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문학의 밤, 혹은 서유럽식 허영의 즐거움 2/2

in kr-writing •  7 years ago 

 

          인문학의 밤, 혹은 서유럽식 허영의 즐거움



   행사 당일 바가바가는 대학생들로 꽉 찼다. 봄봄의 위원들은 긴장했지만 기뻤고 사장은 뒤풀이에 쓸 음료와 술을 준비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인문학을 원래부터 좋아하지는 않았고 이제 알아가기 위해서 온 초보자들이었다. 물론 아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중에는 클럽광인 L과 그의 친구 몇몇도 섞여 있었다.

   P는 계획 첫 단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한 짧은 연설문을 들고 디제이석에 올랐다. 

   “인간은 습관과 관습에 따라 살아가기도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대목을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나는 왜 저렇게 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가?’ 이것이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통해서만 우리가 순수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이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동물과 비슷한 삶을 살 것입니다. 그러나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 탓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온하지 못한 채 불안하고, 불운합니다. 이렇게 해서 직업을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듯, 취업에 목숨을 겁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지적, 도덕적, 정서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성공한다 할지라도 교양이 모자란 직업인이나 반쪽짜리 전문가로만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교양을 기를 수 있을까요? 교양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입니다. 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법은 고전을 읽고 음미하는 것입니다. 고전은 선인들의 사고와 고뇌가 농축된 유산입니다. 사람은 고전을 읽고 느끼면서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깨우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 고전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몸으로만 즐기는 쾌락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클럽에서 말입니다. 오늘 밤, 이 두 가지 기쁨을 비교해볼 수 있기 바랍니다.”

   마이크에 문제가 생겨 뒷자리에 앉은 사람에게는 P의 연설이 잘 들리지 않았으나, P는 대단한 박수를 얻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벽에 붙은 큰 화면에 봄봄에서 만든 영상이 15분 정도 나왔다. 내용은 P가 연설에서 말한 것과 다르지 않았으나 책 소개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영상이 끝나고 어느 대안 공동체의 여자 강사가 나와 골든벨을 시작했는데, 이때는 이미 지루한 분위기였다. 앞의 문제들은 영상에서 나온 책들에 대한 문제였으나 제대로 들은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탈락자가 많았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도시의 이름을 묻는 문제에서 아테네보다 그리스라는 답이 더 많이 나왔을 때 P와 동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문제를 좀 꼬아냈다며 서로 위로했다. 일찍 탈락한 사람들은 뒤에서 웅성거리며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남아있는 몇 명은 꾸준히 문제를 맞히면서 다른 사람들이 아닌 진행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인용하려면 반드시 써야하는 기호의 명칭을 물었을 때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는데, 봄봄의 사람들은 “이건 당연히 아무도 못 맞히는 문제야. 우리가 너무 어렵게 냈어.”라며 패자 부활전을 시작했다.

   패자 부활전은 문제를 맞히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이어졌는데 L과 클럽 마니아들에게는 술을 마시기에 좋은 기회였다. 그들은 처음 떨어진 뒤로 얼굴이 익은 바텐더에게 부탁해 술을 사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게임에 지친 사람들이 무더기로 바로 몰렸다. 사장은 그저께 바텐더를 불러 술은 행사 뒤풀이 때 팔라고 일렀지만 찾는 손님이 너무 많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술을 팔았다. 처음엔 몇 명이었는데 술을 마시는 걸 본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 꽤 많은 사람이 술을 주문했다.

   준비한 문제는 마흔 개였으나 패자 부활전에서 문제를 거의 다 써버린 진행자들은 얼떨결에 한 명의 도전자만 남게 되었을 때 아주 기뻐했다. 골든벨을 울린 사람은 대기업 신입사원 K였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우승했는지 잘 몰랐다. 사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이름을 묻는 문제에 피타고라스라고 적어서 떨어진 뒤 그 길로 바에서 술을 마셨다. 같이 마시는 사람이 없어 술맛이 나지 않자 K는 슬그머니 다시 골든벨에 참가했는데, 그때 나온 문제가 바로, 지구가 둥글고,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며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함을, 지구 자전으로 낮과 밤이 생기고, 기울어진 자전축으로 계절의 변화가 생김을 최초로 설명한 사람을 묻는 문제였다.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코페르니쿠스라고 자신 있게 적을 때 K는 지우개를 찾지 못해서 피타고라스가 적힌 화이트보드를 그냥 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그는 우승자가 되었고 상으로 문화 상품권 이십만 원을 챙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조를 만들어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K와 같은 조가 되기를 바랐는데, 가장 먼저 K에게 말을 건 사람은 철학 전공의 여대생 J였다. J는 봄봄의 이번 호 특집에 섹스칼럼 “풋풋한 초보자의 나쁜 예; 어설픈 야동 연기”를 쓴 수습기자이기도 했다. J가 K와 같이 있는 것을 본 다른 봄봄의 동료들도 그들과 조를 만들었다. 

