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오른쪽에 있는 큰 두놈...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 후 사무실에서 알약을 삼킬 때였습니다.
아파서 먹는 약은 아니구요 ㅎㅎ 비타민과 각종 영양제들입니다.
한입에 털어놓고 물 두세모금에 평소처럼 마셨는데
어라? 뭔가 목에 이상한 느낌이 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답답한 기분..?
순간 '아! 목에 뭔가 걸렸구나' 생각하고
물을 몇 컵 더 들이켰습니다.
그러나 안넘어갑니다.
목구멍을 좀 더 넓힌다는 느낌으로 다시한번 물을 삼켰습니다.
그러나 안넘어갑니다.
순간 온몸이 긴장했습니다.
자칫 기도를 막았다면 숨을 못쉴 수 있으니까요.
숨부터 크게 들이 마셔보니 다행히 기도는 멀쩡합니다.
만약에 기도를 막았다면 동료에게
즉시 하임리히법을 시행해달라고 했을겁니다.
다행히 그정도 응급상황은 아니것 같아
일단 목에 알약이 걸린채로 사내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도 간단한 처치정도는 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접수를 하고 잠깐 기다리니 들어오라고 합니다.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입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더니
"여기서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비인후과를 가라"고 하더군요.
병원을 나오는데 점점 목이 아파오는것을 느꼈습니다.
침이 고이니 습관대로 침을 참기는데
그때마다 목에 걸린 알약과 식도가 마찰하면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트름을 하면 왠지 역으로 나올것도 같았는데
그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는지 마찬가지로
약간 움찔할 뿐 통증만 가중될 뿐이었습니다.
침을 참킬 수도, 트름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상태였습니다.
혼자서 어딘가 가기엔 무리가 했을것 같아
사내 구급대에 연락했습니다.
친절하게 구급차를 운전해서 출동해 오셨습니다.
차안에서 대원님에게 사정을 설명하는데
말을 할때마다 알약이 식도를 압박해와
점점 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가장 가까운 큰 병원으로 아무곳이나 가자고 했고
강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강동병원 응급실에서 다시 사정설명을 하려는데
목이아파 더이상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동행해주신 대원님이 대신 설명을 해주셨고
곧 의사한분께서 진찰을 해주시고는 마찬가지로
"이비인후과로 가라"고 하십니다.
당연히 종합병원이니 병원내의 이비인후과로 가라고 했구나 싶었는데
한 간호사왈 "우리 이비인후과 없어졌어요"
엥?? 나름 큰 병원이라 생각했는데
"여기(강동병원)에 이비인후과가 없나요??"
"몇달 전에 없어졌어요"
어쩔 수 없이 다시 개인 이비인후과로 출발합니다.
목은 점점 아파오고 더 이상 침을 삼키기가 고통스러워
화장실에가서 침을 뱉고 차 안에서는 컵에 뱉기를 수십 차례...
마침내 이비인후과에 도착했고
접수과정에서 통증이 더 심해졌지만
꾹 참고 전후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이비인후과까지 왔으니 이제 곧 해결되리라는 믿음으로요.
그리고 의사를 만나 소형 내시경으로 성대 부근을 관찰했습니다.
목구멍 안쪽까지 넘어가서 걸린 상태라
이비인후과의 성대용 내시경으로는 관찰이 안되었습니다.
결국 결론은
"여기서 할 수 있는건 더이상 없다. 내과로 가서 위내시경을 하라"
목은 점점 아파오는데 해결은 안되고 환장하겠더군요.
그리고 나가려 했더니 데스크에서 계산하고 가라더군요.
12,000원 나왔다고.
짜증나지만 어쩌겠습니까..내시경값은 치렀죠.
바로 옆의 내과로 달려갔습니다.
식도가 계속 부어올라 기도에도 영향을 주는지
숨 쉬는데에도 약간 불편함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내과에 접수하는데 더 이상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네번째 의사대면.
"이비인후과로 가세요."
"이미 갔다왔습니다ㅠ"
"그럼 더 큰병원으로 가서 위내시경을 하세요. 여기서할 수 있는게 없어요."
"여기서도 위 내시경 할 수 있지 않나요?"
"여기서는 관찰만 가능할 뿐이지 약을 제거할 수 있는 장비는 없어요.
그러다가 식도에 상처를 낼 수도 있으니 순천향병원이나 차병원으로 가세요"
"아, 그런가요. 지금 너무 고통스러운데 침도 못삼키겠고 트름도 안나오고 호흡도 영향이 있습니다."
"그런 얘기는 큰 병원 가서 하세요."
네. 말이야 맞는 말이죠.
더 이상 조치할 수 없는 곳에서 떠들어봐야 뭣하겠습니까.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법인데
어찌 말을 저런식으로 할 수가 있을까요.
너무 화가나서 인사도 안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와버렸습니다.
데스크에 또 진찰비 달라할것 같아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다행히 그냥 가라고 하네요.
