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고 싶지만…비트코인에겐 최악의 약점이 있다

in kr •  3 years ago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아직까지 가상화폐는 실제 돈과는 달리 복권이나 확률처럼 느껴지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은 최근 유통되는 디지털 화폐의 규모를 1조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디지털 화폐는 미래(의 화폐)다. 규제 담당자, 경제학자, 은행원, 교수, 언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부인할 수 없는 디지털 화폐 매력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만병통치약처럼 보였지만 엄청난 속도로 폭발해 고통과 파멸만을 가져온 금융 버블을 이미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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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은 사람들의 지불, 저축, 투자 방식을 바꾸고 있다. 역사적인 저금리와 점점 더 거세지는 (금융)규제, '디지털 은행'이라는 새로운 경쟁사를 맞이하며 은행 산업은 더 이상 예전 모습이 아니다. 화폐마저 디지털 변환을 겪으며 민간 부문(사업체)이 직접 화폐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개인 혹은 기관에 화폐를 배분할 수 있게 된다.

필자를 포함한 경제학자들은 '파멸과 암울함'의 선구자이므로 내가 가상화폐에 대한 집단적 열광에서 한발 물러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선 돈의 개념부터 정의해보자. 오늘날 돈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지폐 한 장, 은행 계좌, 신용카드가 돈인가? 돈은 그 이상이다. 돈은 바로 신뢰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리자면, 돈은 불, 바퀴, 페니실린, 피임약에 견줄 수 있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다. 그러나 돈은 세 가지 기본 목적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모든 사람이 받아들이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시간이 흘러도 돈의 가치는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사람들이 돈을 세고 돈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돈의 가치가 '이동'돼야 한다. 미래에 자녀가 쓸 수 있도록 남겨주거나 시간이 흐른 후 퇴직금으로 사용하는 등이 해당 목적으로 돈이 사용되는 예다.

다양한 종류의 돈과 돈의 발행인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진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회들이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기관에 돈(화폐)을 창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중앙은행에는 기술적, 경제적 독립성이 부여되는 동시에 돈의 가치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여됐다. 디지털 화폐는 이러한 (중앙은행의) 독점을 위협한다. '가상화폐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개념과 용어는 복잡하고 헷갈리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필자는 우선 가상화폐와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개념부터 정리하려 한다. 가상화폐는 민간 기업, 개인 등이 만들고 보증하는 민간 돈(private money)이다. 후자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 통화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종류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종류는 두 가지다. 비트코인과 디엠(옛 리브라)이다. 비트코인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심지어 투자 은행들까지 자사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포함시켰다. 일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은 엄청난 부(fortunes)를 창출했다. 하지만 투기성 자산이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폐허를 비트코인 역시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비트코인의 매력은 독립성과 탈중앙화에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독립성이 약점이 되기도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불신이 일어날 때 해당 가상화폐에 대한 가치를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또한 앞서 말한 돈이 충족해야 하는 세 가지 목적 중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되새겨보자. 비트코인은 가치가 엄청난 변동을 겪기 때문에 '돈'이라 할 수 없다. 또한 돈이 될 수도 없다.

리브라가 처음 나왔을 때 단일 화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리브라를 만들어낸 페이스북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중앙은행과 경쟁하겠다고 (사람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의 반대로) 결국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인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개인은 리브라와 달러 중 무엇을 선호하겠는가? 이 질문은 개인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미국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더 신뢰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가상화폐 도입 문제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해 필자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세 가지 '작은' 문제들을 꼬집겠다. 바로 통화 주권, 금융 안정성, 민간 상업은행의 운명이다.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접근하고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달러는 다수 국가의 통화 정책 독립을 끝낼 것이다. 덧붙여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뱅크런을 막을 수 있을까? 개인이 '디지털 지갑'을 갖게 된다면 상업은행에 저축할 이유가 있을까? 예금 자금이 없다면 은행의 소매업무 부문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세부적 분석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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