   토론의 주제는 ‘영원한 진리는 존재하는가’였다. J는 먼저 K의 주장을 듣고 싶었지만, 그가 어두운 클럽 안에서도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을 하여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 그녀는 철학 시간에 배운 상대진리와 절대 진리의 개념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끝내 그녀는 상대진리란 변할 수 있지만 절대진리란 변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모자란 주장만 남긴 채 말을 끝냈다. 그러자 다른 봄봄의 동료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절대진리 또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절대진리 또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전제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는 오류지만,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역시 저지른 오류이니 그 정도면 괜찮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또 그 옆에 앉아있던 다른 여자가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가 저질렀다고 해서 괜찮다고 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그들의 권위를 이용한 논증의 심각한 오류라며 비판했다. 

   K는 말할 거리가 없었으나 말할 기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무식은 드러나지 않았다. K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재미가 없었다. 그 까닭은 버스에서 만난 여대생이 친절히 ‘인문학의 밤’을 설명해 주었고 다음날까지 연락했으나 그 뒤로 답장이 오지 않은 데다가 그녀를 이곳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고, 역시 인문학이란 정말 어렵고 직장인이 시작하기엔 약간 부담스럽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 앉아있자니 술기운이 올라 얼굴이 불콰해졌다.

   처음부터 인문학에는 관심이 없었던 클럽 마니아들은 점점 술에 취해갔다. 그들은 둘 셋으로 나뉘어 토론 조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이 술에 취한 걸 눈치 채지 못했다. K역시 술기운이 더욱 심해졌다. 그날따라 유독 술이 받지 않았던 K는 정신을 차리는 데 집중하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어서야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친절한 한 사람이 다시 토론 주제 ‘영원한 진리는 존재하는가’를 말해주었는데 클럽 안이 사람들의 목소리로 소란스러운 탓에 K는 그 말을 ‘영원한 진로는 존재하는가’로 들었다. 엉뚱하게 웬 소주 질문이냐 싶었지만 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영원히 존재하고 안 하고는 그 자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사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조에 있던 참가자들은 이 짧고 문학적이기까지 한 그의 아포리즘에 감탄했고, 앞서 영원한 진리는 존재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뉘우치기까지 했다. 

   많은 공을 들여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한 P는 디제이석에서 토론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행사 동안 모든 것이 순조로이 진행된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기쁜 목소리로 이제 준비한 술과 음료를 마시며 즐기자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남자가 디제이석으로 뛰어 올라와 P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았다. L이었다. L은 “자 이제 불금 불금 퐈이아!!!”하고 외치며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틀었다. 순식간에 바가바가는 클럽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고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K의 지적인 면모에 끌린 J는 어성버성하게 서 있는 K를 끌어당겨 자신을 끌어안게 한 뒤 그의 다리와 사타구니를 엉덩이로 쓸며 춤을 추었다. 이 남자는 책만 읽고 공부만 하느라 이런 곳에는 온 적이 없을 듯해서 자신이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P는 처음 들어보는 큰 음악에 놀라서 디제이석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곳에서 춤을 추던 사람들이 P를 일으켰다. P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 했으나, 사람들은 그럴 겨를을 주지 않고 P에게 어깨동무한 채 몸을 튕기며 춤을 췄다. P는 가까스로 그들을 뿌리친 뒤 절뚝거리며 봄봄의 동료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헤치고 나갔는데, 그 모습을 본 L과 그의 친구들이 P의 앞뒤를 막고 춤을 췄다. 다른 한쪽에서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춤추는 모습을 발견한 대안 공동체 여자 강사가 소리를 질렀다. 강사는 남자친구 앞에 있는 여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를 억지로 뜯어말렸다. 음악은 점점 더 크게 울렸고 디제이는 술에 취해 키보드 드럼을 마음대로 누르기 시작했다. 바텐더들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추며 술을 팔았고 곤드레만드레한 사람들을 향해 사장은 꽃가루 대포를 쏘았다. 클럽은 만원이었다. K와 함께 있던 J는 어느 순간 사라졌고, 오랜만에 흥이 난 K는 붙잡고 춤을 출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다른 한 쪽에서 남자들에게 시달리던 P가 K 앞을 지나갔다. K는 P를 잡고 다시 춤을 추었다.

  *

   행사가 끝나고 며칠 뒤 바가바가의 홈페이지와 봄봄의 웹페이지에 "인문학의 진짜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스마트폰 영상이 올라왔다.  공공 화장실 칸막이 아래에서 몰래 찍은 듯한 화면에는 신발 두 켤레가 보였고, 멀리서 들리는 시끄러운 음악 사이로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여자의 신음이 들렸다. 곧 촬영자는 변기 칸 위로 휴대폰을 올려 찍는데, 검은 생머리의 여자가 카메라에 잡혔다. 촬영자가 카메라를 좀 더 올리자 남자의 머리가 보였고, 더 올라간 카메라에는 치마를 입은 여자가 바지를 내린 채 변기에 앉아있는 남자 위에서 흐느적대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를 손으로 감싸고 있었고, 여자의 엉덩이는 밖에서 들리는 음악에 맞춰 앞뒤로, 위아래로 흔들렸다. 15초짜리 동영상은 순식간에 조회 수 수만 건을 넘어섰고, 바가바가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마비됐다.

