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커오는 과정을 더듬어 보면
순진하고 얌전하고 울타리 없는 집에서
아무 느낌없이 텅빈 집과 함께 어울려 살았던 그때
어쩌면 그 시대에 맞게 잘 살지 않았나 싶어요.
부모님 조모님 대가족이 함께 살아갔던 시대
옹기 종기 모여앉아 이야기 보따리에 귀 기울이며 깔깔대며 웃고,
밤에 번개불만 날아가도 웃고
어릴적 난 왜그리 웃음이 많았는지
가난하지만은 않았는가 봅니다.
학교에선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주는 배급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강냉이 죽, 옥수수가루 찐것,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그나마 난 먹지 못했습니다. 잘 산다고요.
돈주고 사먹곤 했습니다.
그런 시절도 있었지요.
중학교 시절
중학교를 담양 한래중으로 다녔습니다.
우리집에서 학교까지 40분 정도 걸야 했었어요.
우리 마을에서 논길을 걸어 이웃 마을을 지나 공동묘지산도 지나야 학교가 보였지요.
아침에 엄마 아침상차리 도와주고 교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면 숨 가쁘게 걸어야 지각을 면했어요.
공부 마치고 정문 앞에 5일장이라도 열리면
이것저것 먹고 싶고 사고 싶고
친구들 모두 뽀빠이 1봉지씩 들고 시장을 나섭니다.
재잘 재잘 떠들며 집에 도착하면
책가방 던지고 엄마를 도와야 했지요.
땔감도 준비하고, 물도 길러오고
보리쌀 갈아서 밥도 하고나면
아버지 들에서 돌아오셨어요.
함께 저녁 먹고 난 학교 숙제하러 아래집 차수내 집으러 숙제하러 간다.
친구네 집에서 숙제하고 자고 오기도 하고 저녁 늦게 오기도 하고 그랬지요.
그땐 집집마다 대문이 없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