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 안전한 길을 걷다.(스포 가득)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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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선'을 잘 지킨 영화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스타워즈>를 본 사람에게는 전작에 대한 향수를 제대로 불러일으킨다. 나 같은 경우는 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깨어난 포스>를 보고, <스타워즈> 시리즈(현재 클래식만 봄)를 본 뒤, 다시 <깨어난 포스>를 봤다. 느낌이 많이 다르다. 뻔한 SF 영화가 기존 시리즈에 대한 완벽한 오마주로 변모했다. 스타워즈 매니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끼겠지

에피소드4의 스토리를 그대로 빼다박았다. 외딴 행성(심지어 사막형 행성으로 설정마저 같다) 한 소녀(소년)가 중요한 비밀을 가진 드로이드를 손에 넣고, 악의 세력에 추격을 받는다. 천신만고의 위협을 조력자의 힘으로 극복한 뒤, 악의 세력에 대항하여 승리를 거두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 레이는 루크고 오비완은 한 솔로가 된다. 핀은 레아공주 <스타워즈 에피소드4>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작이었음을 생각하면, 감독의 의도는 명확해 진다. 감독은 <깨어난 포스>를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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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가 엄청난 작품성을 갖고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외딴 곳에서 성장하던 소년이 알고보니 천재 또는 왕족'이라는 스토리는 너무나 뻔하다. 당시에는 혁신적이었을 SF 소재도 이제는 너무 평범해졌다. 그러나 지금의 눈으로 70년 대 영화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오만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영화에 감탄했던 관객들은 스스로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며 스타워즈를 문화로 키워나갔다. 그들의 높은 충성도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영화는 지극히 안전한 길을 걷는다. 새로운 소재를 제시하고 스토리를 꼬기보다는, 기존의 향수를 자극하여 매니아들의 시선을 모은다. 기존 시리즈를 얼마나 반영하느냐는 영화를 보는데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고물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이 두둥실 떠오를 때 매니아들은 환호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러나 그 팬들만으로도 스타워즈 시리즈는 충분히 장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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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영화가 아예 초짜 관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깨알같은 유머들, 우주 단위로 벌어지는 액션, 거대한 스케일의 폭파 씬 등은 기존 시리즈를 모르고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뻔한 스토리는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포스'나 '퍼스트 오더'가 뭔지는 몰라도 선-악의 대립은 명확하다. 우리는 그저 머리를 비우고 영화가 보여주는 비주얼들을 감상하면 된다. JJ 에이브럼스는 이전 시리즈의 소재를 집어넣음으로써 매니아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다양한 볼거리들로 일반 관객들의 눈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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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렇게 영화를 접한 관객들이 스타워즈 팬덤으로 신규 유입될 지는 의문. '스타워즈'라는 이름을 떼고본다면, 영화는 너무나 아쉬운 점이 많다. 개연성은 부족하고, 세계관이나 소재에 대한 설명은 부실하다. 신규 관객이라면 당연한 문제겠지만, 기존 시리즈를 봐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가장 아쉬운 것은 매력이 적은 캐릭터들. 이는 선역 3인방보다 악역 쪽이 더 심한 편인데, 퍼스트 오더는 단순한 악역집단 일 뿐 아무런 목적이나 매력도 제시하지 못하며, 최종 보스로 나오는 카일로 렌은 내적 갈등이 제시되긴 하나 실제적인 능력이 너무나 부실해서 원 시리즈의 전설적 악역 다스베이더랑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다. 선역들의 캐릭터성은 꽤나 특징이 잘 잡혀있으나, 레이는 수련조차 안한 상태로 능숙하게 포스를 다루고 검투에서 승리하는 만능캐릭터로 나온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스타워즈라는 이름표를 뗀다면, 과연 이 영화가 지금과 같은 흥행을 거둘 정도로 대단한 매력을 가진 영화인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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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바치는 JJ의 완벽한 헌사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를 그대로 빼어박은 스토리에 소재들에는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동시에 적절한 CG, 적절한 유머, 적잘한 전투씬 등을 통해 오락 영화의 장르적 의무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뻔한 스토리와 매력없는 캐릭터, 불친절한 세계관 설명 등은 꽤나 큰 아쉬움을 남긴다. 두 마리 토끼를 어중간하게 잡았다. 머리를 비우고 영상을 즐길 것. 매니아 팬이라면 영화 곳곳에 숨겨진 오마주거리를 찾는 재미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소소한 유머와 좋은 비주얼을 즐기며 본다면 나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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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끝내겠습니다. 당신이 시작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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