   댓글로 누구는 저 여자가 그날 토론에서 자기랑 같은 조였던 여자 같다고 썼다. 어떤 이는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조였다고 했다. 누구는 부럽다고 했고 누구는 자신은 안 찍혀서 다행이라며 허풍 쳤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학교 후배이고 원래 저런 애라며 욕했는데, 그 욕을 읽은 다른 사람은 섹스는 여자 혼자 했냐며 찍은 놈이 나쁜 놈이라고 했다. 여자에 관한 궁금증은 자꾸 커졌다. 남자는 얼굴이 드러나 있었으나, 어느 하나 그 남자가 누구인지 묻는 사람이 없었고, 안다며 나서는 사람 또한 없었다.

   P는 행사 날  평범한 검은 생머리에 흔한 옷차림이었으므로 동영상 속 여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믿었다. 그 대신 상대방 남자의 얼굴은 드러나 있었는데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그 남자 역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그래서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옆의 남자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대자, 그들이 꼴사납고 주제넘게 자신을 넘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으나, 그래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준다는 점에서는 기분이 좋았다. 버스에서 몇몇 여자들이 자신을 자꾸 곁눈질할 때는, 역시 여자의 질투는 끝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생각지 못한 동영상 때문에 머리를 잘랐지만 잘 어울렸기 때문에 ‘인문학의 밤’을 나쁘게만 기억하지 않았다.

   바가바가 클럽은 ‘인문학의 밤’ 행사 뒤로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장은 역시 자발적인 사회참여는 클럽 인지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봄봄의 편집장 P에게 연락해 앞으로도 바가바가에서 이런 행사를 열면 좋겠다는 말을 했으나, 고맙지만 생각해보겠다는 시원찮은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이참에 다른 좋은 일을 알아보면서 바가바가를 최초의 착한 클럽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이 모든 변화가 ‘인문학의 밤’ 덕분이었다.

   K는 회사 일에 바빴기 때문에 자신이 웬 여자와 섹스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 줄 전혀 몰랐다. 그래서 별 친하지도 않은 동기가, 이 친구 대단하더구먼, 하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지나갈 때 이제 회사에서 조금씩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그는 인문학 행사에 한 번 갔다고 자기계발이 된 느낌은 없었기 때문에 퇴근시간 5분 전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들렀다. 읽어볼 만한 책을 찾다가 새로 나온 책 가운데서 조르주 생 피에르의 <혁명의 책>이라는 책을 찾았다. 그는 책 소개를 읽었다. 프랑스 혁명의 힘이 된 책은 루소, 볼테르, 디드로의 <사회계약론>, <캉디드>, <백과전서>가 아니라 《방황하는 창녀》, 《오를레앙의 처녀》 같은 제목의 포르노소설이라는 말이었다. 섹스는 계층, 계급을 초월하니까 평등해서 혁명의 힘이 되었다고? K는 미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인문학의 밤에 한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고전 읽기가 아니라 섹스였다. 그럼 나도 괜찮은 편 아닌가? K는 얼떨결에 골든벨에서 우승했고 J에게 차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여자를 만나 화장실에서 섹스까지 했으니, 자신은 머리는 없으나 운이 좋아서 결국 잘 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여전히 인문학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인문학의 밤’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K는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위대한 철학자나 운동가는 될 수 없지만 말이다.

   아, 훗날 안과의사보다 발명가로 이름을 남긴 박명길은, 그 자신이 존경하던 주현덕보다 더 나이를 먹은 뒤 자서전을 펴내는데, 그는 자서전 어느 한 부분에서 젊은 날 주현덕과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어느 날 내가 선생에게, 어떡하면 선생님 같은 삶을 이루어 낼 수가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선생은 산에 오르라고,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 다음번에 오를 산을 찾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에 큰 뜻이 있는 줄 알았으나, 돌이켜 보면 그것은 그냥 말 그대로 산에 오르라는 말이었다. 당시 선생은 눈만 나빴던 것이 아니라 귀도 상당히 어두우셨다. 일제치하의 갖은 고초를 겪은 후유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력은 정정하여 등산을 즐기셨다. 그 탓에 그때 내 말도 아마, 어떡하면 선생처럼 산을 오르냐는 말로 들으셨을 것이다. 그랬던 것 같다. 왜냐면 내 질문을 들었을 때 선생의 표정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력을 자랑할 때의 표정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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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거라니까?? 엄청 고쳤는데 우씨.. 잘자 치타 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