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유튜브에서 동영상 하나를 보았다.
제목은 "당산역 취객"이었는데, 한 취객이 경찰과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경찰의 저지에도 취객의 언행은 더욱 험악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경찰도 이제는 체념한 듯, 공무집행방해를 언급하고 취객은 욕설로 대응한다. 주변의 행인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빨리 경찰차로 연행되어 조용해졌으면 하고 바라는 듯했다.
이때, 한 젋은 친구가 취객의 어깨를 두드리고 안아주면서 뭐가 귀에 대고 속삭인 다음, 취객은 머리를 떨구면서 잠시 고통스런 표정을 짓더니 위협적이던 언행을 중단한다. 정말 대단한 친구가 아닌가 하는 감탄이 나오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저 친구처럼 취객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와 사랑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었다.
동영상을 다시 보아도 욕설과 몸싸움이 아닌 포용과 사랑으로 안아주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제는 어린 학생들이 구석에서 담배를 피고 있어도 어른으로 한 마디를 못하고 피하는 난동을 피우는 취객이 있으면 피하게 마련인데.....
유튜브를 닫고는 바로 1997년에 상영된 영화 "굿 윌헌팅"을 찾아본 것은 문득 극중의 문제아 윌 헌팅 (멧 데이먼 분)을 따뜻하게 안아주던 숀 (로빈 윌리엄스 분)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MIT 대학에서 청소용역을 하는 반항아인 윌이 수학교수가 복도에 적어둔 난제를 척척 풀면서 시작된다. 교수는 결국 그 문제를 푼 것이 학생이 아니라 윌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심리학자인 숀을 찾게된다.
엄청난 천재적인 재능으로 매번 자기 방어에 성공했던 윌은 숀이라는 벽에 가로막히게 되고, 어릴 때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윌의 과거를 다독거리게 된다. 숀은 결국 최종 보고서는 제껴두고 윌에게 "("어릴 때 당한 폭력으로 인해 니가 마음을 닫은 건", 이건 실제로는 말하지 않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말을 10번 반복한다. 결국 자기만의 껍질 속에 갇혀 살던 윌은 펑펑 울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상처에서 치유되기 시작한다. 문제아 그룹의 든든한 친구인 쳐키 (벤 애플릭 분)의 풋풋한 모습을 볼수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오직 문제 가정이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이 생각났던 기억이..
이 훈훈한 당산역의 친구가 만약에 그럴 일이 없겠지만, 혹시 미래에 이런 취객이 되거나 힘들어 지쳐 있을 때, 그 때 누가 이 친구를 안아줄까? 하는 회의감이 들지만,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이런 친구가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버리기엔 우리의 마음은 아직 너무 따뜻하다.
저녁에 재활용을 하러 가는 길에 고딩으로 보이는 아이 둘이 담배를 피고 있는 걸 보고는 "친구들, 그러면 안돼" 라고 조용히 말했더니 "네"라고 담배를 끄고는 뛰어간다.
오늘 가까이는 우리의 아이들, 가족들부터 지인들에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하며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오랜만에 뵌 것 같아 최근 글 목록을 봤습니다. 인상 깊었던 터키 여행글이 보이네요. 그런데 그게 벌써 3개월 전이네요...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굿월헌팅 예전에 극장에서 본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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