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힙’한 그대에게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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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작금 우리나라 술 유행의 최전선에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있다. 세계적으로는? 단연 진(GIN)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진의 매출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연평균 성장률은 3.1%에 이른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진이 인기를 끌게 되지 않을까.

진은 주니퍼 베리(노간주나무 열매)를 주 원료로 하는 증류주다. 주니퍼 베리 말고도 각종 향신료를 사용한다. 여기가 진의 매력 포인트다. 100개의 진이 100가지 맛을 낸다. 마치 재즈처럼, 갖가지 향신료가 술맛을 변주하는 것이다.

오늘의 술은 진의 새 부흥을 이끈 봄베이 사파이어다. 진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특히 영국에서 잘나갔는데, 너무 잘나가서 과음으로 인한 사망자 속출 등 각종 사건 사고를 유발했다. 영국 정부가 진에 고가의 주세를 때렸다. 영국인들은 비싸진 진 대신 맥주를 마셨다.

1987년 독특한 외모의 진, 봄베이 사파이어가 큰 히트를 쳤다. 이후 헨드릭스진 등 후발 주자가 가세해 진 열풍을 이어갔다. 봄베이 사파이어하면 그 아름다운 병 디자인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의 거대 사파이어 원석 ‘인도의 별’에서 영감을 받아 봄베이 사파이어의 병을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술병은 잘 세공한 푸른색 보석처럼 빛난다.

썰이 너무 길었다. 먹어보자.

안다, 진은 칵테일로 해 먹어야 한다는 것. 그래도 한 번, 스트레이트 맛을 보자. 봄베이 사파이어를 따른 잔에서는 알코올과 감귤이 뒤섞인 냄새가 난다. 조금 더 후각에 집중하자 과일향과 꽃향이 올라온다. 아, 병은 하늘색이지만 원액은 무색투명하다.

마신다. 이것은 술인가, 화장품인가. 술이 혀를 타고 미끄러지면서 레몬의 풍미와 약간의 매운맛이 느껴진다. 거기에 주니퍼 베리로 추정되는 향(주니퍼 베리를 먹어본 적이 없어 모른다. 다만 진에서 나는 어떤 공통적인 맛이 있으므로 그것이 주니퍼 베리일 것으로 짐작한다), 고수의 향이 어우러진다. 냄새가 너무 진해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역시는 역시다. 진은 칵테일로 먹어야 마땅하다. 진 베이스 칵테일은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진, 탄산수, 토닉워터가 기본이다. 레몬이 있으면 더 좋지만, 나는 레몬 원액을 쓴다. 레몬 사둬 봐야 못 쓰고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설탕도 필요하다.

‘진 리키’부터 만들어 먹자. 충분히 큰 유리잔에 얼음을 채운다. 소주잔 기준으로 진 1잔, 탄산수 5잔, 레몬 원액 반 잔을 따른다. 우아한 유리 젓개 따위는 집에 없으므로, 젓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완성. 부담스러웠던 봄베이 사파이어가 탄산수를 만나 순해진다. 덕분에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씁쓸한 맛과 상큼한 레몬이 조화롭다. 드라이한 술을 즐기면 진 리키가 입에 맞을 것이다.

저 유명한 ‘진 토닉’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쉽다. 유리잔에 얼음을 채우고 소주잔 1잔의 진, 토닉워터 5잔, 레몬 원액 반 잔을 따르고 젓가락으로 저어주면 또 완성이다. 토닉워터가 들어가 진 리키보다는 한층 새콤달콤하고 맛있다. 술꾼이든 아니든 간에 두루 즐길 만하다. 독주를 안 좋아하는 아내에게 진상해 합격점을 받았다.

마지막 칵테일은 ‘콜린스’다. 콜린스는 봄베이 사파이어 라벨에 제조법이 쓰여 있는 유명한 진 베이스 칵테일이다. 역시 큰 유리잔에 소주잔 기준 진 2잔, 레몬 원액 1잔, 설탕 2티스푼을 넣는다. 젓가락을 충분히 저어 설탕을 녹이다. 얼음을 붓고 탄산수를 따르면 끝이다. 설탕이 들어간만큼 셋 중 가장 달콤하며 레몬 원액을 때문에 가장 새콤하다. 그만큼 봄베이 사파이어의 풍미는 뒤로 밀린다.

개인적으로는 진 토닉이 가장 좋다.

대형마트에서 봄베이 사파이어 1ℓ를 약 3만 5000원에 판다. 알코올 도수는 47도. 다 먹고 또 살지는 확실하지 않다. 집에 한 병쯤 두면 쓸모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나야 뭐 다른 술이 워낙 많아서.

술은 좋아하지만, 독주는 별로고, 맥주는 또 식상하다면 꽤 괜찮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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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봤을 때 향이 좀 거슬린다 했더니 고수였군요 ..

아아 섬세한 미각을 가지신 분... 스트레이트는 아닌 거 같아요 정말 ㅋㅋ

목요일이군요. 덕분이 어디 가서 마셔본 척 할 수 있겠네요. ㅎㅎ

진토닉으로 만들어 먹으니 꽤 괜찮더라고요. 역시 저는 위스키파이기는 하지만요

봄베이 사파이어... 칵테일에도 일가견이 있으시네요. 아무 술이나 마시는 우리하고는 차원이 다른듯합니다.

아휴 아닙니다. 저도 평소에는 소맥 제일 많이 마시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