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in kr •  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오늘도 밤중에 활동을 시작한 잠 없는 부엉이입니다.. 게시글을 수정하다가 지워버렸네요;; 어쩌지 하다가 다행히 워드에 자동저장이 남아있어서 다시 올려봅니다

아무튼

아무 생각 없이 빼들었던 한 권의 책에 로맨스의 맛을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라는 책입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었죠.

이 이야기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난 그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을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이 운명적인 사랑을 훼방놓고 방해하는 여러 고난들을 두 커플이 손잡고 헤쳐나가는 것, 그리고 마침내 사랑의 결실이 맺히는 것을 때로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해서, 때로는 옆집 친구녀석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한 걸음 떨어져서 감상하는 것이 로맨스물의 왕도라고 할 수 있죠

최근에는 이런 클리셰가 너무 식상해졌는지 이것을 비틀어서 페이크 히로인이라는 꽃놀이패를 꺼내들거나 운명의 상대가 누구인지 찾는 과정을 이야기로 만드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연한 소리죠? 둘이 만나야 사랑을 나누든 사랑이 깨지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영화는 성인배우들이 나오지만 사랑하는 모든 남녀는 소년소녀라는 개인적인 지론이 있는지라.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절제된 묘사와 슬슬 식상하지만 그래도 아직 신선한 소재를 통해 이 로맨스의 뿌리를 뒤집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만나지만 아직 만나지 못하였으며, 운명이었으나 운명이 아니었고, 고난을 겪으나 그것은 고난이 아닐 것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스포라서 얘기 못해요 ㅎㅎ 하지만 이 책을 읽으신 분은 분명 아...! 하실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서도 사랑 얘기가 갖춰야 할 덕목들, 상투적으로 얘기하자면 사랑의 벚꽃빛 향기를 맡으며 가슴이 따뜻해지게 된다던지 꽁냥꽁냥을 보며 솔로들의 옆구리가 시리게 된다던지 하는 것을 아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예고되었던 반전은 여기에 아주 조금의 향을 더할 뿐이었죠

사실 내일이 되면, 어제의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이 제목은 이 작품이 취할 노선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간, 그리고 운명적 사랑.

예전에 영화 '시월애' 를 본 기억이 나네요. 동일한 시간선상에 있는 축복을 누릴 수 없었던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았던가요? 혼자서 거꾸로 된 시간축을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서 그러했듯이, 동명의 프랑스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를 영화화한 2016년의 영화에서 그러했듯이.

커플에 시간축이 얽히면 좋은 꼴 보기 힘든 법인 거죠. 역자 후기를 빌리자면, "서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확신했으나 헤어짐 또한 두 사람의 정해진 운명인 것" 입니다. 아 스포해버렸네;

기왕 스포한거 여기서부터는 약스포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꼴 보기 힘든 법인 이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이별의 끝에서 그것마저도 사랑의 형태로 품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제가 위에서 고난이지만 고난이 아닌 것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작품의 시작에서, 그리고 작품의 끝에 이르러, 소년과 소녀는 서로의 첫 인사로 한 마디 말들 주고-받습니다.
"또 만나자."

저는 개인적으로 이 한 마디 안에 사랑과, 애정과, 믿음과, 서로를 만날 수 있었다는 행복이, 서로에 대한 마음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이미 사랑을 찾은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이길, 아직 사랑을 찾지 못한 사람은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을 찾기를 꿈꾸죠. 운명적인 첫 만남은, 이러한 사랑의 시작이 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소년에게나 소녀에게나 매우 중요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제, 내일의 '너' 와 처음으로 만난 '나'는, 오늘부터는 첫 만남 이전의 너와 마주해야 하는 '나'는,
시간이 더욱 지나 너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간이 되면 마주할 '너'조차 없게 될 '나'는, 무엇을 위해, 앞으로 만나지 못할 내 운명의 사람에게

"또 만나자" 는 말을 남기는 것일까요.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타임 패러독스같은 복잡하고 머리아픈 장치도 없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자칫 어색해 보일 수도 있으나 그것까지 포함해서 정말로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책의 소개대로, 소년과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될 거에요

영화도 정말로 로맨틱하니 시간나실 때 한 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스포없이 리뷰하려다 스포해버린 안타까움...ㅠㅠ

옆구리 시려운 부엉이는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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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기대되네요ㅎㅎ 글하고는 안친해서 ㅠㅠ 영화로 한번 봐야겠어요~!!

이런 로맨스 영화 본지가 백년은 된듯.
블랙님 글보고 한번 원작이라도 읽고 싶어지네요~ ㅎㅎ
그럼 웃으며 보내는 하루 되세요~^^

사람들이 로맨스 영화에 기대하는 것을 진부하지 않게 절 살려낸 수작이라고 봅니다 ㅎㅎ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 될 거에요!
Sunnyy 님도 행복한 저녁되세요 :)

사랑스러운 내용이네요 :) 영화로 한번 봐야겠네요.

영화에는 사랑스러운 여배우가, 소설에는 저절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주인공이! 어느 쪽이나 추천드립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래요 :D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어 저도 이 영화 엄청 재밌게 봤어요 ㅋㅋㅋㅋ
일본영화는 진짜 스토리 좀 좋다 싶으면 다 원작이 따로 있더라구요

일본이 만화 원작을 재현하는 데 매달리는 성향이 좀 강해서 그렇지 좋은 소재는 또 잘 살리는거같아요 영화나 소설이나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굿 정보 보팅 하고 감돠
저도 보팅 좀 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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