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대게는 대게 맛있지만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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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알코올 속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처럼 손바닥을 뒤집어서 앞으로 쭉 뻗으면 거미줄이 아니라 알코올이 찍 나갈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따위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오늘 아침 출근했다. 숙취가 지독하다.

어제, 대게 철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사다 먹자고 친지가 말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저녁 식탁에는 주홍 알이 꽉 찬 대게가 허연 배를 까뒤집은 채 누워있었다. 어미를 먹고, 그 어미가 밴 알까지 좋다고 먹는,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약 1초쯤 생각하고 게를 양손으로 집어 물고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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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속살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단단하게 뭉친 알덩이는 단호박처럼 보였다. 몹시 고소했다. 게딱지에 밥을 한 숟갈 넣고 챔기름을 두어 방울 떨어뜨려 비벼 먹었다. 더 고소했다. 게를 찐 물에 집게발 몇 개를 뜯어 넣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에서 바다맛이 났다. 술이 술술 넘어갔다.

게만 먹었으면 원기가 왕성해졌을 터인데, 게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먹었다. 늘 술이 문제다. 화요 41을 먹고 참이슬을 먹고 피츠를 마시고 피츠에 참이슬을 타 마셨다. 그리하여 내 기운은 먹기 전과 후가 똔똔이 된 것일까. 지금 몸 상태로 보아하니 손해가 더 크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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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대 초반에는 어지간히 마셔도 다음날 오후면 멀쩡했는데 이제는 언감생심이다. 어제처럼 먹은 날에는 해독하는데 24시간이 모자라. 푹 잔다고 했을 때 36시간쯤 지나야 술이 좀 깬다. 아 내일 스콰트 하는 날인데!

사족
친지 댁에서 인생술잔을 만났다. 3원색의 키치한 색감이 레트로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줏잔이었다. 나는 이 어여쁜 잔에 찰랑찰랑 술을 따라 즐겁게 마셨다. 친지는 술잔을 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기뻐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쥐고 먹었다. 오늘 아침 그 잔을 친지 댁에 두고 출근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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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이 술술 넘어가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었네요 ! 어마어마한 안주들 ㅠㅠㅠㅠ

예 정말 저엉~말 맛있었답니다 흐흐... 아아 아침부터 배고프네유

저는 요즘 술을 마시면 맥주 한잔에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아서.. 자제 중이네요 ㅋㅋ
제목부터 라임이 굿입니다!

윽 그럴수가. 아쉬우시겠어요.

제목 라임은 아재감성 아닙니까. 그런데 굿이라니... @chole808님 취향에 의구심이 생깁니다 ㅋㅋ

줘도 못 먹는 분... ㅋㅋ

윽 묵직한 한 방 ㅋㅋ

나중에라도 챙겨오셔야죠. 잔이 너무 이쁜데요. 레트로 최고입니다.

예예 꼭 사수하겠습니다. 제발 다른 사람 주지 말아줘!

그렇게 맛난 대게를 드시면서 알콜에 풍덩하셨군요.ㅋㅋ
맛있게 먹은 대게를 올리시진 않으셨나요?
전 나이가 드니까 알코올 분해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자꾸 먹은 걸 확인하려고 하더라구요.
더 슬픈 건 배가 불러서 술을 못먹을 때도 많다는 거고요...
나이와 술은 완전히 적인 거 같아요.ㅜㅜ

저는 올릴 때 그 기분을 되게 싫어해서요. 어지간해서는 올리는 일이 없답니다. 나이는 모든 것의 적인 거 같아요. 슬픕니다... 흑흑

헉헉!! 완전 부러워요 ㅜㅜ 침이 꼴깍

흐흐 정말로 맛있었답니다 아 또먹고 싶네요

ㅎㅎ 마지막 아쉽네요. ~~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음번에 가면 잔부터 챙겨야겠어요 ㅋㅋ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비싼안주먹으며 술마시는게 참 아쉬운거같아요 ㅠ 첫입엔 맛있는데 취해가면서 맛을 모르니까요 ㅠㅠ 근데 또 맛난거먹으면 술한잔땡기니..

하지만 대게는! 대게는! 아무리 취해도 맛있었지 말입니다

라면에 대게라니!!! 저러면 술이 안 들어갈 수가 없죠 ㅋㅋ 넘나 맛있어 보입니다 ㅜㅜ

참말로 맛있었답니다. ㅋㅋ 걍 꽃게라도 넣어서 끓어볼까 생각이 들 정도네요 흐흐

ㅋㅋ 나중에 한번 꽃게라도 넣어서 끓여먹어야겠습니다 :)

예 혹 제가 먼저 끓이게 되면 후기 올리겠습니다 ㅎ

아무래도 먼저 끓이실 것 같은데 ㅋㅋ
기대할게요 오늘도 헤버구떼이 :)

아~~~ 대게철 지나기전에 저도 꼭 사다 먹어야겠어요~~ 보검님!!! ^^

아아 로사님의 손이 닿으면 대게 맛있는 대게가 얼마다 더 맛있어질지!

