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끝내고 카드를 돌려받기 위해 열쇠를 내밀었다. 잠깐 멈춰 '앗' 당황스러워 하는 데스크 직원 분, 18번과 81번 열쇠 번호가 헷갈려 카드가 바뀌었다고 한다. 곧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별도의 부연 설명 없이 이름만 적고 돌아섰다. 뭔가 좀 찝찝했다가 걷는 걸음 마다 불쾌감이 확 실려 신경이 온통 여기에 쓸렸다.
오! 난 퍽이나 괴팍하다. 별 큰 일도 아니었고 딱히 손해보는 상황이 아닌데도 마음은 괴로워하며 가슴을 쥐어짰다. 내 통제를 벗어나 질서가 살짝 어긋나는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을 겪는 걸 엄청 싫어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상황을 바로 잡고 싶었다. 여전히 이런 게 신경 쓰이다니! 오, 이것 봐봐. 지금 이게 신경쓰이네. 완전 웃겨.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이게 신경 쓰인다고? 코미디군. 이러니 과거 자잘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마음에 걸렸던 거지. 뭐, 이런 쪼잔함과 괴팍함을 모르지 않으니 망상이 이어질 때까지 그냥 내비두었다.
그러다 문득 잔잔한 호수에 파동이 일다니!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찐 불쾌감이지? 이런 실제적 감각이라니! 이토록 평온하고 지루하고 잔잔한 일상에서 무언가 일어나다니 그것만으로도 좋네. 살아있는 느낌이잖아.
p.s. 이렇게 글도 쓰고 싶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