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예선이 끝나고 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16강이 끝난 이제서야 글을 써봅니다... ㅎㅎ
한국 성적 - 1승 2패 탈락
각 조 16강 진출국
토너먼트 16강 대진표(출처: FIFA홈페이지)
<한국: 1승 2패, 유종의 미 거두다>
유종의 미
가장 큰 이변은 역시 지난 대회 우승국 독일의 탈락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전패 위기에서 독일을 2:0으로 잡은 것은 이번 대회 가장 큰 이변!
일부 매체에서는 ‘한국이 독일에 2:0으로 이길 확률보다 0:7로 질 확률이 높다’
는 굴욕적인 예측을 했다(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
하지만 우리는 반전을 넘어 기적을 만들었다.
멕시코가 도와주질 않아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스웨덴, 멕시코, 독일로 이어지는 3연전에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감동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죽음의 조에 가까웠다.
FIFA랭킹 1위인 독일은 물론이고,
7회 연속 16강에 진출한(그리고 7회 연속 8강 진출 실패한) 멕시코,
그리고 16강에서 스위스까지 꺾으며 8강에 진출한 스웨덴까지 모두 강팀이었다.
우선은 쉽지 않은 조에서 끝까지 투지를 보인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독일전 직후 인터뷰 때 손흥민 선수도 그렇고 김영권 선수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듣다 보면 선수들이 지난 4년 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으며,
비판적 여론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상상이 가서 내가 괜히 울컥해진다.
나는 살면서 한 순간이라도 저 선수들처럼 내 모든 것을 쏟아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비판에 대하여
표면적으로는 장현수 선수와 김민우 선수가 가장 욕을 많이 먹었을 거다.
개인적으로 김민우 선수는 몰라도 장현수 선수는 정말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모든 실점의 결정적 빌미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현우 선수가 믿기지 않는 선방을 보여줬던 것을 감안했을 때,
2개의 pk가 없었다면 경기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축구에 만약은 없으니 무의미한 가정은 그만하겠다.
아무튼 자격 미달의 선수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선수를 끝까지 기용한 신태용 감독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스웨덴전은 이해할 수 없는 전술로 수비만 하다 졌다.
결과적으로 1골을 내주긴 했지만 수비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이 전혀 전개되지 않았다.
이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대체 왜 김신욱 선수를 선발로 세웠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이승우 선수의 재능은 3경기 내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나마 멕시코전에서 문선민 선수의 분투가 돋보였을 뿐이다.
독일전 승리는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지만 반성의 시간은 가져야 한다.
독일전 승리의 기쁨에 젖어 묻혀서는 안 된다.
저조한 성적의 이면에는 무능하고 부패한 대한축구협회가 있다.
축협의 적폐를 이번 기회에 청산해야 한다.
자기가 가진 모든 걸 쏟아 낸 선수들이 계란을 맞아서는 안 된다.
<총평: 전 대회 우승국 징크스는 계속... 이변의 연속, 세계 축구 평준화>
징크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의 예선 탈락은 전세계에 큰 충격(누군가(멕시코.. 브라질..?)에겐 큰 기쁨)을 주었다.
그 주인공이 우리나라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로써
2006 우승팀 이탈리아는 2010 조별예선 탈락,
2010 우승팀 스페인은 2014 조별예선 탈락,
2014 우승팀 독일은 2018 조별예선을 탈락하며
전 대회 우승국 징크스를 이어 나가게 되었다.
벌써부터 이번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팀이 단 4년 만에 몰락하는 현상이 3개 대회 연속으로 나타나니 그 원인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매너리즘에 빠져 변화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도태된 것,
황금기를 이끌었던 구성원들의 노쇠화(그런데 독일은 전체 32개국 중 6번째로 어린 팀이었다....흠),
그리고 동기부여와 절실함 부족 등이 이유일 것이다.
이변
독일의 탈락만큼 충격적인 이변이 또 있었다.
16강 3경기에서 러시아를 만난 스페인이 승부차기 끝에 탈락한 것이다.
개최국 러시아는 미친 활동량으로 점유율 축구를 하는 스페인을 잡았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 피파랭킹 최하위인 70위로, 피파랭킹 10위인 스페인을 잡은 것은 엄청난 이변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이 1137개(!)의 패스를 돌릴 동안 러시아는 146km를 뛰었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의 골로빈은 혼자 15km를 넘게 뛰었다.
연장전을 감안해도 엄청난 거리다.
일반적으로 90분 동안 10km를 넘게 뛰어도 많이 뛰었다고 하는데 15km를 넘었다?
과연 약물의 도움이 없었을까?
러시아라서 의심을 하게 된다.
제발 스페인의 탈락이 억울하지 않도록 러시아가 정당한 실력으로 올라갔기를 바란다.
(참고: 마이데일리_[안경남의 풋볼뷰] 16강 분석: 146km가 1137패스를 지웠다)
이 외에도 조별예선 H조에선 피파랭킹 8위인 폴란드가 탈락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조의 일본은 논란의 ‘공 돌리기’로 16강에 겨우 진출했다.
사실 이 논란이 나는 처음에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을 옹호했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편법이라 할지라도 그건 피파의 규정상 허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공 돌리기’와 달랐다는 걸 간과했다.
일본은 자력진출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경기 상황에 의존했다.
