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입니다. 이런 글은 아침에 쓰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 쓰냐면, 집에 들어오면서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금만 관심이 있었으면 진작 알았을 것입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길거리의 편의점들과 빵집들에는 초콜릿들이 진열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아주 간단합니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몰랐다는 것입니다.
40년하고 또 몇 년을 살면서 발렌타인 데이에 관심이 있었던 기간을 꼽아보니 딱 5년이었습니다. 바로 편의점을 운영하던 기간입니다. 그 이전을 돌이켜 보자면, 제가 국민학교( 초등학교 )를 다닐 때에는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당시 시골 깡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지금은 올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시골이었습니다 )에 살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도 발렌타인 데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시절에 서울로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발렌타인 데이라는 말을 들은 듯 합니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저와는 상관없는 날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이성 교제는 문제아들이나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부는 열심히 안했지만, 적어도 문제아는 아니었습니다^^;;
대학에 가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참 많은 아가씨들과 연애를 했습니다. 그런데, 발렌타인 데이는 저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제가 제일 좋아하던 취미가 스키였고, 제 고향은 스키장 바로 옆이었는데, 제가 사귀었던 아가씨들은 어떤 아가씨는 친구가 보드를 타다가 손을 다쳐서( 피아노 전공이었습니다 ), 어떤 아가씨는 국민학교 시절에 단체 캠프를 스키장으로 갔다가 너무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20여년이 지났지만 이름이 기억나는 아가씨 입니다 ), 어떤 아가씨는 갑자기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습니다. 결국 스키장에는 혼자 갔고,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을 떠나서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너무 열심히 한 듯 합니다. 후일담입니다만, 주거래처 S모 양을 비롯한 아가씨들이 저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리저리하다 편의점 점주가 되었습니다. 제가 매장을 연 곳은 오래 전에 차량 통행이 아주 많았지만 , 근처에 고속도로가 생겨서 아주 퇴락한 지역입니다. 근처에 군부대가 하나 있고, 전부 시골 마을 입니다. 그저 담배나 열심히 팔고 소주나 열심히 팔아야 하는 매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월 초부터 제가 발주를 하지 않은 물건들이 막 들어옵니다. 특히 비싼 초콜릿 선물들입니다. 깜짝 놀라서 본사의 직원에게 물어 봤습니다. 이유인즉슨 발렌타인 데이 특판용 상품이라고 합니다. 뭐 어쨌거나 행사 기간 후에 전량 반품이 된다고 해서 배송이 되는 즉시 매장에 깔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