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 가게 Souvenir Shop 안으로 입장. 여행 막바지, 지인과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 자발적인 의도보다는 최소한의 여행 애티튜드를 차리려는 쇼핑이다. 스테디셀러라 하기엔 이미 너무 물려버린 열쇠고리, 엽서 그리고 냉장고 마그넷 기념품. 썩어도 준치라고 마음에 크게 들지는 않지만, 큰 고민까지 할 품이 없어서 남들 하듯 기념품을 사고 나온다. 박리다매식 여행선물 준비는 이젠 공식화가 된 지 오래. 이런 관습이 싫었다. 내가 좋아서 떠난 여행인데, 왜 남들에게 그 보상을 해야 하는 걸까. 열쇠가 사라져가는 세상에 열쇠고리만 늘어나는 부조리. 여행 기념품의 무용지물론을 한동안 고수했다.
몸으로 체득하는 여행의 기록 외에 나만의 여행 표식이 필요했다. 결국, 내 발로 기념품 가게를 들어가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천천히 물품들을 스캔해 봤다. 위에 언급한 3종 세트(열쇠고리, 엽서, 냉장고 마그넷)는 내 우선순위에서 탈락. 남들이 선택하지 않지만, 내게는 신선한 놈이 레이더망에 걸렸다.
고무 팔찌. 평소 몸에 치장하는 장신구가 거추장스러워하지 않는 편인데, 유일하게 걸치는 게 팔찌다. 손을 흔들면 팔뚝에서 제 마음대로 자리 잡는 느낌이 좋아서. 실용적일뿐더러 가격도 착해서 여행 전리품으로 낙찰됐다. 여행 마스터이자 마침표다. 한국에서도 그날 기분에 따라 바꿔 착용한다.
런던아이를 탑승하기 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루의 체력을 (낮에(지움)) 거의 소진한 터라, 멀리 갈 여유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화젯거리인 관광지다 보니 런던아이 입장 통로 앞, 위치 선정이 탁월한 기념품 가게가 보였다. 아이쇼핑을 하던 중, 충격적인 한 아이템이 날 설레게 했다. 그 전까지 유럽 여행을 다녀보면서 못 보던 기념품이 있었으니, 바로 '콘돔'이다. 영국 국기가 포장지 가득 채워진 콘돔. 갈증이 해갈되었다. 팔찌를 구매하면서 뭔가 센세이셔널한 다른 기념품을 찾던 차였는데. 그 이후 여행하면서 고무 팔찌 외에 희귀아이템인 콘돔(국가나 도시를 나타내는 디자인이 담긴)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많은 나라에서 이 상품을 진열하지 않고 있었다. 아일랜드도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니. 여행을 지속하는 동기를 하나 더 얹었다. 여행자로서의 커리어는 사소한 데도 존재한다. 이렇게 여행 수집가의 첫발을 내디뎠다.
저 기념품 탐나는 데 나는 받은 기억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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