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가까워진다는 것

in kr-writing •  7 years ago  (edited)

내 나이 마흔하나. 십대를 지나, 이십대를 넘어 삼십대가 쏜살 같이 지나가 버렸고 이제 벌써 사십대다. 사실 나이 먹는 것을 인식하고 살기에는 너무 바빠 내가 한살 두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철이 안들어 아직도 이팔 청춘 철부지처럼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늙어간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누군가를 떠나 보내게 되는 횟수가 늘어감을 느낄 때 그 때이다. 지인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조금씩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가족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때가 오는 것이다. 물론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말이다.

지난주 집에 오기전에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계신 시할머니의 병실에 들렀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첫째와 둘째에게 무엇이 그리 아쉬우셨는지 아이들 면전에 대고

다섯밤만 자고 또 오너라.

를 꼭 말씀하시고 하던 건겅하셨던 할머니는 갑자기 곡기를 조금씩 멀리하시더니 결국 중환자실까지 가신 것이다.

간신히 영양제로 연명하셨으니 할머니의 몸은 뼈만 남아 앙상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누워만 있어서 몸 이곳저곳이 아픈 듯 몸을 조금씩 움직이실때마다 고통스러운 표정이 뼈만 남아 앙상하게 남은 얼굴 전체에 묻어났다. 그래서 나는 연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인위적인 느낌이 참 싫다.

얼마나 힘이 드실까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피가 온몸 전체에 전달되지 못해 발가락 끝은 이미 검붉게 괴사 상태가 되어가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할머니의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이미 할머니의 죽음을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 순간 만큼은 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잠자는 것처럼 편하게 아프지말고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 하시는지를 절절히 공감할 수가 있었다. 힘들어하시는 모습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진심으로 빌어 드리는 것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이제 그만 힘들어하시고 편히 가세요. 이제 그만 아프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차마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리고 할머니한테 말했다.

할머니.. 다음주에 또 올게요.

그리고 약속한 날이 얼마지 않은 어제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순간 할머니와 마주했던 마지막 그 순간이 고스란히 기억이 났다.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왕할머니가 계셨다.

이제는 정말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계시다'와 몇획 차이도 안나는 말인데 이제 다시는 살아서 볼 수가 없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 버린 과거형의 '계셨다..' 이 말이 참으로 서글프고 아픈 말임을 나는 지금 깨닫는다. 산다는 것은 또 누군가와의 이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살아 생전 할머니 좋아하시던 것도 잘 사다 드렸는데, 오늘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 그렇게 좋아하셨던 증손주 녀석들 얼굴 한번 못보여 드렸던 것이 그렇게 마음에 걸릴 수가 없는 그런 날이다.

할머니...이제는 아프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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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12. 왕할머니 떠나신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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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정장을 입을 날이 누군가를 떠날 보낼 때 밖엔 없더라고요.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힘내세요. 해피맘님.

할머니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래요ㅜ 제가 여기서 가장 두려운 것이 어른들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진심으로 걱정되고 염려되고... 한국 살 때 좀 더 잘할걸... 살아계실 때 더 잘할걸... 그런 마음으로 또 얼마나 가슴아플지 상상이 되서ㅜ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어요. 힘내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 아픔없이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누구든 생을 마감하는 소식은 참으로 맘이 아픈것 같습니다. 그 슬픔이 아무리 크더라도 가족의 그것과는 비교할수는 없을터... 중환자실을 거쳐 하늘나라로 가족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조금은 그 맘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픔이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소서!!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님이란 단어 자체는 늘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아파도,부모님께 혼날때도
늘 편을 들어 주셨던 분....

가끔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
그리운 할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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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외할머니를 너무 사랑했는데, 떠나보내드린 그날..오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힘내세요.

어젯밤에 유빈이를 안고 자는데
제가 세상을 먼저 뜰 생각을 하니가 너무 무섭더라구요..
가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몸서리치게 힘이 드네요 ㅠ
왕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으로 왕할머니 가셨을거예요 ㅜ

함께했던 마지막 순간은 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랍니다

아... 맘아파...
소중한 것들과 이별해야할 시간이 가까워올 때라니...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은 상상도 못할것 같은데..
다같이 떠나게 지구종말이라도 와야하나...

