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로

in kr-writing •  7 years ago  (edited)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에게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정말 누군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하면
내가 과연 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혹시 누군가 날 찾는 그 순간
내게 그 사람을 돌볼 여유와 힘이 없을까봐 걱정이 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서로를 돌봐야하는데, 우리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 너무 버겁다.

사실 내가 힘들었을 땐 그 누구에게도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 연락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마음이 복잡한 상황에서 사람들과의 연락을 피하는 건
내 스스로가 선택한 행동이었다.
힘든 나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 뒤에는
힘든 나를 먼저 좀 알아달라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위로받고 싶었던 비교적 가까운 친구와
먼저 손을 내밀어 연락을 주었던 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치하지 않았다.
내가 힘든 걸 알고 걱정과 배려로 기다려주었던 친구와
무심코 정말 오랜만에 요즘 잘 지내냐는 말을 해준 친구.
그런데 결국 먼저 내 마음을 겨우겨우 토로할 수 있었던 상대는
먼저 손을 내밀어준 친구다.

어렵다. 누군가에게 온전한 공감을 한다는 건
그리고 순간 순간 온전한 마음을 쏟는다는 건
가족과 연인 사이에도 어려운 일이라는데
내가 아무리 여유를 갖춘다 한들
돌볼 수 있는 주변을 꼽으라면 몇 명이나 있을까

종현의 자살 기사를 접하고 나와 친구들은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같은 나이여서 더욱 그런 듯 했다.
유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마음이 아프다.
며칠이 지나도 정리되지 않은 말들만 머리에 맴돈다.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는 그 자체로도 괜찮으니
너를 위해 너의 주변을 위해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물론 자신의 문제는 자신만이 이겨낼 수 있다.
타인과의 비교를 넘어 자신을 견뎌내는 것이 삶의 고통스런 숙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적어도 내 사람들에겐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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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öyle diyoruz ama olursa olur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 Merry Christmas~

  ·  7 years ago (edited)

무엇인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이면서 생각이 참 많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

화이팅입니다 !!

마지막~하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적어도 내 사람들에겐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문구 정말 공감합니다.

공감해요. 마치 힘든시기때 저의 모습을 보고있는 기분이 들었네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힘이 되지는 않더라도 간혹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ㅠㅠ힘든시간에 나한테도 연락해주련.

Good writing.

xinnong님 깊이있는 글이네요...
종현님의 사건은 정말 깊은 충격과 슬픔이었습니다...
xinnong님도 힘든시기 잘 견뎌내셨나봐요...
올한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하지 못했던 것이 더욱 더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슬픔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마음 추스리시고, 힘내세요.

자신만의 일이 자신이 해결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길을 알기도 하고 방향을 알기도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지않을까요? 먼저 손 내밀어 준다는 건 어렵지만 저도 먼저 손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정말 힘이 들때는 옆에 있어주는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충분히 신농님도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실거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 되셔요 ★

언제나 고맙고, 미안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내 친구. 우리 아프지 말고 강한 팔로 서로를 보듬고, 믿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그 팔을 내밀 용기를 가지자.

안녕하세요 xinnong 님, 정말 공감가는 말씀이십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저도 힘들때 누구하나 연락을 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인연이 참 무섭습니다. 이제는 힘들때 연락할 친구가 생겼거든요. 마음이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서로의 마음을 위로 해주는 누군가...저 역시 제가 그런사람인지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오늘 저도 꿀꿀한 마음에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분전환으로 이벤트걸어뒀네요..
https://steemit.com/kr/@jhani/3rdxen

왜 사람의 정신이란
어느 누구보다 단단하고 고고하다가도
한순간에 보면 나약하곤 할까요ㅎㅎ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서로가 아니면 너무나 힘든 사람

그래서 일까요
저는 선듯 내가 나서서 무언가 도움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삼가하는 편입니다.

무책임한 말을 늘어놓을 바에는 아예 말을 하지 않죠
그것이 비록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말을 들을지 언정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드러냄도 결국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내요(웃음)

그와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보다는 인정해주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랑받는것 마저도 해당 당사자에게는 짐이 될 수 있기에.....

잘 보고 갑니다.

음....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글 잘 읽고 갑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한다... 참으로 와 닿는 말이네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자기자신의 만족보다는 다른사람과의 비교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거 같아요

This is a new post which is very good I'm waiting for more new posts Thank you

자신의 문제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요.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당사자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도 못하겠지만, 다들 건강했음 좋겠습니다ㅠㅠ

😍

더불어가는 세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힘을 얻고 위로받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네요.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ㅠ.ㅠ
본인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건 알지만 좀 더 버텨내보지 하고 괜시리 탓하는 마음도 들고요. 안타까워서요. ㅠ.ㅠ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ㅠ.ㅠ

내가 위로받고 싶었던 비교적 가까운 친구와
먼저 손을 내밀어 연락을 주었던 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 문장이 너무 와닿네요.

so yummy

약간의 아픔 속에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하지요.
만나고 얽힌다는것...그것은 생명이 가진 기본적인 욕망이며 또 한 두려움인가 봅니다. 아득하신 선배님! 감히 팔로 할까요?

글 잘읽었어요 신농님.
요즘 그런기사 없어서 자살률이 좀 줄어들었구나 했었는데..
사람들은 겉으로봐서는 정말 속을 알 수 없는것 같아요.
이런것 보면 가까운 주변사람부터 잘 살피고
챙겨야 겠다 생각이드네요 ㅜㅜ

최근에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분들과 소원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여유를 가지고 힘들어하는 친구들과 연락 해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같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누구의 사랑이 더크냐를 논하는 판국입니다.
내가 좋아아는 것은 나의 자유이고, 내가힘들때 나에게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내는 사람의 자유의지로 다가오는 것이겠죠.
결국은 모든것이 나의 선택이라는 제 결론입니다. 외로움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외로울때는 내가 스스로 이상황을 벋어나고자 주변을 붙잡고 벋어나려 노력해야 합니다. 누군가 손을 뻗어 나를 잡아주기를 기다리기엔 내가 너무 초라해지고 우울해 지거든요.

다들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이 말에 동의 합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고민없고, 아픔 없는 누군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때,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종현의 자살은 저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네요,

때론, 힘들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아닌 그런 사람이 힘이 될때가 있더라구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수많은, 그리고 격변하는 이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오늘 만큼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신농님!

공감가는 글이네요^^ 정말 다들 마음 아픈일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싶다는 님의글 따뜻하게 읽혀집니다.오늘도 행복하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