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그려도 괜찮아! 비주얼 씽킹 도전기

안녕하세요! @amukae88 입니다.

1일 1포스팅을 하겠다
1주일에 한 번은 여행글을 쓰겠다
보팅파워 50%가 될 때까지 좋은 글에 보팅하고 댓글을 달겠다

...

제가 스팀잇을 시작하고 했던 다짐들입니다.
요즘 좀 바쁘기도 하고 스팀달러 시세도 흔들흔들하는터라 포스팅 의욕이 저도 모르게 많이 꺾였나 봅니다.

그래도 오늘은 쓰고 싶은 거리가 딱 있어서 글을 써 봅니다.

---

저는 초등학교에서 6학년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2년 연속 6학년 담임이라 올해는 연임의 이점을 이용해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비주얼 씽킹입니다.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은 그림과 글을 이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정보를 요약하는 방법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거나 자신의 생각을 쉽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성인이든 아동이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 씽킹의 장점은 비주얼 씽킹으로 보는게 좋겠죠?

출처 : https://social.lge.co.kr/people/visual_thinking/

제가 처음 비주얼 씽킹을 알게 된 건 스팀잇에서도 활동 중이신 신정철님의 '메모 습관의 힘'을 통해서였습니다.

(참고) 신정철 님 @nuhorizon 소개글
https://steemit.com/kr/@nuhorizon/7ratth

메모하는 방법과 철학이 담겨있는 책인데 여기서 정진호 님의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주얼씽킹'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두 책 다 정말 좋은 책이라 관심있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

이 후에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연수를 통해 '비주얼 씽킹'을 수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배웠으나 ..................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적용을 못하고 묵혀두게 됩니다.

수업 방법을 연구하는 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비주얼씽킹은 손도 못대고 있다가 올해서야 결심을 하고 미술 시간에 첫 수업을 해 보았습니다.

---

일단, 비주얼 씽킹의 장점을 초등학생 버전으로 설명한 후, '어때 해보고 싶지 않니?'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하니 그림 못 그리는 학생들은 질색팔색을 합니다.
이미 얼굴 표정은 구겨져있고 '선생님 저 못 그려요...' 가 눈빛에서 느껴집니다.
이해합니다.
못하는거 시키면 누구나 싫으니까...

출처 : https://social.lge.co.kr/people/visual_thinking/

이때 그림을 못 그려서 굴욕적이었던 저의 과거사를 썰로 풀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림을 정말 못 그려서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께 등짝을 맞은 적이 있다'

실제로 제 작품 보고 장난치냐고 하면서 등을 때린 선생님이 계신데 이걸 수업에 써먹을 줄은 몰랐네요
그때는 점수는 점수대로 못 받고 진짜 속상했는데........ 감사합니다 선생님ㅋㅋㅋㅋ

'근데 지금은 어떠냐.. 선생님이 엄청 잘 그리지는 못 해도 너희가 알아볼 수 있게는 그리지 않니?' 라고 했더니 그림 못 그린다고 질색하던 애들이 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후, 정진호 선생님의 책을 눈 앞에 들고 흔들며 약을 팔았습니다.

'나도 이 책으로 배웠다! 그랬더니 그림이 이만큼 나아지더라, 너희도 할 수 있다'
'선생님도 책 보면서 따라할거다, 너희는 선생님이 그리는 것만 보고 따라 그려보면 돼'

자신감을 북돋아 준 후 기본도형 그리기부터 연습했습니다.

미술 2시간 동안 열심히 그려봅니다.

기본도형 그리기
기본도형 결합하기(집,사람 같은 것 표현)
말풍선 그리기
화살표 그리기
표정 그리기
이모티콘 그리기

살짝 지겨워하면 어쩌나 했는데 집중해서 꼬박 2시간을 그렸습니다.
중간중간 저도 못 그리면 어려워한다는 걸 보여주면 자기들끼리 빵 터지면서 따라 그립니다.

그리기에 자신이 없는 애들은

'선생님보다 내가 잘 그리네?'
'따라해보니 쉽네?'
'내가 평소에 하던 것보다 잘 그려지네?' 하고

원래 미술 좋아하고 센스가 있는 애들은

'여기서 이렇게 더 해볼까?'
'나는 이렇게 했는데 친구는 어떻게 했을까?' 하며 흥미있게 참여했습니다.

저도 따라만 그리면 되니까 놀듯이 2시간을 보내고 ..........? ㅋㅋㅋㅋ
어디선가 들은 공부를 못 해봐야 잘 가르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간만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과목이든 잘하는 사람이 잘 가르치지만 가끔 이런 예외도 있습니다 ㅎㅎ)

다음 주 미술 시간에는 사람과 사물을 그려보는 연습을 시켜보려 합니다.
그리고 저도 함께 비주얼 씽킹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기회가 되면 두 번째 포스팅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