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구글 홈에게 말을 배우는 건지, 구글 홈이 나한테 배우는 건지 알 수 없다.”
2018년 9월 21일, 18일 자로 한국 정식 발매된 구글 홈을 들여놓은 이후 지금 이 글을 쓰는 약 5일 동안, 구글 홈에 대해 오해나 과장이 많았다는 걸 날마다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아직 한국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또 많은 기능들은 한국에서 쓸 수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구글 홈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구글 홈은 자기가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구글 홈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엄청나게 인내하면서. 뭐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거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똑같은 명령을 해도 어떨 땐 되고 어떨 땐 안된다. 원인을 알아야 고치든가 말든가 하지) 일단 우리 말 명령어가 안정되어 있지 않다. 되다 안되다는 둘째고, 어떤 식으로 하라는 가이드도 무성의하다. 심지어 제품 패키지에 있는 명령어를 말해도 “이건 너네 나라에서는 서비스 안돼.”라고 답할 때가 있다. (됐다 안됐다 한다는 말이다)
SKT 누구는 꽤 명령어가 안정되어서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거기 비하면 구글 홈은 왔다 갔다 하는 정도가 심하다. 이게 아마 다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구글 사정이고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하기엔 아직 턱도 없이 불편하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심지어 휴대폰에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더 잘 알아듣는다. 지금 한국에 들여온 구글 홈은 출시한 지 2년이 지난 모델이라고 하던데… 여하튼, 구글 홈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실망이 크다.
물론, 이건 2018년 9월 말 기준이고 구글 홈 선생이 맨날 말하는 것처럼 “열심히 배우고 있다.”면 당연히 나아지겠지. 아마 지금도 한국어 음성 명령어를 열심히 수집하고 분석하는 중이시겠다.
솔직히 구글 홈은 괜히 샀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아마존도 에코 시리즈 새 모델을 내놨는데 구글 홈도 곧 새 모델이 나오면(이미 화면 달린 모델 얘기가 나왔지만) 그걸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구글 홈 앱에 달린 소비자 리뷰를 봐도 나만 그런 거 아닌 듯해 약간 위로를 받기는 하지만, 하여튼 이 정도 수준으로 한국 시장에 내놓은 구글의 배짱이 무엇인지 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