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대상작인 정미경 작가의 ‘밤이여 나뉘어라’는 좋다. 그 소재도 좋고 풀어내는 문장력이나 사유도 좋다. 일단, 천재인 인물과 그 인물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따라잡기를 원하면서도 욕망하는 그런 인물이 나오는데 어떻게 재미가 없을 수가 있겠어. 아득히 위에 있는 것 같은 상대를 따라잡길 원하면서 살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가 없으면 자신의 삶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천재였던 상대의 몰락은 자신의 정체성의 사라짐과도 똑같을 것이다. 언제나 위에 있던 존재가 지금 망했고 최악의 경우로 살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평생 그를 따라잡고 그에게 인정받으려 했던 나는. 그래서 주인공은 마지막에 자신은 그를 만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마음이 어떻게 재미가 없을 수 있어!! 하지만 이것은 2006년 수상작품집이고.. 지금은 2019년이다. 요즘 나오는 소설들, 특히 여자작가의 소설들을 자주 읽다가 옛날 작품의 표현 같은 것을 보니 사실 중간중간에 좀 깨지긴 한다. 정미경 작가도 여성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어쩔 수 없다. 갑자기 여종업원의 금발을 보고 음모도 저 색일까 궁금해하는 장면이라던가 그림을 보고 발가벗은 소녀의 비릿한 첫 생리혈을 떠올리는 장면이라던가. 요즘은 이런 것에 대한 면역이 없어서 읽으면서 좀..그렇긴 했다. 이 작품집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이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확실히 지금 문학들이 발전을 했다면 한 부분이 아닐까. 이 책에 실려있던 정미경 작가의 다른 작품 ‘나의 피투성이 연인’도 나름 재밌었다. 확실히 정말 글을 잘쓰시는 분인 것 같기는 하다. 나머지 우수상 작품들 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었던 것은 김영하 작가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진짜 읽으면서 느낀게 확실히 글을 잘쓰긴 한다, 였다. 소재가 정말 별 것 아닌데 계속 읽게 만드는 그런 게 있었다. 김영하 작가의 다른 글들은 딱히 재밌게 읽은 경험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단편은 재밌었다. 글 잘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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