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 4년 전부터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독일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유럽 여행 중 우연히 사귀게 된 독일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보통의 유럽인들과는 달리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는데 그의 이런 점이 나에게 독일어를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비록 언어적인 측면에서 소통은 잘 되지 않았지만 희한하게도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낸다.
한국에서의 독일어는 입지가 매우 좁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독일어 역시 유용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들과 마찬가지로 독인인들도 자신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소통할 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나는 독일어를 자연스레 습득한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문법 위주로 학습했음을 고백한다. 독일어는 영어와 달리 문법적 지식을 회화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영어는 예외가 많은 언어지만 독일어는 그렇지 않다. ‘문법’이라고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법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지나고 나면 신기하게도 독일어 실력이 부쩍 늘어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내를 갖고 독일어 문법을 정복하도록 노력하자.
독일어 문법에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이화여대 독문과 박사 출신인 김미선이 쓴 <독일어 첫걸음의 모든 것>을 참고했다. 한국에는 독일어 입문 교재가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와 같은 인기 언어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고를 수 있는 독일어 입문 교재의 선택 범위도 상당히 좁은 편인데, 내가 <독일어 첫걸음의 모든 것>을 선택한 이유는 기본 문법 정리가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어는 문법이 상당히 중요한 언어이고 문법만 잘 알아도 바로 회화를 할 수 있는 언어라는 점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독일어를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문법이 잘 설명된 책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에 의하면 독일어 문법에는 명사와 관사, 동사 현재형 변화(기본동사와 규칙동사, 불규칙 동사), 명사의 격 변화, 인칭대명사, 소유대명사, 분리 동사와 비분리 동사, 형용사 어미변화, 형용사의 비교급과 최상급, 의문문과 부정문, 수사, 척도 및 시간, 전치사, 동사의 시제, 조동사, 재귀동사, 비인칭동사, 명령형, 접속사, 부정형(zu 없는 부정형, zu 부정형), 관계대명사, 수동태, 접속법이 있다. 문법 용어들 때문에 괜히 위축될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새 생소한 독일어 문법이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온다. 이 글에서는 이 모든 문법 내용을 다루지 않고 독일어 문법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 몇 가지를 소개하도록 할 것이다.
먼저 독일어 문법에서 명사는 굉장히 중요하다. 명사가 남성, 여성, 중성 가운데 하나의 성을 갖고 있고 성에 따라서 관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사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영어에서도 명사와 관사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긴 하지만 독일어에서는 특히 명사와 정관사는 서로 짝꿍이 되어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한다. 독일어의 관사는 정관사와 부정관사로 나뉘어지는데 정관사는 특정한 명사, 이미 알고 있는 명사 앞에 붙인다. 명사를 공부할 때는 성을 알기 위해서 1격 정관사를 붙여 함께 외우는 것이 좋다고 김미선 박사는 조언한다. 부정관사는 일정하지 않은 명사이며 처음 나오는 명사 앞에 붙인다.(남성 1격: ein, 여성 1격: eine, 중성 1격: ein) 그렇다면 성에 따라 명사를 어떻게 표기해야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231쪽 참고)
<성에 따른 명사의 예>
남성 : der Vater 아버지, der Student 대학생, Der Tisch 탁자
여성 : die Mutter 어머니, die Studentin 여학생, die Lampe 등
중성 : das Kind 아이, das Bild 그림, das Buch 책
복수 : die Eltern 부모님, die Leute 사람들
예문> Da ist eine jacke. Die jacke ist teuer.
저기 재킷이 하나 있다. 그 재킷은 비싸다.
명사의 성에 따라 der(남성), die(여성), das(중성), die(복수)와 같은 관사를 분류하여 붙였음을 알 수 있다. 독일어는 명사도 복잡하긴 하지만 특이하게도 형용사의 어미가 변화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 명사 공부만큼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한다. 이 책의 266쪽에는 형용사 어미변화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데 이를 참고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독일어의 형용사가 명사 앞에 위치하여 명사를 수식하는 역할을 할 때, 뒤에 오는 명사의 성, 수, 격에 따라 형용사의 어미가 변화하게 된다. 형용사 어미변화의 형태는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 앞에 관사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어떤 관사류가 있는지에 따라서 강변화, 약변화, 혼합변화의 세 가지가 있다. 또한 영어와 마찬가지로 형용사의 비교급과 최상급의 형태 역시 존재한다. 규칙 변화하는 형용사, 불규칙 변화 형용사가 존재하는데 불규칙 변화를 하는 형용사의 비교급과 최상급의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gut 좋은 – besser – best
viel 많은 – mehr – meist
wenig 적은 – midner – mindest
또한 형용사 비교 용법도 영어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다. ‘so 원급 wie~’는 ~만큼 ~한의 뜻이며 ‘비교급+als~’는 ~보다 더 ~한, ‘weniger 원급 als~’는 ‘~보다 덜 ~한’의 뜻을 갖고 있다. 독일어는 어렵지만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언어이다. 독일어에 도전하는 많은 학습자들과 독일어 지식을 나누면서 독일어 마스터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