지금껏 동행해주신 사내 구급대원들께는 너무 죄송했지만
내시경으로 해결을 해야할 것 같으니 큰병원으로 가달라고 했습니다.
당시엔 너무 통증이 심해져서 표정관리도 안됐을겁니다ㅠ
결국 순천향 병원에 도착했고
말하기가 어려운 제 상태를 보자 응급실 창구직원이
이름 정도만 확인하고 들여보내줬습니다.
제 상태를 살펴보던 몇몇 의사 간호사분들이
위내시경을 해야하니 옷을 갈아입고 절대 침삼키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시경 기다리는동안 한 간호사분이
어쩌다가 그리 되었냐고 짐심어린 눈빛으로 물어보시는데
병원 5군데 거쳐오면서 이 간단한 질문조차 받지 못했던 저는
이 한마디가 엄청 위로가 되더군요.
여기라면 해결이 되겠구나...마음이 놓였습니다.
구급대원분께는 저때문에 시간 너무 많이 뺏긴것 같으니
이제그만 돌아가서 업무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내시경 들어가는것 까지만 보고 가겠다고 하십니다..감동 ㅠ
그리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정말 뭔가가 목에 걸려있다고 하네요.
제가 목에 걸렸다고 했더니 다들 믿지 않았거든요.
이미 넘어간건데 그렇게 느끼는거 아니냐고 말이죠.
그리고 잠시 기다린 후에 내시경실로 이동하는데
내시경실이 다른 건물에 있어 이동식 침대에 누워 이동해야 한답니다.
누우면 침이 고여 힘드니 앉아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동하는데 왠지 멀쩡한 환자가 이동식 침대에 앉아서
간호사 도움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좀 민망하더군요 ㅎㅎ
그리고 비수면으로 내시경은 처음이라 덜컥 겁이나서
수면으로 할 수 없냐했더니 이런 경우에는 수면으로 해드릴 수가 없다네요ㅠ
어쩔 수 없이 쌩(?)으로 받게된 위내시경...
내시경실에 도착해서 옆으로 눕고 입에는 입을 못다물게 하는 기구를 물었습니다.
잠시 후 담당 교수님이 오셨고 제 두려움 섞인 인사에는 아랑곳 없이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내시경의 머리를 제 입으로 쑥 밀어넣었습니다ㅠ
끄윽.....
간호사 두 분이 저를 안정시켰습니다.
내시경이 더 들어옵니다.
더 더.. 쑥쑥 집어넣습니다.
사람 위가 이렇게 긴가...
아직 더 들어올게 남았나...싶은데 자꾸 집어 넣습니다 ㅠ
천천히 호흡하라고 합니다.
구역질이 나는데 참으라고 합니다.
구역질을 하면 관찰하기가 힘들답니다.
최대한 복식호흡을 하며
할 수 있다...를 속으로 되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안끝났습니다.
더 들어옵니다.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제게
그의 손길에는 자비가 없었습니다.
으으으으으으...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탭을 칠까 하는 순간
내시경이 쑤우우우우욱하며 한번에 빠져나옵니다.
약 1분 남짓한 시간이었을텐데 그 시간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줄이야...
교수님이 마스크를 벗으며 시크하게 말합니다.
"이제 좀 어떠세요? 좀 나아지지 않았어요?"
내시경의 혼란속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저는
그 말을 듣고 침을 삼켜봤더니
와..드디어 문제 없이 침이 삼켜지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내 용트름이 나도 모르게 몇 초 동안 나오더군요;;
"아고 죄송합니다;;"
"내시경으로 막고 있던 알약을 밀어넣었습니다.
약 지어드릴테니 드시고 오늘은 퇴원하셔도 됩니다."
"굳이..죽 같은걸 안먹어도 되겠죠?"
"굳이 죽을 드셔야 합니다 ㅎㅎ"
그리고 병원을 나섰는데 너무 개운했습니다. ㅎㅎ
약간 목이 부어서 아프긴 했지만 아까의 답답함에 비할바가 아니었어요.
그 이후로 그 알약은 이로 잘근잘근 부숴서 먹고 있답니다.
그리고 후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알약 목에 걸렸을 때 넘기는 방법으로 소개된 블로그들이 있더군요.
방법은 선 자세에서 물을 머금고 인사할때 처럼 상체를 90도로 숙인 후에
물을 마시면 놀랍게도 넘어간다고 하는데요.
제가 이 방법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것도 해본 후에 병원에 갈텐데
이건 좀 아쉽네요 ㅎㅎ
여러분들도 크고 두꺼운 알약 조심하시고
혹시나 걸리면 위 방법대로 해보시고
그래도 안되면 내시경을 하시는 수 밖엔 없네요ㅜ
평생 알약이 목에 걸리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경험도 해보네요 ㅎㅎ
병원들 태도가 정말 어이없네요! (😡)
천만다행 또 다행입니다.
다음부터는 조심 또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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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환자들 매일보니 매너리즘에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지만!
그 땐 정말 너무했다 싶더라구요...ㅋㅋㅋ
@lalaflor 님도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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