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와서
문득 든 하나의 생각이 계속 마음에 닻을 내리고 있다.
삶의 채도를 올리고 싶다는 것.
더 선명하게 알록달록 삶을 맛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살고 싶다.
지금 가진 것으로는 채도를 올릴 수 없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고민하다 찾아낸 것들.
바닥에 얇게 현실감을 바른다.
너무 두껍지 않게 얇게 바른다.
그리고 음악을 두툼하게 채운다.
빈 공간도 넉넉히 확보한다.
딴 생각도 해야하고 글도 써야하니까.
군데 군데 밀도높은 일이라는 초코칩을 박아넣는다.
딱딱해서 항상 씹고 싶지는 않지만
삶에 씹은 맛이 있어야 하니까.
또...
한층은 텅 비워놓자.
난 원래 텅 빈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비가와도 끄덕없게
방수 코팅을 맨 위에 살짝 덮는다.
빗속을 쏘다녀도 우울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일 수 있도록.
나라는 케이크를 어디로 데려갈까?
신은 아주 정확한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앗참, 중요한 걸 잊었다.
케익의 정중앙에 나침반을 심어두자.
어디에 있어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알록달록한 사진처럼
생기가득담은 케익처럼
잠시 쉬는 시간에는 쌉쌉한 맛차 케익에 달콤한 모카 한잔이.
잠시 마음이 쉬는 시간에는 쌉쌀한 위로의 말들이.
참 맛있다.
깊은 동굴의 문을 두드려봐도 될까?
내 이름을 그만 부르라고 말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