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학회 후배가 물었다. 이번 주 목요일날 내 발표가 인상적이었나보다.
그래서 한가지 조언을 해줬다.
"어미가 중요해."
교과서적인 조언은 질렸다
말 잘하는 법? 뭐, 목소리를 떨지 않는다 자신감을 갖는다 눈을 똑바로 마주본다 이런 거 몰라서 안하는거 아니다. 애초에 저런거 할 줄 알았으면 말 잘하는 방법 같은 거 묻지도 않았다.
나는 후배에게 저런 뻔한 거 말고, 좀 더 잘 써먹을 수 있는 팁을 주었다.
확실한 어미를 사용하라
~한 것 같아요, ~라고 생각해요, ~일 수도 있어요 등등의 확신 없는 어미는 지양해라.
사실 나는 스크립트만 줘도 발화자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대체로 때려 맞출 수 있다.
저런 약하고 확신 없는 어미는 주로 여성이, 그 반대의 것들은 남성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래서 여성들에게 말을 할 때 어미에 힘을 주어야 집단 내에서의 나에 대한 평가와 위치가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이야기 할 때에 "그건 좀 별로인 것 같아." 혹은 "좋은 것 같아/싫은 것 같아"는 좀 이상하지 않나.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좋은 것 같고 싫은 것 같다는 말은 또 뭐냐.
여기서는 몰라도 실제 오프라인 집단 내에서는 어미가 정말 큰 역할을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남녀가 섞여 있는 집단에서 사람들이 각자 쓰는 어미를 잘 살펴 봐라.
여성은 주로 모호한 어미를, 남성은 확실한 어미를 쓴다. 아 물론 남성도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그러니까 권력자 앞에서는 모호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어미에 힘을 주고 나니까 인간관계가 변했다.
음, 오래전에는... 중학생때 까지는 내 감정을 표현할 때 모호한 표현들을 사용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응 괜찮은 것 같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고등학생때부터는 어미를 바꾸었다. 어미를 바꾸니까 자연스럽게 태도도 변했다.
"나는 그거 별로야."
"나는 이게 먹고싶어."
"여기는 이게 맛있고 저건 맛없어."
확실히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고등학생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은 나를 얕보지 않았다.
놀랍고 웃긴 점은, 그 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러니까 내가 어미에 힘을 주기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나를 꺼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왠지 내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며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편하고 남한테 피해도 주지 않는데.
후배의 물음에 어미를 바꾸라고 했는데, 이것의 모티브는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에게 있다.
"나는 너희가 말을 할 때 확실한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어.
너희 꼭 말할때 이런다. 음, 맛있는 것 같아요.
아니 맛있는 것 같은게 대체 뭐야? 맛있는게 맛있는거고 맛없는게 맛없는거지.
또 이렇게 말해. 음, 좋은 것 같아요.
아니 좋은 것 ''''같은'''' 게 뭐냐니까. 너희는 너희 감정을 말하는 데에 너무 억눌려 있어.
그리고 꼭 기억해 둬. 제안할 때 약하게 말하면 안돼요. 쎄게 말해야 해."
나는 그의 가르침을 여전히 잘 수용하고 있다.
얕보이고 싶지 않으면 어미를 바꿔라.
@winnie98님의 페미니즘 적인 포스팅 내용보다는, 공격적인 말투가 불편해서 뮤트했다가 다시 풀었습니다.
그 이유는 근본적인 마인드 자체는 건강하신 것 같아서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평범한 남성 중 한명으로서,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불편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만 말해 보자면
1.너무 공격적입니다.
2.논리적인 주장도 있지만, 비논리적인 주장의 비율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1번의 이유 때문에 @winnie98님을 뮤트 했었지만 다시 풀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2번의 이유에 대체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입니다. (가끔은 적용 범위나 논리적인 비약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논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 돼서.)
어찌됐든지 간에, @winnie98님의 포스팅은 저에게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innie98님의 뮤트를 풀고 꾸준히 포스팅을 보려고 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저와는 다른,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만한 가치, 또는 의무감 같은 것이 나에게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흔히들 경멸조로 말하는 메갈이나 여시 같은,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사람이 @winnie98님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뮤트 해놓고서도 간간히 포스팅을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아무쪼록 저에게는 불편한 내용이지만, 좋은 내용의 포스팅을 꾸준히 올려주시기 기대하겠습니다.
좀 두서 없이 생각을 적었는데, 나머지는 꾸준한 댓글로 대신하고 싶네요. 그럼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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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사용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크게 공감합니다. 텔레비전 등 각종 매체에 출연하는 사람들조차 '-같다' 사용이 잦더라고요. 저도 의식적으로 '-같다' 사용을 지양하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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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니님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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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님 글을 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쓰는데 어미를 바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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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 ~라고 생각해,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등과 같은 미온적 의사표현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선택할 주도권이 있다거나 내가 결정해도 별로 저 사람은 별 신경 안 쓰겠구나라는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 ,이것을 '얕본다'고 할 수는 있을런지 모르겠지만,,,ㅎ
글 잘 읽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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