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 작가가 운영하는 성산동의 '망각'에서 한국말로 하는 '스포큰 워드(Spoken word)'를 처음으로 보았다. 스포큰 워드를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으로 스쳐 지나며 본 적은 있는데, 힙합 문화를 잘 알지 못해서 그저 랩으로 하는 시 낭송 정도로만 알았다. 아이돌 음악에 천편일률적으로 들어가는 랩과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본(들은) 스포큰 워드에서는 감동을 받았다.
음악 없이 육성으로만 읊조리는 시(가사)는 정확한 발음으로 귀에 쏙 들어왔다. 시의 내용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윤동주의 시처럼 '고전적으로' 아름다웠다. 난해한, 혹은 일상의 언어를 사용한 현대시가 아니라 문학적인 비유와 정제된 단어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시에 가까웠다.
낭송하는 작가는 자신이 직접 쓴 시를 랩이라는 형식에 실어서 읊조렸다. 그런데 기존의 랩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은 관람자(나)를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한국말로 이루어진 단어에 감정을 담아 말할 때(읊조릴 때) 그 감정의 표현이 무척 적절해서 쉽고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멋진, 한 편의 짧은 연극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