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없어졌다. 친구들도 사라졌다. "보통 남자 이야기(3)"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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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이야기(3)"

골목이 없어졌다. 친구들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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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때는 골목이었다. 친구들과 골목은 야구장이었고, 축구장이었다. 친구들과 소타기말타기도 하고, 땅 따먹기도 했다. 친구들과 도박은 짜릿한 설레임이었다. 도박은 바로 구슬치기와 딱치 치기... 우리는 땀 흘리며 건전 스포츠 도박에 열중했다.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을 하면,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재미가 있었다. 도망가다 잡혀서 등짝을 두들겨 맞아도 웃었다. 우리 때는 골목이었다. 우리 때는 그런 골목이 있었고, 우리 때는 "동네"라는 것이 있었다.

"상현아 노올자아~"

대문 앞에서 친구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동네가 떠나갈 듯 웃고 떠들어도, 동네 어른들은 우리들의 번잡스러움을 참아줬다.

"야, 이놈들아 운동장 가서 놀아!"

동네 할배의 잔소리도, 마냥 재미있고 정겨웠다. 할배도 조금은 참아주었다. 그래, 그래도 애들은 저래 노는 거여... 라는 생각이 있었을거다. 우리는 골목에 모이면, 별별 희안한 놀이를 시작했다. 옆 집에 정대도 끼워줬다.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뭇거리는 친구는 당장 모자라는 축구 인원으로 낑가줬다.

너무 어린, 혹은 너무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깍두기"라고 별도의 특정직을 마련해 주었다. 우리는 노는 것이 좋았다. 뛰어 댕기고 넘어지고, 부닥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또 놀리고 도망가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선생님이 내어 준 숙제는, 내일 학교에서 짝꿍 거 베껴내면 된다. 용감한 놈들은 몸으로 때운다고 했다. 숙제를 안 해가도 하늘이 무너지거나 지구가 멸망하진 않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다음엔 뭐하고 놀지?

그러다...

게임기가 생겼다. 오락실도 생겼다. 골목에서 뛰어 노는 친구들이 조금씩 줄어 갔다. 게임이 더 재밌단다. 축구하러 가는 인원이 모자란다. 에이씨.. 재미 없네. 이상하다. 분명, 맨날 깍두기 취급이었던 동네 꼬맹이가 안 나오면 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한 명이 아쉽다.

그러다....

자동차가 들어왔다. 큰 골목이든, 작은 골목이든, 자동차들이 들어왔다. 절대로 자동차 쪽으로 공을 차면 안된다고 했다. 동네 할배의 신경질은.... 이제 조금식 정색하는 느낌이 났다.

그리곤...
우리는 뺏겼다. 우리의 놀이터, 그 골목은 자동차의 전유물이 되었다. 오른쪽으로 자동차들이 죽 늘어서더니, 어느새 왼쪽으로도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왔다. 여기에선 더이상 축구도, 야구도 못하겠구나. 동네 골목대장은, 더이상 우리들의 대장이 아니었다. 그 자리는 이제 영원히 공석이다... 영원히..........

좁아터진 장소에서 술래잡기는 커녕.... 엄마는 자동차에 다칠 수 도 있으니.. 집에서 놀아라고 한다. 대신 게임기를 사주셨다. 그렇게 우린 각자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더 이상 옆 집엔 누가 사는지.. 옆 집의 옆 집에 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우리 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자동차도 많고, 휴대폰도 많고, 게임기도 많다.


그런데, 우린 과연 행복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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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행복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미래세대에게 놀이를 선물해 주면 좋겠습니다.

This deserves some attention. Upvoted and resteemed...

골목이 아이들 차지였던 때가 있었죠. 잘 읽고 갑니다.

경제가 발전하니 문화가 바뀌기는 하지만
우리가 놀이 문화를 지켜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좋은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