아무튼 먹먹해지는 글입니다.
왕할머니도 하늘에서 더욱 편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힘들어서 늙어서 기력이 없어서 보지 못한 손주들, 가족들, 친구들 얼굴 실컷보고
먼저 떠난 사람들도 실컷 볼 수 있으니 할머니는 행복하실거에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통없는 곳으로 가셨을거에요.
제 할머니도 쓰러지시기 전에 걸어서 15분 거리를 한시간에 걸쳐서 부모님 집에 오신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 서울에서 일할때라 영상통화로 할머니랑 얘기했는데 며칠 후 할머니께서 의식이 없으셔서 병원으로 가셨죠. 그때 느꼈던것 같아요. 이젠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떠나보낼 사람들이 한명씩 생겨난다는게 ...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셨을거에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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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거이제는 두려워 집니다
세월이 어쩜이리 빠른지 ㅠㅠ

세월의 흐름은 늘 이별을 만드네요!
왕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하....소중한사람을떠나보내는건정말지옥같은일이죠...저도겪었는데 또겪고싶지않습니다ㅜㅜ
왕할머니의명복을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5년전 아빠의 모습이 생각이 나 눈물이 나네요
앙상한 뼈만 남아 말할 힘도 없는데 끝까지 잡고 싶으셨던 끈 결국 오래 버티시지도 못하고 가셨던 그때
힘내세요 좋은곳에서 편안하실꺼예요

  ·  7 years ago (edited)

에휴 저희 할머니 돌아가셨을때가 생각이 나네요
해피워킹맘님 힘내세요

아...넘나 슬픈것....전 태어나기전에 할머님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다가도 아이들 학교 보내고..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생각되는 것들이 있지요~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갑자기 병이라도 걸리면.. 이런 생각들이 가끔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혹시나 한국에서 누군가의 비고를 듣는다면 또 어떻게 해야할까.. 좋은 일만 생각하기도 바쁜세상이라지만, 떠나는 날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마음 다잡고. 오늘을 마지막처럼 잘 지내보자고는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흉흉한 사건과 마음아픈 일들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네요~
왕할머니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안히 해피워킹맘님 가족들을 지켜주시고 계실겁니다~~

네...다들 많이 사셨다고 이제 더 아프지 말고 가시는 것이 좋겠다 말을 하네요. 그래도 함께한 기억이 있기에 오늘도 할머니 쓰시던 침대를 보니 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부모님께 더 잘 해드려야겠어요.

어릴때 보았던 할머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님 고통없는 좋은곳에 가셨을거예요. 힘내십시오.

저는 나중에 어느 누가,,, 내가 계셨음을 새겨줄까 궁금해지네요.
계시다와 계셨다의 차이는, 삶과 죽음의 차이와 같은 거군요.

사별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거라서
더 안타깝기만 해요
하지만 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실테니
할머니껜 좋은 일이예요
항상 남은자들이 애통스러울 뿐이죠

삼가고인의영면을빕니다

어여 맘 추스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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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할머니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나네요
곧 아이들과 찾아 뵐께요 했는데....며칠뒤 .....
자주 못 찾아뵙던게 정말 맘에 걸리더라구요

할머님 좋은 곳으로 가셨을꺼예요.
힘내세요 워킹맘님!

좋은 곳에 가셨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댓글을 남겨야 될지 고민고민하다가...이말만 적고 갑니다.

저도 할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에고... 명목을 빕니다..

yes my friend aging is not so important. It is very painful for a person to lose their loved person. God bless you.I love my grandmother, but unfortunately my grandmother health is not very good. too old . but I'm afraid to lose it.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전 조부모님을 고딩시절 다 돌아가셨는데 워킹맘님의 할머님은 그래도 장수하신것 같네요. 이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저세상에서 평안하길 기원합니다. 우리모두 역시 마찬가지로 언젠간 죽게되겠죠. 나이 50이후부턴 정말 어떻게 죽을껏인가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겠네요.
팔로 & 보팅 해드리며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좋은곳으로 가셨을겁니다..
힘내세요.!

very beautiful flower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외에 무슨 글을 남기는건 구질구질해 보이기에....

고통없는 곳에서..편히 쉬시길...

먹먹해지는글이네요..글을읽는동안 왜이리 제마음도 아픈건지..
이젠아픔없는곳으로 가셨을꺼라 생각해요..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