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환전담

in kr •  7 years ago  (edited)


나는 지금 DJ. DOC의 나의 성공담이란 노랠 떠올리고 있다. 그땐 디제이 덕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디제이 덕은 디제이 디오씨가 되어 있었다. 나의 성공담이 수록된 디제이 덕 3집은 내가 처음으로 가져 본 음반이었다. 내가 디제이 덕을 좋아하는 걸 알았던 아빠가 어느 날 선물처럼 테이프를 사 오셨다. 그때만 해도 어리기도 했고 음반이란 게 어떤 개념인지 잘 몰랐었는데 아빠가 사 오신 테이프로 온종일 디제이 덕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나는, 그녀의 속눈썹은 길다, 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했었다. 쪼끄마한 게 ‘그렇게 사랑이 깊어 갈수록 난 괴로워져 갔다. 군대, 안정된 직장.’ 이런 가사를 이해한다는 듯 슬픈 표정으로 따라 부르곤 했었는데. 

나의 성공담은, 큰바위 얼굴이던 내가 한 사람을 만나 인생에 자신감이 생겼다, 같은 주제를 지닌 밝고 경쾌한 노래다. 나의 첫 환전 이야기를 쓰려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다. 왜일까. 고작 얼마 환전했다고 성공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좀 거시기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친구분들께 첫 환전 사실을 알리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왠지 환전 후기를 올려야 진정한 스티미언이 될 것 같은 그런 강박 관념이 있었나 보다. 

각설하고, 오늘 약 5만6천 원 정도를 환전했다. 7.33 스팀달러를 0.047이더리움으로 바꾼 후 한화로 환전한 게 5만6천 원 정도가 된다. 스팀달러를 이더리움으로 바꾼 건 그제인데 이더리움 시세가 계속 떨어져(내 총 자산에서는 몇백 원이나 1~2천 원이 왔다 갔다 할 뿐이었지만) 노심초사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시세가 조금 올라 환전했다. 시세는 계속 오르는 중인 것 같았는데 더 이상 신경 쓰기 싫었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얼떨떨했다. 먼저 내가 가진 이더리움을 팔아야 했는데 그걸 생략하고 지갑에서 출금을 하려니 출금됐다가 다시 그 지갑으로 입금이 되는 걸 몇 번이나 반복했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충분히 다른 스티미언들의 글을 참고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 보니 쉽지 않았다. 

여차여차 총 3일이 걸린 셈이다. 정말 내 계좌로, 내게 없었던 돈이 입금됐다. 첫 환전을 기념하기 위해 이 돈이 여느 때처럼 숫자 몇 개가 되어 생활비로 쓰이지 않도록, 한꺼번에 뭔가를 샀다. 

책이다. 스팀잇을 처음 시작하면서 책에 관련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었고 정말 몇 편의 글을 썼다. 그리고 읽고 쓰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들락날락거리며 짧은 기간 많이도 배웠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책을 샀다. 또다시 내 스팀잇 생활(?)에 투자한 것이라고 여기고 싶다. 꼭 네 권의 책을 살 수 있었다. 내가 산 책 목록을 적어 본다. 


  • 작가 수업, 도러시아 브랜디 

이 책은 @outis410님의 소설 작법서 추천 글(https://steemit.com/kr/@outis410/64wfzz)을 보고 읽어 봐야겠다며 생각만 하고 있던 책이다. 소설에 관심이 많고 또 늘 쓰고 싶다고 생각해 왔지만, 정작 제대로 된 작법서를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우티스님의 길잡이를 통해 하나씩 읽어 가려고 한다. 소설을 쓰게 되든 그렇지 않든 글 쓰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인생은 뜨겁게, 버트란드 러셀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이다. 올해 러셀의 전작 독서를 해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워낙 저서가 많아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읽고 있다. 자서전을 먼저 읽는 게 전작 독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먼저 주문했다. 주문한 책은 사회평론에서 2014년에 나온 것인데 이미 2003년에 ‘러셀 자서전’이란 이름으로 상, 하 두 권의 책이 나왔었다. 읽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인생은 뜨겁게’를 골랐다. 러셀 자서전에서 서간문을 뺐다고 한다.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10년 전쯤,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였다. 소설을 낼 때마다 사서 책장 한쪽에 모아 놓았는데 언제부턴가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한때 소설이라는 장르를 더는 좋아하지 않았었고 그녀의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끌리지 않았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지난 추석,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하며 그녀가 <가수는 입을 다무네>라는 소설을 냈다는 걸 알았다. 띠지에는 이것이 그녀의 유작이란 설명이 달려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참 그 책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책을 사 읽었다. 잊고 지냈던 어떤 세계가 내게로 한 발짝 다가온 것 같았다. 그 책이 정미경 작가의 마지막 소설일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온라인 서점에서 ‘당신의 아주 먼 섬’이란 이름을 보았다. 반갑기만 해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놨었다.

