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주는 행복,,

in kr •  6 years ago  (edited)

우리 동네에는 마눌과 내가 자주 가는 맛집이 있습니다. 그날 그날 손으로 만든 순두부로 아주 맛있고 고소한 찌개를 내어 주는 곳입니다. 처음 우연히 알게 된 후로는 그 맛에 끌려 1주일에 한 번은 갔고 입맛이 나름 까다로운 마눌도 90점을 준 곳이었습니다.

하루는 전날의 숙취로 아침 10시 경에 식당이 열자마자 찾은 적이 있었는데, 갓 만들어 우려낸 순두부에서 찌게에서 문득 치즈향이 올라오는 것이었어요. 신기하기도 했고 숙취로 인한 착각일까 장담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날의 신기한 경험은 나를 계속 토요일 아침 10시에 이 가게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이후는 집에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소개도 해주고 약 1년 반동안 집 주변의 좋은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죠. 하지만 얼마 전 찾은 가게에서 주인장이 다음 달로 장사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는 말을 전해 듣고는 저와 마눌은 정말 서운한 마음과 앞으로 이런 음식을 어디서 먹나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장사를 접기 전, 마지막으로 찾은 가게에서 우리는 주인장에게 어디로 가는지? 장사는 계속 할 건지? 부터 그 동안 정말 좋은 음식으로 호강했다 등 이런저런 말을 나누고 나서 아들과 같은 반에 다니는 주인장 아들에게 작은 선물과 문화상품권을 주었는데, 주인장이 주방에서 뭔가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릇에 예쁘게 담아 포장을 한 순두부였습니다. 여기서 장사는 4년 정도 했고 1년 전부터 장사는 천천히 매출이 줄면서 어려워졌다고 하며 장사를 접을려고 했지만 많은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과 단골들에 대한 고마움에 좀더 지켜보자며 장사를 더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몇 개월 전에 가게 손님의 소개로 서울에 오래된 소위 잘나가는 순두부집에 주방장으로 스카우트가 되면서 결국 부득이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마눌과 언젠가 가게에서 밥을 먹으며 얼핏 말했었던 “두부에서 치즈맛이 난다” 라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면서 그 말에 정말 큰 힘을 얻었고 주방에서 드디어 “내가 이런 음식을 만들구나” 하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손을 덥석 잡으며 정말 고마웠다고 하네요. 문득 대장금에서 홍시맛이 나서 홍시가 생각난 것인데...라는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가 워낙 음식으로 투정을 많이 하셔서 나는 커서 절대 음식 투정은 안 하기로 평생 약속한 터라...맛에 대한 감각은 사실 별로거든요. 말하는 저보다 듣는 이의 그릇이 그 말을 가치있게 하는 것이지만 기분은 좋더군요.

마지막이 될 순두부를 들고 오면서 속담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는 속담인데,,, 어릴 때는 이 속담은 “가는 말이 좋으면 오는 말도 좋다” 라는 속담과 크게 다르게 인지하지 못했던 듯 싶습니다. 사람이 입으로 말하는 많은 말에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나름의 의미를 담는 경우와 던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냥 편하게 하는 말도 있죠.

내가 던지듯이 했던 말이 한 사람에게는 삶의 희망을 느끼고 자기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만들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과 물론 주방장의 손맛 자체가 워낙 좋기에 새로운 직장에서도 많은 손님들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나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또 얼마나 큰 가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참 삶이란 따뜻하고 벅찬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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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사람 사는 풍경이네요.ㅎ 훈훈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이럴 때 참 인간으로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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