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16] 마드리드 공항과 정차되어 있는 택시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온 이유는 오슬로행 항공권이 싸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심야 우등을 탔고 가격도 숙박비보다 쌌으니 저에게는 아쉬울 것 하나 없이 좋았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탈것에 오르는 게 참 좋거든요. 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한 우등버스니 굳이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다가 돈 더 주고 오슬로행 비행기를 탈 이유가 없지요.
같은 스페인이지만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는 택시 색부터 다릅니다. 바르셀로나의 택시는 검은색인데 어느 순간 하얀색 택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비행기를 타야 해서 마드리드를 돌아보진 못했어요. 버스 내린 곳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들어갔습니다. 마드리드 공항 음수대 물은 로마 수돗물 보다 먹을 만했어요. 보안 검색 구역에서, 투시기 안으로 승객들의 짐을 싣고 가는 바구니를 롤러나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원위치에 놓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구니를 들고 엑스레이 투시기를 오가는 걸 보니 마드리드도 역시 스페인입니다. 바구니를 포개서 한꺼번에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딱 하나씩 옮깁니다.
저에게 공항은 누군가 떠나면 영영 잡지 못할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버스 터미널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제 누군가 공항에서 떠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공항에 갔을 때 느꼈던 긴장스런 낯섦은 어디 가야 느낄 수 있을까요? 잠시 지나간 마드리드에서도 바르셀로나와 확연히 다른게 눈에 보였습니다. 지천으로 널린 게 새로운 건데 제가 무뎌진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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