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일러스트레이터?

in kr •  7 years ago  (edited)

'가이드 싱어'라고 아시죠? (콩클리시가 아닌지..)
바쁜 유명 가수들 신곡연습 때 쉽게 따라부르면서 연습시키려고
무명보컬이나 연습생이 미리 프로듀서와 창법도 연구하고
멜로디 라인도 미리 만들어 녹음해주는 ..
뭐 그런거요 (음악은 잘 모르니 패쓰!)

그런데 그림판에도 그런게 있긴합니다.
'가이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불러도 될런지요?

대기업 교육자료이나 조직문화를 개발?해주는 회사에 다닐 때
은행 직원들에게 '미소금융(micro credit)'에 대한 가치를 교육하는
책자를 만들게 됐습니다.
어쩌다 꽤 여러장의 그림을 넣도록 기획이 됐습니다.
그리고 일정은 빠뜻하다 못해 데드라인을 넘길게 뻔했습니다.
작은 회사라서 그림그릴사람은 저 뿐이니 회사 대표가 묘안을 냈어요.

" 당신이 한장만 그려서 은행에 컨셉확정을 받아 내고
나머지 그림들은 비슷한 톤으로 그려줄 일러스트 작가를 찾아보자.
다 그리고 싶은건 알겠는데... 기획 안할꺼야?
캘리는 누가하고? 교열은 누가보고? 소는 누가키우냐? "

제가 그림그리는걸 좋아아긴 하지만 생산성은 진짜 '꽝'이거든요.
손가락 필압이 높아서 만화가들처럼 대량으로 그리지도 못하고
퀄리티 기복이 심하고 꾸준하지도 않죠.
아무그림이나 막 그리면서 살다보니 이렇다 할 특정한 그림체도 없었습니다.

암튼 첫 꼭지를 주제로 그린 그림의
%B5%FB%B6%E6_%C0Ϸ%AF%BD%BAƮ800[1].png
결과는 나가리...

그리고 몇장의 컨셉그림을 더 지나며 억지로 확정을 받은 그림은
이것입니다.
%C1%F6%C1%A1%C0%E5%BD%C74_800[1].png
아 이 뻣뻣한 자세를 보세요.ㅜㅜ

아시겠지만 여러번 나가리 되면 일종의 '자기검열' 같은게 생겨서
컨셉은 점점 산으로 가고 그림체도 경직되어갑니다.
다들 이만하면 됐다는데 저는 정말 맘에 들지 않았죠.

밤샘작업을 하다가 새벽에 아무도 없을 때 힘을 쭉 빼고
타블렛으로 툭툭 날리듯이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 그림으로 교체되었습니다.
%C1%F6%C1%A1%C0%E5%BD%C75[1].png

작가 두어명이 면접을 다녀간 뒤에
어떤 여성분이 하겠다고 해서 첫미팅을 가졌습니다.

'가이드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저와 '메인일러스트레이터'가
서로 민망한 눈빛을 주고받는 매우 난감한 현장이었습니다.
(분명 그림체가 완전히 다른데 다들 비슷하다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
다른 업종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으시려나요?

작가분이 일정에 맞게 많은 그림들을 잘 소화해주셨고 책도 잘 나왔고
프로젝트는 무사히 끝이 났.......

....을 줄 알았는데
수개월 뒤 그 책자에 넣은 캘리그라피들 때문에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투비 컨티뉴

--- 보트에 제 닉네임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ㅠㅠ 누른 기억이 없는데..
아직 서툴러서 실수로 눌렀나봅니다. 아이고 민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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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lttab님:) 스팀잇에는 금손님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마지막 그림이 따스하니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