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02 백수일기] 백수 의식의 흐름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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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일기,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어쨌건 살아야 하니 최소한의 돈은 벌고 있다.
원하는 만큼 벌질 못해서 문제다.
아무 창작 활동이 없어서 문제다.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백수고, 그걸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 더 근사하게 포장하면 예술가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예술하려고 돈 벌었는데 예술로 돈 벌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은 몇 개의 부업으로 푼돈을 좀 벌었다.

12월 중순 쫓기듯 도망갔던 북해도.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좀 쉬자'라는 보상심리로 갔지만, 그래서인지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늘 북해도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꿈꿨던 것은 '고립'.
눈이 미칠 듯 쏟아져 비행기가 취소되는 일.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는 '일시적 고립'이 필요했다.
아니 그 고립에서 오게 되는 '합법적 알리바이'가 필요했다.
그렇게 얻게 되는 '합법적 휴가'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아쉽게도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했다.

북해도에 가면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갔는데 그땐 몰랐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인생이 망한 것 같지만, 또 그렇게 망할 것도 없다.
그렇게 좋았던 적도 없었고, 그냥 버티려고만 했던 기억.
그래도 앨범이 나왔을 땐 좀 좋았던 것도 같고...

바쁠 땐 항상 커피를 마셨다.
요즘은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신다.
기분 탓인가?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깬다.

11시 전에는 꼬박 잤던 내가 새벽 2시가 되어도 멀쩡하다.
기상은 늘 8시.

요즘 들어 두통이 늘었다.
맥주 때문일까? 부족한 수면 때문일까? 스트레스 때문일까?

바쁠 땐 너무 바빠 몸이 망가진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도 몸이 망가진다.

몇 개의 일들이 들어온다.
백수가 되고 나니 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
그런데 아직 나는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얼른 추슬러 야지.'
입버릇처럼 뇌까리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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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것이 뭐뭐가 있는데요?

이것은... 현문우답이 될 것 같아 답을 아낍니다! 이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여러가지로 힘드신가 봅니다.ㅠ
앞으로 새로운 길 찾길 바래요

좋다가 힘들다가 계속 반복입니다! 얼른 마음을 추스러야겠죠! 감사합니다:)

내가 꿈꿨던 것은 '고립'.
눈이 미칠 듯 쏟아져 비행기가 취소되는 일.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는 '일시적 고립'이 필요했다.
아니 그 고립에서 오게 되는 '합법적 알리바이'가 필요했다.
그렇게 얻게 되는 '합법적 휴가'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지독하게 아름다운 문장속에 지독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 사람의 (소리 없는)절규가 들리네요ㅠㅠ

합법적 알리바이...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나루님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합법적' 휴가 마저도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면... 좀 슬프네요...ㅠㅠ

일의 특성상 휴가의 개념이 없고.. 늘 도피성으로 여행을 갔기 때문인가봅니다.
그때는 좀 절박한 마음이 있었어요ㅎㅎ
이제는 합법적 휴가를 아주 널널하게 즐기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가끔은 그냥 어떤 결과를 바라지 않고 살아 보는 것도 자기를 치유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결과를 바라지 않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내야하고, 그 성과를 이뤄내야한다는 압박감이 강하게 드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자기 치유가 필요한 것이겠죠 ㅎㅎ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편하게 하세요~

무심한 듯 지나가는 댓글이 위로가 되네요! 행복하자고 사는건데 ㅎㅎ 네 편하게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Cheer up!. 안정되길 기원합니다.

심리적안전을 위해 편한 아르바이트라도 하시는건 어떠신가요?..

따듯한 조언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긴 한데 뭔가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