나이를 먹으니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대 초반에는 어지간히 마셔도 다음날 오후면 멀쩡했는데 이제는 언감생심이다. 어제처럼 먹은 날에는 해독하는데 24시간이 모자라. 푹 잔다고 했을 때 36시간쯤 지나야 술이 좀 깬다.

이거 진짜 공감입니다. 다른 데선 못 느끼겠는데(아니 오히려 더 나아졌다면 모를까) 해독에선 확실히 차이가 있더군요.

가끔은요. 간이 저한데 "야 이제 그만 좀 해라"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미안하다 간아...

마실 때 마시고
먹을 때 먹고
들을 때 듣고
글 쓸 때 쓰고
힘 쓸 때 쓰는

멋진 소드님... ^^

크으 아론님 이렇게 칭찬해주시면

너무 좋아요 더 해주세요 ㅋㅋ

그때 그 속초에서 함께하신 친지분이신가요? 대게로 친지분과 또 대동단결하셨군요. ㅎㅎㅎ그래도 운동을 하시니 숙취가 조금은 덜 하실 것 같아요. 저는 간도 그렇지만 없는 근육들이 더 고생하는 느낌이에요. 술마시려 운동한다는 친구 말 들어보면 일리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맞습니다! 그때 제가 하도 맛있게 먹어서... 대게만 보면 제 생각이 난다며. 제가 복스럽게추잡스럽게 먹는 스타일인가봐요 ㅋㅋ

운동을 하면 말입니다... 회복 과정에서 간이 열일하는데, 거기에 술을 끼얹으면 간이 꽤나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미안하다 간아...

화요부터 피츠까지 달리셨으니 똔똔 아닌듯 손해인듯요ㅎㅎ

피츠가 참 요물이더라고요 ㅋ 그냥 먹으면 아주 별로인데, 소맥에는 찰떡궁합. 이걸 노리고 만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언제 함 말아드셔보세욥

대게도 부럽지만 술잔 탐납니다.ㅎㅎ 어여 다시 찾아오세요.ㅎㅎ

으앗 그렇군요 말씀 듣고 보니 키위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느낌! 저도 저 잔에 홀딱 반해버렸답니다. 다음에 가면 잔부터 챙기는 것으로!

대게 사진에서 무릎을 꿇고 라면 사진에서 빤쓰까지 다 벗고 항복. 칼님이 이번 주말 승자십니다...

아니 미네르바님 남의 블로그에 와서 저렇게 적나라한 표현을 써주지면... 너무 좋잖아요 +_+ ㅋㅋㅋ
이미 항복하셨지만, 제가 깜빡 못 썼는데 대게 옆에는 숭어회가 있었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숭어회 말입니다.

더 벗을게 없는데 어떡할까요 ㅋㅋㅋㅋ

양말이 남았... ㅋㅋ
신박한 드립이 안 떠오르네요. 다음에 더 맛있는 음식 후기로 제가 항복하게 하소서

술잔의 프린트가 화투의 조커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건 저 뿐인가요..ㅋㅋ어떤 술이든 술술 들어갈것같은 만능잔!

예쁘죠. 아아 못 챙긴 것이 넘나 아쉽습니다. 꼭 다음번에 가서 갖고오겠습니다

이십대 초반 부산에서 회사다닐 때, 우리 부서가 이사님을 필두로 술 많이 먹는 부서로 유명했었어여. 진심 회식 하면 2차 3차도 모자라 아예 회사 명의 콘도에서 밤새 술을 먹고 다같이 정시에 출근해서 일하곤 했지요 ㅋㅋㅋ 지금 그렇게 마시면 사망할듯요

우와 그런데 부서 분위기는 좋았나요? 좋은 분들과 그렇게 마시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만... 그게 아니라면... 밤새 먹고 출근... 최악일텐데요 ㄷㄷ

저는 아무리 부서원들을 사랑한대도 밤새 먹고 다같이 정시출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ㅋ

헐... 알이 저렇게 꽉 찼다니 ㅠㅠㅠ 오늘은 힘드시겠지만 어제는 즐거우셨을테니 대충 똔똔치세요. ㅋㅋ

ㅋㅋ 예 뭐 계획한 운동도 다 했고, 기사도 썼고, 야근도 하고 있어요. 괜찮은 거 같습니다. 대충 똔똔인 걸로!

즐겁고 따뜻한 한주 보내길 바라

고마워. 네가 여러 블로그를 돌아니며 똑같은 인사를 Ctrl+C, Ctrl+V 하지 않으면 더 고마울 거야.

너도 즐겁고 따뜻한 한주 보내길 바라.

나는 단지 당신을지지하고 당신을 위해 투표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너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미안. 네 마음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녔어. 네가 남긴 댓글 보고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어. 궁금해서 네가 또 무슨 댓글을 썼는지 찾아봤어. 그런데 남긴 댓글들이 다 똑같았어. 그래서 위에 댓글을 썼어. 네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해.

이게 뭨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미안해서요... 구글 번역기로 돌렸을 때 쉽게 읽히게 썼...

따뜻한 사람...

...

어미를 먹고, 그 어미가 밴 알까지 좋다고 먹는,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ㅠㅠㅠ 이런 생각 금물입니다! 전에 요리할 때 랍스터 목을 비틀 때마다 너무 괴로웠는데. 하.

자니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