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죽은 아이의 사진을 보다가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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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들은 잠에 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새하얗게 식은 얼굴, 얼굴에 묻은 핏자국이 이 아이들이 죽었음을 증명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동(東)구타 일대를 폭격했을 때 AP통신, AFP통신, 로이터 통신 등은 하루에도 십수장씩 죽거나 다친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았다. 나는 급히 페이지를 넘기고 말았다.

우리 회사는 해외 통신사가 찍은 사진을 돈을 내고 받아 쓴다. 중동 곳곳에, 아프리카 구석구석에 사진기자를 보낼 수 없으므로, 한국 대부분의 신문사는 이런 식으로 국제면에 쓸 사진을 얻는다.

회사 내부망으로 흘러들어오는 사진 중에는 신문에 쓸 수 없는 사진이 수두룩하다. 대개 너무 적나라하거나, 잔인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사진이다. 외신도 이런 사진은 잘 안 쓴다. 외부에 공개되지 못한 사진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각 신문사 내부망에서 묵다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이 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어디에선가 죽지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아이들이 총에 맞아서, 폭탄이 터져서 죽거나 다친다. 또 굶어 죽는다.

AFP는 3월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을 격려하려고 동구타를 방문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을 찍었다. 군복 차림의 병사들 사이에서 알아사드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목이 학처럼 길고 피부가 하얬다.

이튿날 AFP는 정부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동구타, 폭격을 피해 아이를 안고 뛰는 남성,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아기의 사진을 찍었다.

3월 21일, 오후 6시까지 우리 내부망에는 어린이의 시신을 찍은 사진이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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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이 종식되기는 힘든것이겠죠.

인간이기에 다툼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무고한 희생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예 아마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끝나지도 않고. 뭘 해야 하는 건지. 유니세프 후원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찾으면 그걸로 충분한 건지. 모르겠어요.

기자생활 하시다 보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것 같네요... 특히 사는 게 참.. 허무한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겠어요 ㅠㅠ

사건기자를 오래 한, 늙은 기자들 중에 유독 시니컬한 선배가 많은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어요. 사는 게 참. 언젠가 장례식장에서 한 선배가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이야" 하면서 소주를 털어넣는데, 그걸 보면서 착잡했습니다.

슬픈일들과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계시네요ㅠ

뭐 쾌적하고 안전한 사무실에서 손가락이나 움직이고 있는 걸요...

아....
알고싶지 않고 보고싶지 않지만 알아야만 할 진실이네요..

우리는 아직도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뛰어놀며 죽음의 공포를 아직 몰라도 될 어린 아이들이 희생되어 죽는 기사를 보면 맘이 아픈데.. 직접 현장에 있는 분들은 더 크게 다가올거같아요.. 슬픈 직업같기도하네요

맞아요 유독 아이이 죽거나 다친 사진을 보면 더 아프더라고요. 현장의 기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야 말로 다 못 하겠지요.

가끔 진실을 담으려는 사진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 상업적인 사진이 있지요.
아마도 현장을 적나라하게 전하는 사진 중에도 그런 경우가 다반사겠지요.
의도가 어떻든 그런 현장이 없는 것은 아니니 무턱대고 상업적이라고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구요.

하시는 일이 그런 걸 많이 접해야 하는 일이니, 참 많은 감정이 오가겠네요.
그저 세계 평화만을 기려야 하는지...

무력감 같은거 느껴져요. 아 안타깝구나. 하고 끝이니까. 스스로 비겁하게 느껴지고.

서로 다르게 보셨을 새하얀 피부가 마음에 좋지 않으셨겠군요.

뭐랄까... 너무 혼자 우아한 거 있죠. 세상에. 조금 떨어진 데서 애, 어른이 막 죽어나가는데

외면하고픈 진실이셨겠네요. 지나간 아픈역사도 많지만, 오늘의 아픈역사도 바로잡을 수 없다는것이 참 씁쓸합니다.

어쩌면 모르고 사는 게 속이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아픈 역사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라서 더 씁쓸해요.

신이 존재한다면,
이 아이들은 무슨 죄로
일찍 데려가는지 묻고 싶습니다

예 저도 묻고 싶어요. 신이 존재하신다면.

아.... 마음이 아파요. 예전에 시리아 난민 아기 사진들 보면서 눈물을 흘렸었는데, 아직도 진행중이라니... 언젠가 제가 사회를 위해 할수 있는일을 찾는다면 난민 아동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냥 생각은 그렇다고요.

내전은 조만간 끝날 거 같아요. 내전이 끝나도 한동안은 난리를 겪을텐데, 그래도 전시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난민 문제 참 어렵지요. 어렵습니다 정말...

오, 기자님이셨군요. 저도 우연히 전쟁 중에 죽은 아이 사진을 봤는데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전쟁은 어떤 목적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ㅠ

제 후뱁니다 송이님 ㅋㅋ

오옷 시호님의 후배님이셨다니! +_+ 팔로우하고 더 자주 찾아뵈어야겠습니다!

shiho님 후배입니다. 전쟁통에 죽은 아이들 사진 보는 거 정말 고통스러워요. 전쟁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사라질 수도 없는 거겠지요. 옛날 칼싸움 하던 때가 나았을까 싶다가도, 아니지 점령군이 얼마나 잔인했는데 생각하면 차라리 현대가 나은가 싶고. 휴...

기자님이라는 걸 알고나서 혹시 시호님 동료분이실까 싶었는데 후배분이시라니 더더욱 반갑네요. 앞으로 써주실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_+

시호님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위대한 영도자 동지... 말씀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

기자라는 직업이 맞이하고 싶지않은 진실을 볼때 더 힘들것 같아요. 지금 언급하신 아이들의 죽음이라던지 ... ㅠ

그래서 좀 아름다운 것, 예쁜 것 보려고 문화부에 간 기자가 있는데... 이번에 문화예술계 추악한 일들이 막 터지면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더러운 세상...

참 역설적인 현상이죠.
이런 어린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해외의 사람들도 알게 될텐데. 너무 잔인해서 보여줄수가 없지요.
요즘 사람들은 액정에 이미지로 뜬게 아니면 사실로 치부하지도 않으니
결국 그 아이들의 한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또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럼 어른은 죽어도 되는 것인가. 죽어도 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요. 숨진 아이들은 적어도 굶거나 겁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저 평안하기를....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 가슴 아파요..
오랜만에 들렸어요. :) 금요일 밤이라 쪼끔 힘내보았습니다. 내일 오후 2시까지 잘 거거든요. :)

2013년에 시리아 정부군의 사린가스 공격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무려 1000여명이 죽었던.. 어른들은 괴로움에 울고 토하고 소리를 지르기라도 했지만 많은 아이들은 그럴 힘도 없이 하얗게 질린 채 죽어있었어요.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제가 너무나 부끄러웠고, 현실이 끔찍하고 무서웠습니다..

송블리님 댓글 창에서는 오랜만에 봬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시리아 내전은 끝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포성이라도 멎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악마는 지옥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