만약 세네갈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 골이라도 넣었다면 일본은 그대로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득점을 노렸어야 마땅했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공격을 ‘시도’는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일본은 올라갔고, 16강에서도 선전하며 벨기에를 거의 잡을 뻔했다.
여기서도 일본이 이겼다면 또 하나의 큰 이변이었을 것이다.
해설을 들어보니 월드컵 토너먼트 역사에서 후반에 3골을 먹혀 역전 당한 경우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며 엄청난 경기를 연출했다.
극장골
이번 대회에선 유난히 극장골이 많이 터졌다.
다른 대회 기록을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후반 막바지에 골이 많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다.
조별예선 48경기와 16강 8경기에서 극장골이 터진 경기를 찾아보았다.
극장골은 ‘85분 이후 나온 골로 승부가 결정된 경우’로 나름대로 정의해보았다.
그랬더니 무려 17경기나 되었다!
(한국vs멕시코 경기는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국뽕' 특집으로 넣어 봤다)
이번 대회 유난히 많았던 극장골
이집트는 2번이나 극장골의 희생양이 되었다.
우루과이와 사우디에 각각 89분과 95분에 실점하며 결국 3패로 대회를 마감했다(불쌍한 살라 ㅠㅠ).
반면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추가시간에만 2골을 뽑으며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점 4점을 챙겼다.
비록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밀려 탈락했지만 이란식 늪축구는 전세계 축구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했다.
우리나라는 모든 골(3골)이 후반 추가시간에 터졌다.
멕시코전에선 결승골이 되지 못했지만 손흥민 선수가 ‘흥민존’에서 경기 종료 직전 아름다운 왼발 감아차기 골을 넣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로해줬다.
독일전에서는 아시다시피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 선수의 극적인 결승골과 손흥민 선수의 전력질주 끝에 넣은 쐐기골로 우리나라가 '러시아 극장'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독일도 그 전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1명이 퇴장 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종료 직전 크로스 선수가 무각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 골을 터뜨리며 조기탈락 위기의 독일(그리고 한국)을 구해냈다(그러나 모두에게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16강에서도 극장 경기는 이어졌다.
벨기에와 일본 경기에서 일본은 후반에만 2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하지만 벨기에는 베르통언의 행운의 헤더골을 시작으로, 펠라이니의 동점골, 샤들리의 역전골까지 연달아 넣으며 대역전극을 만들어 냈다.
특히 95분에 터진 역전골은 쿠르투아부터 시작해서 데브라이너의 빠른 역습으로 측면으로 전개하여 뫼니에가 낮게 깔아 올린 크로스를 루카쿠가 지능적으로 흘려 주며 샤들리가 마무리하는 과정이 일품이었다.
‘역대급’ 경기라 하기에 충분했다(전날 밤에 술 먹고 자서 생중계로 못 봤으면서 라이브로 본 척;).
16강 마지막 경기인 콜롬비아와 잉글랜드의 경기도 흥미진진했다.
케인의 pk골로 그대로 이기나 싶었던 잉글랜드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종료 직전 얻어낸 코너킥에서 골키퍼까지 올라갔던 콜롬비아는 196cm의 장신 센터백 예리 미나(이름이 참 예쁘다) 선수의 헤더골로 희망의 불씨를 이어 나갔다.
연장전으로 돌입한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잉글랜드 입장에서 승부차기까지 가고 싶지 않았을 터.
역대 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기록했기 때문.
그러나 승부차기를 잘 준비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징크스를 깨며 마지막 남은 8강 티켓의 주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잉글랜드가 올라가긴 했지만 막판 뼈아픈 실점으로 탈락 위기까지 갔던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유난히 극장 경기가 많다.
남은 경기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세계 축구 평준화
비록 16강에 아프리카 팀은 한 팀도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은 절대적 강자도, 절대적 약자도 없는 것 같다.
조별예선에서 우루과이, 크로아티아, 벨기에가 각각 3승씩을 챙기고
이집트, 파나마가 3패를 안고 대회를 마감하긴 했지만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경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세계 축구 실력이 평준화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나도 생전 처음으로 프로토를 소소하게 즐기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맞지를 않는다 ㅋㅋ (심지어 난 독일 우승에 돈을 걸었다!)
나름 평소에 유럽 축구 생중계를 챙겨 보고 굵직한 A매치도 하이라이트 정도는 보는 편인데 단순 승무패도 이렇게 맞추기가 어렵다니...
돈을 잃고 느낀 점은 ‘축구는 예측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라는 거 ㅋㅋㅋㅋ
축구가 가장 이변이 많은 스포츠
라고 한다.
이게 축구의 매력이다.
공은 둥글고 승부는 알 수 없다.
이제 월드컵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8강 4경기와 4강 2경기, 3∙4위전과 결승전까지 총 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나도 밤 새 축구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도 멋진 승부가 펼쳐지길 바란다.
+추가
깜빡하고 VAR(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판독) 논란에 대해 다루질 않았다.
유럽 편파판정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이 많다.
이거 참 문제가 많은데...
일단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글에서 다루어 보겠다.
pc로 png 파일을 올리면 이미지에 빗금 친 테두리가 생기면서 갇히는(?) 현상이 발생해서 글 작성이 힘듭니다 ㅠㅠ 혹시 오류 해결 방법을 아시는 분들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steemit 홈페이지 자체 접속하는 것도 가끔 인증서 오류로 안 될 때가 있는데 이것도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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