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질 땐 화구를 챙겨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간다. 그 언젠가는 아마도 그림을 그린 이후겠지. 그전엔 일기를 쓰면서 마음도 생각도 정리했는데 이제는 그림이 글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게 무작정 나가 발길 닿는 곳으로, 마음이 멈추는 곳으로 가는데 이상하게도 그곳은 언제나 바
다. 왜. 탁 트인, 깊고, 푸른, 물, 자장가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그런 걸 바라보기만 해도 맘과 생각이 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하얀 종이에 물을 잔뜩 적시고 붓에 푸른 물감을 듬뿍 묻혀 크게 크게, 슥슥- 손을 휘젓는 행위를 통
해. 눈은 바다와 그림을 번갈아 바라보며 손은 이리저리 종이 위를 누비고. 그러다보면,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마음이 마음에게 대답한다.
180821 삼양 포구
태풍 솔릭이 오기 전날 오후. 화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발길은 동네 바닷가 포구에서 멈췄다. 중고등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네다섯 명이 웃통을 벗고 맨몸으로 바다 위로 첨벙첨벙 뛰어든다. 제주 아이들의 물놀이. 깊이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포구, 한쪽에는 묶어둔 배들이 출렁이는데 그 바닷속으로 무작정 뛰어
드는 아이들. 내일 태풍이 온다는데. 아이들에겐 여전히 신나는 여름이다.
재밌냐? 나도 아이들처럼 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보고 싶다. 그러지 못해 아이들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린다
드로잉: 누들러 렉싱턴 그레이 잉크
햇빛은 쨍하고 대기는 습기를 잔뜩 머금고 바람은 부는
태풍은 어디에 있나. 어디서부터 오고 있나. 어차피 올 건 아는데... 내일까지만 잠시만 멈춰 있어라.
- 태풍 전날의 일기
18-258 삼양 포구 (다니엘 스미스 수채물감 / 세르지오 양장북 300g 권 5)
awesome colors, lovin th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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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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