. 그 곳에서 짐 운반 서비스를 신청한다.
가격 : 8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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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부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지만 어리석게도 1키로 남짓 되지 않은 물건들만 보냈기에 다음날 크게 후회했다. 기왕이면 침낭이랑 당장 필요없는 것들 싹 부쳐버릴껄...

하지만 그 땐 그 조금의 무게라도 덜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나란사람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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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마을 답게 마을 여기저기 순례자용품으로 꾸며져있다.


본격적인 마을 구경

마을 구경이라고 하고 슈퍼 찾아 삼만리- 라고 읽는다. 내일부터 길을 떠나야하는데 중간중간 먹을 간식, 물 등을 사기 위해 상점을 찾으러다녔다. 순례길 내내 마을에 도착해서 슈퍼를 찾아가는 것은 정말 필수적인 코스(?)였는데, 따로 마을 구경을 하러 나가기 보다는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것들을 구경했다.

내일 코스는 론세스바예스까지 마을이 단 한 개 뿐인데다가 산을 넘기 때문에 꼭 먹을 것을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어느 구석진 조그마한 상점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방울토마토 한 팩과 건과일 한 팩을 포함한 몇 가지를 샀다.

이 때는 순례길 물가에 대한 감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물과 토마토가 너무 비싸다.

물 500L 2개 1.6유로
초코바 0.9 유로
건과일팩(소) 2.2유로
방울토마토1팩 2.2유로
휴지 1롤 0.4유로
= TOTAL 7.3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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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우비를 준비해오지 못했기에 적당한 가격대의 우비를 찾으러 다녔다.
피레네 날씨가 그렇게 지랄맞다는데 지금 하늘을 봐도 변덕이 심하니 우비를 여기서 미리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싼 탓에 J는 쉽게 구입을 결정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생장에서 순례 용품을 다 파니 굳이 다 준비해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생장에서 순례자용품들의 가격을 살펴보니 꽤나 비쌌다. **

예를들어 판초 우의의 경우 나는 한국에서 2만원이 안되는 가격을 주고 샀는데, 이 곳의 우의 가격은 50유로 이상이었다.
등산스틱의 경우도 2개 1세트를 나는 2만원대에 구입했는데, 여긴 스틱 개당 2만원이 넘는다. 여기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살 수 밖에 없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있겠지만 순례길에서는 고성능의 용품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예산을 넘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마련해오거나 생장으로 오기 전 데카트롱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참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한 작은 상점에서 8유로 정도 되는 판초우비를 발견했다. 나와 H의 우비보다는 얇긴 하지만 순례중에 맞는 비를 피하기는 적당한 듯 했다. 그리고 J가 이 날 우비를 산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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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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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렸다 맑았다 변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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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찍은 사진에 이탈리아 할아버지와 그 아들이 찍혔다. 이 할아버지와는 나중에 친해졌다.

**순례길 성수기는 7,8월이다. **
내가 떠난 5월은 성수기는 아니었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거리마다 식당마다 눈에 띄었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내일에 대한 걱정반 기대감 반으로 입맛이 없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순례자들은 맥주와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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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과 그 주위에서 풀을 뜯는 양들


Bocadillo

저녁으로 뭘 먹어야 할까 돌아다니는데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
딱히 먹고싶은 것도 없어 돌아다니다가 보카디요집을 발견했다.
스페인 음식이라고는 하몽과 빠에야밖에 몰랐는데 H가 스페인식 샌드위치라고 알려주었다.

여태 샌드위치처럼 보카디요도 빵 사이에 넣는 재료에 따라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뭐가 맛있는지 몰라서 메뉴에 있는 아무거나 시켰다. 내가 먹은 것은 바게뜨 사이에 초리쪼가 들어간 Bocadillo.
초리쪼라는 햄을 넣어 만드는데 짭쪼롬하니 먹자마자 취향저격! 같은 것을 시켰던 H 역시 이 맛에 반해버렸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던 터라 절반만 먹고 나머지는 내일 점심 도시락으로 먹으려고 가방에 넣어두었다.

초리쪼 보카디요
가격 : 3유로(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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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디요를 만드는 아저씨의 손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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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게 더욱 흐려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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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 알베르게 가는 길


나는 잘 도착했고 내일이면 순례길을 떠난다고 집에 연락을 하고선 생각해보니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퇴근길에 케익 한 상자 사 들고가 가족들이랑 함께 어버이날을 보냈을텐데
나와있으니 그럴 수 없어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동생이 잘 챙겨드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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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30분. 어둠이 깔리지 않는다. 한국이라면 벌써 밤이 깊어 하늘에선 별이 반짝일텐데. *

친구들에게 선물받은 침낭이 따뜻하고 아늑하다. 비싸고 무겁긴 하지만 잠은 편하게 자야하니까.ㅋㅋ

내일 그토록 꿈꾸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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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0.나는 왜 걸었을까
1.산티아고 순례길 D-1 바욘역에서 기차를 타고 생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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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우왕, 항상 감사합니다 :)

순례길의 시작이군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 할게요!

감사합니다!
벌써 2년 전 이야기인데, 포스팅을 하는동안 다시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항상 재미있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