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미술관에서 「라파엘로의 방」을 나오면 관람 동선은 시스티나 성당 안으로 이어집니다. 이 성당 안에서 생각한 것도 「라파엘로의 방」에서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하나 차이가 있다면 엄청 크다는 겁니다. 성당이 특별나게 크다는 게 아니라 성당을 꽉 매운 벽화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쯤 되면 막 그려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법한 데 잘 그려 놓기까지 했어요. 원상태 그대로 유지된 건 아니고 나체였던 인물에 천이 걸쳐지거나 큰 보수가 있기도 했지요. 아쉽게 사진 촬영을 금지해서 제가 본 것을 보여드릴 순 없네요.
성수기도 아닌데 성당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한참을 서 있어야 바깥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편안하게 벽화를 볼 수 있어요. 넋 놓고 서서 보다가는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수도 있으니 서둘러 앉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으니 웅성웅성해지는 소리가 점점 커질 때가 있는데 이때 사제가 나와서 이곳은 성스러운 공간이니 다소간 조용히 할 걸 부탁하며 각 나라의 말로 사람들을 축복해줍니다. 그럼 사람들은 조용해졌다가 시간이 흐르고 웅성웅성한 소리가 커질 즈음이 되면 또 사제가 나와 사람들을 축복하지요.
사회에 부족한 게 없으면 규모는 썩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더 갖길 원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거대한 규모를 이룰 수 있게 자원을 몰아 줬다는 점은 규모 있는 것의 의미 중 하나입니다. 규모를 이루는 건 단지 특정 기술에 탁월해서만 되는 게 아니에요. 꼭 죽어야 하는 사람이 살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별로 되지 않지요. 다른 이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으니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기획자가 그런 걸 다 조율하고 심지어 자신이 일을 맡은 사람이 너무 잘 해내서 질투 나는 부분까지 인정해야 거대한 규모가 이뤄진다. 당장 살면서 저는 남이 조금이라도 잘난 것에 배알이 꼬이고 누군가와 같이하는 일이 제 맘대로 되지 않는 걸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규모를 이루는 사람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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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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