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를 처음 읽은 건 스무 살이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나는 그 시집이 그렇게 유명한 시집인 줄 모르고 읽었다. 한 학기 겨우 마치고 휴학하고 대전 내려와 동네 도서관에나 들락날락하던 스무 살 청년에게 최영미의 시는 충격인 데가 있었다. 문학은, 특히 시는 얌전해야 한다고 배운, 엄숙해야 한다고 배운, 그래서 ‘규범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배운 스무 살 청년에게 최영미의 시집은 자체로 충격이었다.
최영미를 처음 읽던 1997년의 어느 늦은 가을밤을 피부로 기억한다. 나는 시가 그렇게 재밌는 장르인지 몰랐다. 사는 일의 허기를 언어가 어떻게 달래주는지, 지난 일을 추억하는 데 언어가 얼마나 날카롭게 쓰일 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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