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책]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in kr •  6 years ago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

정은정 (지은이), 윤성희 (사진) | 따비


나는 정은정님의 팬이다.
처음 그 분을 알게된 것은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링크를 타고 그 분의 타임라인을 보게되면서다.

매일 ‘남양주지옥분식통신’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 분의 연재 칼럼들을 읽고는 팬심이 더 커졌다.

농촌 사회학자
우리나라에서 농촌, 농민의 삶과 환경을 학자로서 깊이 있게 다루고 그것을 다시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풀이해서 전달해주는 사람.

그 길이 쉽지 않았음을 익히 상상할 수 있지만 정작 그 분의 말과 글에는 늘 해학과 유머가 가득하다. 그러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 분이 언제인가 부터 책을 쓰고 있다고 타임라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책은 다름아닌 백남기 농민에 대한 책. 나로서는 책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정은정님은 한국어를 참 맛깔스럽게 쓴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책은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보니 SNS보다는 보다 정제된 언어가 사용되지만 그 특유의 기지와 재치는 여전히 느낄 수 있다. 

"그 양반은 절대, 절대 다른 곳에 눈을 두지 않았어요. 도덕 점수만큼은 100점 만점에 200점이지. 경제 점수는 빵점이었지만 가끔 얘기했어. 아이고, 그냥 수도원에 계시지 왜 나와 나를 이리 고생시키시오."

눈물의 타이밍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즐겁자고 함께 불렀던 '진주 난봉가'는 평생을 수도사처럼 살았던 남편 백남기를 떠올리게 하고 말았다.

------------

이 책에는 많은 분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저자의 말에도 나오는 것처럼 다들 처음에는 자신을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근데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정말 모두 소중한 분들이구나. 아니 감사한 사람들이구나. 우리들 대부분은 일상을 살아가기에 급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또는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고 있다면- 그건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인 것이다. 많은 시민운동, 사회개혁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영웅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실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각자의 위치에서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을 바꾸기 위해 참여하고 헌신한 수 많은 '작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스포트라이트는 앞장선 또는 얼굴마담으로 나선 몇 명에게 쏟아지지만, 진실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세상의 따스함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우리 아들 죽고 나서는, 내가 소속된 단체들 깃발도 여러 있지만 농민회 깃발을 많이 따라다녀요. 백남기 농민도 처절하게 싸우셨잖아요. 농민들은 농민운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변혁 투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요. 하지만 백남기 농민이 우리 농업을 생각하며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하신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운동이란 그렇게 미래를 내다보고 정치사회 구조를, 농업생태 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도 교육운동에 청춘을 바쳤지만 그저 교사운동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생태계를 바꾸는 고리들을 잡아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어요. 이제 교육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할 겁니다."
    - 이용관, 고 이한빛PD 아버지.

------------

사람들은 촛불로 정권을 바꿨으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삶

이주자 및 난민의 삶

그리고 농민의 삶

은 지금까지 그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달라진 적이 없다. 이번 정권도 마찬가지. 

그 연장선에서 백남기 농민의 투쟁이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읽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헌신했고 질곡의 현대사에서 앞장 서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던 이가 농민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살아야 했다면 뭔가 불공평하지 않은가.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구호는, 오늘은 백남기 농민이 국가폭력에 희생되었지만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누구나 국가폭력에 짓밟힐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이 폭력의 시스템과 문화를 완전히 바꾸어내지는 못했으므로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백남기농민 쓰러지던 날 옆에 있었던 1인입니다. ㅠㅠ
사진 찾아보니 11월 14일이었네요 그 날 물대포 정말 지독했어요
https://photos.google.com/search/%EC%84%9C%EC%9A%B8/photo/AF1QipNH6SzcwB8suoelhmzLuOUhcX-Ix72fSoR4yk9v

곰돌이가 @raah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7을 보팅해서 $0.006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2515번 $31.267을 보팅해서 $31.261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Congratulations @asakhan!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1 year!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