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을 치르고 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퍼져있고만 싶다. 핸드폰도 꺼두고 싶은데 큰일 앞뒀다는 핑계로 미뤄놓은 것들이 산더미. 공연 끝나면 보려고 받아둔 영화, 몇 주 전부터 사둔 책들도 아직 같은 자리에 있다.
공연도 어찌 보면 음악과 관련된 일이라 한참 음악을 듣지 않았다. 어느 정도 주변 정리가 끝났을 때, 그제야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구글 뮤직의 선곡은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빗 헤젤타인(David Hazeltine). 익숙한 재즈를 듣자마자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 David Hazeltine - Waltzing At Suite One >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비슷한 음악을 추려주는 인스턴트 믹스 기능을 간만에 사용해보았다. 빌 에반스(Bill Evans), 케니 배런(Kenny Barron),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의 연주가 차례로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공통점은 있는데, 이들의 연주를 한 플레이리스트에 넣자니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앨범을 처음부터 플레이했다. 한 작품을 진지하게 듣는다기보단 David Hazeltine 플레이리스트를 튼다는 생각이었다. 1번 트랙은 카펜터스의 Close to you였다. 평소 유명한 팝보다는 재즈 스탠다드 넘버를 더 좋아하는데, 간만에 들으니 재미난 편곡도 나쁘지 않았다. 앞서 들었던 곡은 2번 트랙이었는데, 두 곡 다 3박자라 그런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 David Hazeltine - Close To You >
옛날부터 데이빗 헤젤타인은 빌 에반스 계보의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유는 없고 내가 좋아하는 헤젤타인의 앨범이 < Waltz For Debby >와 < Alice in Wonderland >였기 때문이다. 지금 듣고 있는 이 앨범을 다시 들어보니 전혀 다른 것도 같고, 문득문득 비슷한 것도 같다. 왠지 버드 파웰(Bud Powell)이 떠오르는 것도 같고...
데이빗 헤젤타인의 연주를 쭉 듣다 보니, 이런 음악이 나오는 카페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재즈는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재즈가 나오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 New York Jazz Lounge - All The Things You Are >
내가 생각하는 카페에서 나올 법한 재즈는 이런 류다. (왠지 영상 사진부터...) 유명한 스탠다드로 이루어진 아주아주 스탠다드한 연주. 이 연주와 느낌은 좀 다르지만 에디 히긴스(Eddie Higgins)의 음악도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아마도 이 곡은 모두 들어봤겠지?
< Eddie Higgins - Autumn Leaves >
< Antonio Carlos Jobim - Desafinado >
가끔 보사노바가 나오는 카페도 있다. 개인적으론 보사노바가 나오는 카페를 훨씬 더 좋아한다. 카페 플레이리스트에 조빔으로만 가득 차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위를 감싸는 따뜻한 기타 소리와 나른한 목소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고, 작업하기도 좋은...
< John Coltrane - Naima >
학교 앞 카페에선 존 콜트레인이 나왔다.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랬을까? 나도 콜트레인을 좋아하지만 카페에서 만나니 몹시 낯설었다. 선호도를 따지자면 헤젤타인보다 콜트레인이 오백 배는 더 좋지만, 요 며칠만큼은 스탠다드하면서도 너무 스탠다드스럽진 않은 데이빗 헤젤타인의 연주를 계속 듣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친 머리를 좀 식히고, 밀린 것부터 빨리 처리하고, 그리고 얼른 핸드폰 꺼놔야지.
쉬엄쉬엄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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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무척이나 쉬엄쉬엄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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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Close to You 포스팅 준비하고 있었는데(생각만) 선수를 뺐겼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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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Close to you 포스팅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접한데요... 설마 헤젤타인 버전을 준비하고 계셨던 건 아니겠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생각 속에만 있던 포스팅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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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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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일이되면 음악을 듣고싶지 않아질 수도 있는거였군요. 왠지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올려주신 대부분의 영상이 이 나라에서 플레이가 안되는 슬픈 현상. 조빔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발음이 참 편하네요. 맑은 주말 햇살 밝은 카페 창가에 앉아 고소한 커피한잔 주문하고 혼자 책보면서 듣고 싶은 그런 음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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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이 바빠질수록 음악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음악을 받아들일 심적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재생이 안 된다니 정말 슬프네요. 그래도 조빔이라도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조빔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참 나긋나긋하고 좋지요. 전 주말보다 평일을 더 좋아해서! 맑은 평일에 말씀해주신 여유를 부려보고 싶어지네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마구마구 나는 그런 일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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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곡들 소개 감사드려요, 찬찬히 들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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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님께 이 곡들이 좋게 들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찬찬히, 생각날 때, 여유 있게 들어보셔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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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젤타인...이제 보니 터치는 완전 다르지만 화음들이 버드 파웰스럽긴 하네요.
저 어릴 때 에디 히긴스 옹 연주하시는 모습을 몇 번 봤었죠.특히 저 곡에 대해선 슬픈 기억이 있네요. 언젠가 써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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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 ! 실은 에디 히긴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ㅠㅠ 직접 보셨다니 정말 부럽네요. 저 곡에 담긴 슬픈 기억은 뭘지 또 궁금하네요. 슬플 게 없는 곡 같은데 말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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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jazzsnobs님이 쓰신 주제인 올드 스쿨,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연주를 하셨었죠. 그 기억은 언젠가 포스팅으로...ㅋㅋ10년 좀 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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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to you를 이렇게 들으니까 묘하네요
감각이 참 도깨비 방망이 같은 분이군요ㅋㅋ
저도 저렇게 사고가 유연해 졌으면 좋겠는데
갈수록 어렵습니다.
그래도 나루님은 일상으로 복귀가 빠르시네요.
부럽습니다.좋은거지욧
저는 꽤 오래가요.이것도 갈수록 그러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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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선셋님은 항상 비유가 너무 재밌어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감각이 뭘지 생각해봐도 선뜻 느껴지지 않아요. ㅋㅋㅋ 저는 해보지도 못할 생각을 항상... ㅋㅋ
뭘 하든 여운은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아요. 금방 슬퍼하고, 금방 기뻐하다가 금방 잊고, 이게 제 특기이자 성격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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