  • 2018 이상문학상 작품집

신입생 시절, 멋있었던 교수님 연구실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주르륵 꽂혀 있는 걸 보고 저걸 사야겠다며 무작정 몇 권씩을 샀던 기억이 있다. 대화에 끼고 싶어서 꾸역꾸역 매해 사 오고 있다. 온라인 서점을 배회하며 2018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진지하게 읽어 볼 계획이다. 


스팀잇이 뭔지도 모르고 가입했다. 한동안 이곳에는 가상화폐를 주제로 한 글들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글을 올리자 스팀잇의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다른 주제가 아닌 ‘글쓰기’를 주제로 고민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고 나는 이곳에서 좀 더 진지한 태도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태도로 글을 쓰면 많은 사람이 공감해 주었다. 그게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요즘 새삼 실감하고 있다. 

매일 글을 써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물론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으며 내게 그렇게 글감이 많지도 않았다. 때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때 쓰고 올리고 싶을 때 올리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대신, 이곳에서 오래 글을 써 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진지한 자세로 읽기로 했다. 평소 많은 걸 읽고 또 그렇기에 어떤 글들은 빠르게 읽어가다가 그만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스팀잇이 내 그런 태도를 없애고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글을 읽는 게 즐겁고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환전을 계기로 '스팀잇에서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더 이야기할 것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 정도를 스팀잇 활동으로 감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주 환전을 하진 않을 생각이지만. 환전해서 책을 산다면 후기, 감상 같은 글을 남겨 보기로 한다.

이 정도면 나의 성공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살면서 기억할 만한 성공을 해 본 적이 없는지라 자랑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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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환전 성공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환전한 금액으로 책을 구입하셨다니 1석2조네요 ㅎㅎ
저도 스팀잇에 처음 들어왔을때 코인관련 사이트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어느정도 매력을 느껴서 글을 쓸려고 하는데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낍니다.
그래도 이 것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노력중입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축하 감사합니다. 하루 한 챕터 읽기를 하고 계시네요. 스팀잇에서 읽고 쓰는 삶을 응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더 잘하고 싶을 때죠. 그런 때가 와도 포기하지 마시고 쭉 이곳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

네 벌써 그런 때가 오려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뭐든 끈기 있게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응원의 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첫환전 축하드려요 ㅎㅎ 저도 빨리 첫환전해야하는데

감사합니다~ 스팀잇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이에요~^^

작가 수업 사셨군요! 정말 저어엉말 좋은 책이에요...라고 써놓고 보니 혹시라도 애플님께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뒤늦게 드네요. 그래도 도움이 되실 거라고 믿어요! 다른 책들은 제가 전혀 모르는 책들이네요. 저는 문학을 고전 말고는(사실 고전도 많이 안 읽었어요) 읽지 않아서 한쪽으로만 치우친 독서 생활을 하고 있어서 부끄럽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읽어야 할 텐데요ㅜㅜ

저도 스팀잇에선 암호화폐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가입해서 활동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글쓰기를 진지하게 하시는 분들, 또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과 소통하고 지내는 게 이렇게 기쁠 줄 몰랐어요. 저의 좁은 우물 안에서만 놀다가 바다로 나온 느낌이에요. 아주 조금씩이지만 식견도 넓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즐겁습니다.

애플님의 성공담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앞으로 더 더 성공하시리라 믿어요!

우티스님 댓글은 왜 이렇게 따뜻할까요... 아마 우티스님이 따뜻한 분이어서 그렇겠죠. 스팀잇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한테서 많은 걸 배우고 제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우티스님한테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작가 수업을 읽고 다른 추천 작법서들도 읽어 보려고 해요. 늘 좋은 글 올려 주시고 따뜻한 댓글 달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ㅜㅜ 감사해요!!!

첫 환전 성공 축하드립니다.
스팀잇의 글을 꼼꼼히 읽고 싶은데 읽을 글들이 쌓여가네요. 큰일입니다.

저도 그렇답니다. 심지어 나중에 제대로 읽어 보려고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은 글도 있어요. 우리 모두 스팀잇에서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첫환전 축하드립니다~~
스팀잇 은 좋은곳이네요
이곳에서 좋은분들도 만나고 많은 소통도 할수있고요
이곳에 안왔으면 평생 모르고 살고 있을께에요
책 읽으시고 후기 기다릴께요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저도 다른 분들의 일상 이야기 같은 걸 읽고 혼자 웃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참 좋아졌어요. 옐로캣님의 고양이 마트 이야기도 너무 재밌게 읽고 있고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스팀잇이 글 쓰는 분들에게 낙원과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낙원의 향기를 맡아 가고 있네요. 무엇보다 밋밋했던 생활에 활력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초심(이라 해 봤자 특별한 건 없지만) 잃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려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