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동구권의 여러 나라가 그 지배에서 풀려나고 있을 때, 프랑스의 가톨릭 교단이 운영하는 어느 우파 잡지에 가톨릭 신부이기도 한 어느 우파 논객이 이와 관련된 글을 발표했다. 헝가리, 폴란드 등지로 여행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나, 경건하고 건강한 삶의 마지막 모델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썼다. 동구 노동자의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발자크와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보들레르와 투르게네프와 마야콥스키의 시집을 포함한 백 권 남짓한 책이 잘 정리되어 꽂혀 있는 그 서가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달력이나 잡지에서 오린 성인들의 초상화, 또는 쿠르베나 르누아르의 그림을 집주인이 손수 만든 액자에 끼워 걸어놓은 식탁 옆의 아름다운 벽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일상의 대화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건 정신을 집중하여 듣고, 어떤 가벼운 화제라도 정신을 집중하여 말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썼다.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은 진실이야 어찌되었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연극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썼다.
옛날의 동구건 지금의 동구건, 나는 동구에 가본 적이 없기에, 그 신부 논객의 진술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그의 예언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지금 내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 바로 내 삶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던 바의 진의를 어느 정도 짐작한다. 어떤 원칙도 없이 허욕과 허영에 기대어 아슬아슬한 연극을 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며, 신부 논객이 지난 지설 동구의 삶과 대비하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이 비천한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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