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스팀잇

in kr •  7 years ago 

안녕하세요. 오늘은 날이 흐려서 그런지 그냥 뻘글이 한번 써보고 싶네요.

"바람의나라"라는 게임을 아시는지요?

전 게임을 꾸준히 하거나 잘하지는 못했지만, 은근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게임을 했었던 1명의 유저입니다. 제 동생과 함께 했으니 2명의 유저라고 할까요?

1. 난 바람의나라 유저였다.

너무 오래된 게임이어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테니 '바람의나라'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넥슨에서 1996년 4월 5일에 서비스를 시작해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중인 그래픽 MMORPG인 게임입니다. 만화가 김진의 만화 「바람의나라」를 원작으로 고구려와 부여를 배경으로 하였습니다. 당시에 정액권을 살 형편이 안되서 하이텔(?)로 부모님 몰래 연결해서 사용하다가 30만원 폭탄을 맞고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혼난 이후 정액제에 가입하여 즐기는 상황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게임에서 전사,주술사,도사,도적중에 직업군을 1개 선택하여 사냥터에서 몹을 잡으면서 레벨을 올리는 게임이었고, 개인 플레이도 가능했지만, 격수와 비격수의 팀워크로 사냥을 하며 친목도 쌓고 놀던 게임입니다.

게임정보를 조금이라도 미리 알아봤었더라면, "전사"케릭터를 선택하지 않았을텐데, 직업을 선택하는 길드(...?)앞에 쓰여있던 "劍"에 매료되어 선택하게 되었죠.

지금으로 생각해보면 너무 단순한 개념이지만 사냥을 하면, 몹이 떨어트린 아이템을 주워서 상점이나 유저들에게 팔면 돈을 벌었습니다. 게임내에서의 이동, 공격, 사냥, 아이템장착, 마법 등 모든 행위를 키보드로 할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만으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냥터에서 키보드에 동전을 꽂아놓거나, 매크로를 돌리는 행위를 했습니다. 스팀잇으로 치면 기본적인 봇(?)과 같은 개념이지요.

매크로를 돌리면, 하나의 단축키를 누르면 매우 빠른 속도로 키보드값이 입력되어서 사냥이나 레벨업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불법프로그램인 경우가 많아서 넥슨측에서는 맨날 block하려고 노력했었던 기억이...

레벨 99까지 올리면 승급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전사라는 케릭터를 95까지밖에 못올리고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때 게임을 하던 전 현질을 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능력이 없었다기보다는 수단을 모르고, 열정을 몰랐다는게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생은 지독하고 꼼꼼한 녀석이어서 늘 게임을 저보다 잘했기 때문에, 주술사,도사,도적 모두 승급을 하고 아이템까지 저에게 선물로 주는 꼼꼼한 녀석입니다.

스팀잇에 로그인하면 FEED를 쭉 훑는 것처럼, 게임에 접속하면 누가 로그인했는지 확인하는게 필수였습니다. 문파에 가입도 하고 사람들과 친목도 쌓으면서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 한번의 PK를 당하며 몇달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버렸습니다. 당시 PK가 안되던 때였지만, 소환빵이라는 것을 통해 저렙유저를 고렙 사냥터에 던져버리면 죽일 수 있던 꼼수가 있었습니다. 죽으면서 떨어트렸던 나의 아이템은 그 못된 놈(?)에게 다 뺏겨 버렸었죠. 동생이 선물로 줬었던 그 비싼 "환두대검"까지 말입니다...

그러한 PK에 빈정 상해버린 저는 그날로 바람의 나라를 접었습니다.

2. 현질로 시작한 바람의나라

날 쫓아내었던 바람의나라를 잊고 지내다가 대학생이 된 후에 현금을 가지고 다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명, 현질을 하였던 것입니다. '게임은 절대 돈을 쓰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던 저에게 동생이 달콤한 유혹을 했습니다.

'30만원을 투자해서 게임을 즐겁게 하고, 30만원으로 팔고 나오면 된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날 바로 동생과 함께 현질을 하였습니다. 30만원을 주고 게임을 다시 시작한 저는 신세계를 겪게 되었습니다. 몹들이 너무 쉽게 잘 죽고, 사냥이 너무 재밌는 겁니다. 왜 이런걸 안하고 낑낑되면서 쌩고생을 했나 후회했습니다.

현질의 맛을 느끼기 전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현질을 하면서까지 게임은 안 할거야. 레벨업을 하고, 재료를 모아서 하나씩 해내가는게 진정한 재미지!'

물론, 하나씩 해나가는 재미도 있겠지만, 현질 후 아이템을 갖추고 하는 게임의 재미가 너무 좋았습니다. 심지어 돈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데....

대학생이 되고 2달간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었던 저는 2달 후 벌었던 아이템을 모두 되팔아 30만원 이상을 벌고 게임을 접었습니다. (크게 많이 벌지는 않았습니다...)

3. 스팀잇은 신세계였다.

너무 끼워맞추는 것 같긴 하지만, 스팀잇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은 게임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게임 가이드북을 정독하듯 @twinbraid 님의 글과 다른 분들의 보상관계 글을 쉴틈없이 읽었습니다.

너무 놀라웠습니다. 예금 이자 0.2% 높은 은행에 가기위해 차를 타고 가다가 접촉사고 겪어 더 많은 돈을 잃었던 저에게 '스팀잇'은 신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은행이자가 고작 2~3%인데 365일 매일 글 한개씩 셀프보팅만 해도 3.6%의 수익이 나오니깐요. 스달가격 1$기준으로 매일 10개의 글을 쓰고 매일 셀프보팅하면 얻게 되는 수익은 36%나 되었습니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저는 써본적 없던 가상화폐거래소인 bittrex와 Korbit을 붙잡고 밤낮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곤 8개월 전 저는 스팀잇에 현질을 하였습니다.

저의 잔머리는 셀프보팅을 하루 5개씩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왜냐면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예상되는 수익만큼은 벌어야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는 무서웠고 셀프보팅을 하는 것은 매우 눈치가 보였습니다. 이러한 눈치를 피하기 위해서 krtag를 쓰지 않은 글도 많이 썼습니다.

하루에 5개씩 꼬박꼬박, 중국어 교재에 있는 내용에 내가 공부한 내용을 조금 추가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셀프보팅도 꼬박꼬박했습니다. 참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4. 그래서 하고 싶은말은...

딱히 없습니다. 그냥 저는 스팀잇을 게임하듯 즐기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처럼 출석체크하듯이 매일 로그인하고 있고, 사냥터에서 몬스터 잡듯이 글을 작성하고 있고, 게임혈맹원이랑 정모하듯이 밋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잘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너무 SERIOUS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뭐... 좀 그렇습니다. 돈이 걸려있으니깐 그렇겠지요? 그리고 게임과 다르게 운영자가 없어서 또 그렇겠지요?

뻘소리가 길었습니다.

그럼 이만.

ps> @granturismo 님이나 @oldstone 님 처럼 글만 써보고 싶어서 따라해봤는데, 웬만한 필력으로는 택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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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이 참 게임 같죠...저도 재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