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공포

in kr-writing •  7 years ago 

어제 조기 퇴근에 오늘은 병가까지..

감기 기운이 더 심해져 아침부터 지금까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휴식 중에 가만히 있기 싫었던 나는 지난번에 샀던 책 여러권을 꺼내 마져 읽기 시작했고 그 중 "위대한 유산" 책 구절에 생명 파트에 소개된 시가 내 마음을 따갑게 때렸다.

독일[폴란드] 의 신비주의 철학자이자 종교시인이었던 앙겔루스 질레시우스의 시

나는 존재하나 내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왔지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나는 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유쾌하게 산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어디선가 봤던 시 같더니 역시나 똑같은 시의 구절이 <지식: 생명·자연·과학의 모든 것> 에도 등장한다.

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 존재에 대한 질문은

이 알고 싶은 질문의 답은 정녕 알 수 없는 것일까

모르는 상태로 만족하며 저 시인 처럼 유쾌하게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미 한방울 흘린 검정색 잉크로 인해 내 어항의 물은 원래의 투명한 색을 잃었다.

나는 처음엔 종교를 공부하며 종교에 빠져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내 만족스러운 답을 찾을 수 없었고

과학에 빠졌다. 처음엔 '나' 를 인간으로 확장하여 생물학에 빠졌다.

그러다가 이 '인간' 이라는 것에서 '우주'로 확장이 되어

물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우주' 라는 것에서 '존재' 라는 것으로 확장이 되어

수학과 철학에 빠졌다.


공부를 계속 해가면서 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더욱더 심한 고통에 빠져가는 것 같다.

저 질문을 할 때마다 밤잠을 설치곤 해서 가능하면 저 질문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한동안 저 질문과 마주치지 않고 잘 살아왔었는데 ㅋㅋㅋㅋ

오늘 어쩌다 마주치게 되었다.

모른 다는 것에 대한 공포는 내 몸을 화염에 뒤덮히게 만들고 있다.

한창 뜨거워진 내 몸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몇 글자라도 적어본다..

괜히 감기를 원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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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ㅠㅠ 집에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마련입니다 .

과학자들이 나노단위의 세포부터 광활한 우주까지, 일반인들보다 잘 알기에 우울증이나 극심한 염세주의 빠지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쾌차하셔서 으쌰으쌰!

헛...... 근본적인 질문에 빠지면 스스로 납득하는거 외에는 약도 없는데 감기라도 훌훌털어버리시길!

저 시가 정말 마음을 따갑게 때리는군요...ㅠㅠ

알수 없는 또는 알더라도 정답인지 확인이 안되는 근원적인 질문....철학자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올려주신 시...정말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